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유후루]팀메이트에게 들은 기묘한 이야기 (2c*)
번역체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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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글을 쓰는 것은 처음이라 문장이 서툴어도 양해 부탁드립니다.
같은 팀 동료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편의상 동료는 H라고 할게요.
H는 키도 크고 어깨도 강하지만 어딘가 멍하다고 할까 친해지기 어려운 녀석이라서 초~중학교 때까지 팀원들이 전혀 상대해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공조차 받아주지 않아서 집 근처 다리에서 혼자 공 던지는 연습하거나 벽을 보고 던지거나 했다는 것 같아요.
그런 H네 집 근처에는 낡은 신사가 있었는데 너구리신을 모시는 신사였다고 해요. 너구리신이래도 타누키코지(*)같은 거창한 곳은 아니었지만,
H의 할아버지는 거기를 지나갈 때마다 떡이나 과자 같은 것을 바쳤다고 합니다. 그 뿐만 아니라 H에게도 "여기는 계시는 곳이니까 잘 모셔라"고 말해둬서,
할아버지가 도쿄로 가신 다음에도 H는 계속 자기 몫의 과자나 급식에서 나온 빵을 아껴뒀다가 신사에 바쳤습니다.
하교 후 부 활동까지 끝나면 상당히 늦은 시간이었지만 H는 하루도 빼먹지 않고 매일 신사에 들러 공물을 둔 다음 공을 던지러 갔다고 해요.
그날도 H는 급식빵을 남겨서 신사에 바치러 왔는데 어쩐지 그 날 따라 공을 던지러 가고 싶지 않아졌다고 합니다.
그야 팀원들과 함께 연습하는 것도 아니고 혼자 벽에 공을 던질 뿐이니까 재미없어지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공을 던지지 않으면 할 일도 없어서 그대로 신사 옆에서 혼자 글러브랑 공을 끌어안고 계속 앉아있는데 누군가 그런 H에게 말을 걸었답니다.
"얘, 너 투수야?"라고.
누군가라고 해도 말을 걸기 전까지는 인기척도 없었던 데다 근처에는 인가도 없어서 H는 잘못 들은 게 아닌가 생각했답니다.
하지만 고개를 들어보니 분명히 사람이 서 있었고, 말을 건 건 H 또래의, 초등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였다고 합니다.
본 적 없는 유니폼을 입고 있어서 이 근처 아이가 아니라는 걸 알았답니다. 거기에 야구모자랑 안경을 쓰고 있었다는 것 같아요.
H가 대답하지 않자 그 아이는 다시 한번 투수가 맞냐고 물어봤답니다. H가 멍하니 고개를 끄덕이자 싱글벙글한 얼굴로 "나 포수인데 공 받아줄게"라고.
그날 저녁 어두워질 때까지 H는 그 아이와 함께 실컷 공을 던졌다고 합니다. 당시 H의 공은 초등학생치곤 꽤 빨라서 또래에 잡을 수 있는 포수가 거의 없었는데,
그 아이는 단 1구도 놓치지 않고 받았다고 해요. 오랜만에 원하는 대로 잔뜩 공을 던져서 기뻤던 H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지만,
그 아이가 "내일 또 보자"라고 말해서 하는 수 없이 집으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다음날 H는 반신반의하면서 신사에 찾아갔는데 거기서 또 그 아이를 만났다고 합니다. 그날도 어두워질 때까지 둘이서 공을 던지고,
그 다음날도, 다다음날도 계속 H가 신사로 찾아가면 항상 그 아이가 기다리고 있어서, 공물을 둔 다음 둘이서 노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고 해요.
그 아이는 이것저것 아는 것이 많고 공 받는 것 외에도 H에게 수비를 보는 방법이나 손톱을 손질하는 법 등을 여러가지로 일러주어서,
형제도 없고 친하게 지내는 친구도 없었던 H는 어쩐지 비밀 친구가 생긴 것 같아 기뻤다고 합니다.
친구라고 해도 둘이 만나면 항상 공을 주고 받을 뿐이고 화제도 야구에 관한 것으로 한정되어 있어서
H는 이 아이의 이름도, 어디 사는지도 몰랐다고 합니다. 매일 늦은 시간까지 같이 노니까 이 근처에 살지 않을까 했지만 물어본 적은 없고,
그쪽에서 먼저 자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일도 없었다고 해요. 다만 딱 한번, 매번 H가 가져오는 공물을 보고 "단 것은 별로"라고 해서
단 것을 싫어한다는 것만은 알게 되었다고. 그때는 그냥 그렇구나 하고 생각했다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 비밀 친구가 가지고 있는 포수미트가 상당히 낡은 것이었다고 해요.
많이 써서 길이 들었다고 하기에는 끈도 심하게 닳아있고 볼집 가죽 부분도 하얗게 벗겨져서 너덜너덜하다는 느낌.
처음에는 H도 공 던지기에 바빠서 깨닫지 못했지만 계속 미트를 보고 있는 동안에 자연스럽게 알게 되어서
그렇다면 친구에게 새 미트를 선물하자, 는 기특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그 나이 대 아이의 용돈이라는 건 액수가 뻔해서, 동네의 스포츠샵을 모두 돌아다녔지만
결국 H가 살 수 있었던 것은 오랫동안 팔리지 않아 대폭 세일이 들어간 구형이였다는 것 같아요.
거기다 선물을 사는 게 예상보다 훨씬 오래 걸려서 그제서야 H는 그 아이가 그만 돌아가버리지 않았을까 걱정이 되었답니다.
급하게 신사로 뛰어갔는데, 다행히 그 아이는 평소처럼 공터에 앉아 H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합니다.
언제나와 같은 웃는 얼굴로, "오지 않는 줄 알았어"라고 말하는 친구에게 가지고 온 미트를 내미는 H. 당연하게도 아이는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이런 것까지 받을 수 없다며 거절했지만 H가 몇 번이고 강경하게 "배터리니까" "내 투수니까" 라고 고집을 부려서 결국 받는 것으로 했다고.
H로썬 가족이 아닌 또래에게 그렇게 고집을 부린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지만, 그 아이가 미트를 소중하게 다루는 것을 보고
역시 선물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도 H와 팀원들간의 거리는 변함이 없었다고 해요.
변함없이 공은 그 아이가 받아주었지만 둘 만으로는 캐치볼 이상의 것은 할 수 없고, 팀에서는 매번 벤치 멤버.
조금 쓸쓸해하던 차에 "야구가 하고 싶어, 캐치볼이 하고 싶어?" 하고 물어오는 친구에게, H는 무심코 "야구가 하고 싶다"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야구가 하고 싶다고 말해도 친구가 뭘 어떻게 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사실은 둘이서 캐치볼 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만족하던 H였지만
그 때에는 어쩐지 그런 대답이 나왔다고 해요. 뭔가에 조종이라도 받는 것 같았다고. H의 대답을 들은 아이는 드물게도 고민하는 표정을 하더니,
곧 뭔가를 결정한 것 같은 얼굴로 H에게 "이제 여기 오지 않아도 좋다"고 말해왔답니다. 갑작스런 발언에 충격을 받아 할 말을 잃은 H에게 아이는
계속해서 "더 이상 나는 여기 오지 않는다. 중요한 일을 준비하기 때문에"같은 뉘앙스로 말을 했다고 합니다.
중요한 일이라는 게 대체 뭐냐라던지, 자신은 둘이서 캐치볼하는 것으로 만족하니까, 야구 같은 것은 하지 않아도 괜찮다라던지.
하고 싶은 말은 잔뜩 있었지만 그 때 친구의 분위기는 중요한 결정을 내린 것 같이 신성한? 느낌이라 더 말을 붙이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시무룩해진 H의 등을 두드리며 "계속 이 곳의 #*@$(정확히 기억이 안난다고 하네요...)로 있는 것보다 너의 포수 쪽이 좋다.
곧 진짜 배터리가 되자."라고 말하는 아이는 더없이 상냥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 전까지는 가짜 배터리였냐고, 말하는 H가 진짜 침울해해서 가여웠어요.
저런 수수께끼같은 말을 남기고 난 후 그 아이는 진짜로 사라져버려서, 그 근처를 계속 찾아가도 만날 수 없었답니다.
그 후로 1년 정도 더 그 곳을 찾아간 H였지만 더 이상 친구를 만날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찾아가는 것을 그만두었대요.
친구랑 헤어지고 나서는 그 근처를 지나는 것도 가슴이 아팠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사당에 공물을 바치는 일도 없어졌다고.
마음대로 공물을 그만두어도 괜찮은가, 물어봤지만 별 일은 없었다는 것 같아요. 큰 사당의 신이 아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네요.
H에게서 들은 이야기는 이걸로 끝입니다만.. 사실 여기에 이어지는 이야기가 더 있어요.
얼마 전 같은 팀 선배들과 이야기하다가 H 이야기가 나와서 마침 생각난 김에 이 이야기를 했더니 다들 반응이 좋았습니다.
신기한 일이라던지, 고생했다던지. 이것저것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 중에 한 선배가 지나가듯이 "기억하고 있었구나"라고..
다른 사람은 아무도 못들은 것 같고, 실은 그 선배 지금 H랑 배터리하고 있는 포수라서.. 장난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순간은 엄청 쫄았어요.
이걸로 정말로 끝이에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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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같이 캐치볼이라니 야구 좋아하는구나, 너구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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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의 선배 말대로라면 너구리신이 인간으로 변해서 진짜 배터리로 찾아와준 건가.. 장난이든 뭐든 훈훈한 이야기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