1.
겨울. 부동의 에이스. 곧게 편 등과 그 위에 자리한 시선이 여기가 아니라 저 먼 곳을 향해있다는 것을 깨달을 때마다 내 가슴은 새까맣게 타오르다 바닥으로 떨어지곤 했다.
[사와후루] 네 속에는 너밖에 없구나 아무도 없구나 늘 그랬듯이/너는 그렇게도 많은 나를 다 뱉어내었구나 (김혜순_ 한 잔의 붉은 거울)
2.
말하자면 후루야 사토루는 성글게 부서지고 깨진 조각들을 꼬박꼬박 붙여서 만든 상이었다. 끈질기게 쌓아올린 면면을 점착한 야구를 향한 갈증이 드문 틈새 속에서 반짝반짝 빛났다. 그게 너무 눈부셔서 이 요령 없는 후배를 볼 때면 미유키는 눈을 가늘게 뜨곤 했다.
미유후루에 어울리는 가사는 '부스러기라도 상관없어 언젠가 별이 될 수 있다면'입니다. 연성하세요.
3.
아직까지 기억나는 것은 한낮의 햇빛이 쏟아져 아예 뜨거울 정도로 더웠던 마운드. 그 위에 서서 앞에 앉은 사람을 마주하면 벤치에서 쳐다보던 눈 쌓인 그라운드 같은 것은 떠올릴 틈도 없었다.
미유후루의 연성용 문장은 '거기에는 봄이 있었다.'입니다
4.
“후루야!”
“아.”
“너 왜 자꾸 나한테 기대는 거야! 무거워! 똑바로 서! 네 발로 서라고!”
“그치만.”
“응?”
“할 수 없어..”
“뭐어?!”
“......”
“또 무시냐! 그보다 할 수 없다니 무슨 뜻이야!”
“중력이 있으니까...”
“그게 뭔 소리.. 야! 자지 마! 또 기대지 마!”
“.....”
“대체 뭐라는 거야!!”
당신은 사와후루(으)로 「네가 나의 태양이야」(을/를) 주제로 한 420자의 글 or 1페이지의 그림을 연성합니다.
5.
“선배는.”
“응?”
“그렇게 생각한 적 있었어요?”
평소에는 눈을 마주치지도 않는 주제에 이런 때만큼은 이쪽을 똑바로 쳐다본다. 당돌하긴. 뭔가를 찾아내기라도 하려는 듯 집요하게 파고드는 시선에서 고개를 돌렸다.
“없었어.”
웃으면서
“딱히 그럴 만한 일도 없었고.”
가볍게 고개를 흔든다.
“야구 하느라 바빴으니까.”
남자란 왜 이렇게 허세를 부리는 동물일까. 새까만 눈동자가 깜빡임도 없이 가라앉는 것을 보며 미유키는 들리지 않게 한숨을 쉬었다. 허세라고 해도 좋다. 누가 보면 고작 1년 더 산 주제에 무슨 어른 행세냐고 비웃을 수도 있겠지. 그래도 나는
“땡땡이는 이쯤 하고 불펜 가자. 공 받아줄게.”
“!”
“시원찮으면 도로 내보낼 거야.”
“!!”
그 시절 우리가 나눈 것은 고통이나 외로움이 아니었고 앞으로도 아닐 것이라고 큰 소리를 치고 싶어지는 것이다.
[미유후루] 온전히 그대의 것인 서러움에 대해서라면 할 말을 잃게 되오 다만 우리는 오래 고통을 나누었소 만나지 않고서도 나누었소 (엄원태_ 구름의 북쪽)
6.
내가 쫓기는 것이 아니라 쫓아가야 하는 악몽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너를 만나기 전까지는 몰랐다.
사와후루의 연성용 문장은 '너를 보고 있으면 악몽을 꾸는 것 같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