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호선재] 초기 해석
의외로 먼저 상대를 좋아하게 되는 건 선재. 어릴 적부터 선재는 잘난 놈이었고 친어머니를 지키지 못하고 사실을 숨겼던 아버지한테 반발한 것도 자신이었다면 그렇게 범인도 잡지 못하고 기일이나 지키면서 살아가지 않았으리라는 오만이었다. 모르는 것 못하는 것 없고 허투루 행동하는 짓 없던 선재에게 언제든 예상 외로 말하고 행동하는 58광호란 처음 겪는 곤경이자 미지였을 것.
첫만남은 그야말로 최악이었고 그때는 이런 놈이랑 섞이고 싶은 마음도 섞일 생각도 없었음. 이후 광호랑 팀짜고 돌아다니면서 생각보다 쓸모있고 우직한 놈이라는 걸 차차 알게 됨. 제 잘난 맛에 살아서 사람들 특히 또래랑 잘 지낸 역사가 별로 없는 선재는 어째 제 나이보다 훨씬 성숙한?? 태도를 보이는 광호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고 있었는데 그러다 광호가 뭘 숨기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땐 배신감까지 느꼈음. 끝끝내 수갑까지 채웠을 땐 이미 조금 열린 마음을 걸어 잠그는 심정이었으나.. 광호가 86년에서 왔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그동안 찜찜해하고 의심해왔던 것들이 다 바보같아지고 그렇다..
이해 범주를 훨씬 뛰어넘어버린 상황이라. 처음 선재는 광호 얘기 듣고는 온갖 전문서적 인터넷 논문 문헌에 타임슬립 검색해봤을 삘인데 당연히 나오는 거 1도 없고 그렇다고 거짓말로 치기엔 전팀장이나 아버지 태도가 맘에 걸림. 그래서.. 김선재는 인생 처음으로 생각을 포기함.
일단 타임슬림 부분 빼곤 모든게 다 납득이 가니까. 그러고나니 아몰랑; 일단 글타쳐;;하는 자기 태도가 생소하고 여간 상쾌함. 지금도 선재는 광호 볼 때마다 가끔 타임슬림의 원리에 대해 고민함. 물론 알 수 없음. 거기에 가끔보다 자주 타임슬립이 아닌 광호의 말이나 행동에 대해 고민함. 자기랑 너무나도 다른 생각과 행동을 가진 광호 자체도 선재에겐 미스테리임. 그게 30년이라는 세월 때문인지 그게 아니라 광호라는 인물 자체의 성격인 건지도 판단하기 어려움. 강력계에서 구르면서 이런 정의감에 가득 찬 놈들 많이 봐왔다고 생각했는데. 그 열정이 자기를 향할 때 직접 겪어볼 때마다 다르다고 느낌. 광호가 가진 미지와 시간여행자 특유의 독특한 부유감이 김선재를 중력처럼 끌어당김.
거기에 선재는 어머니의 죽음의 비밀을 알게 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줄곧 상처입고 자라지 않은 채임. 얼굴도 잘 기억나지 않는 친어머니도 애잔했지만 선재에게 더 상처였던 건 그런 끔찍한 비밀을 숨겨놓고 무심하고 무능하게 포기하고 새 인생을 꾸렸던 아버지였음. 아버지조차도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는데. 그럼에도 필사적으로 사건을 조사하고 매일같이 경찰서를 찾아왔던 시절도 있었는데. 알게 된 후에도 상처는 낫지 않고 계속 선재 마음에 남았음. 우습게도 이런 선재의 상처는, 당시 사건을 맡았던 58광호를 만나 조금씩 낫기 시작함. 아버지도 포기했고 자기는 아예 철들 무렵까지도 몰랐던 어머니 사건을 필사적으로 수사하다 죽음의 위기까지 겪었던 사람이 있었고 그 사람이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피해자들과 자신에게 미안해하고 있음을 안 순간, 선재는 자기가 그에게 위로받았다고 느꼈음 그리고 선재가 생각하기에 그 사과는 벌써 오래전에 어머니와 자신이 받았어야 했던 것이 배달 사고 비슷한 걸로 이제야 도착한 느낌이라. 그동안 광호가 애써왔고 지금도 나중에도 범인을 잡을 때까지 노력할 것이라는 걸 아는 선재에게 이제 너무도 작아진 양어머니의 손과 아버지의 희끗한 머리도 보임.
재이:김경위님이 트리거였어요
신교수의 말은 오히려 지금까지 사건 밖에서 어중간한 피해자의 위치에서 머물던 김선재를 사건의 중심으로 끌어당겼음. 이미 정호영에겐 선재가 중심이고 VIP석 관객이긴 했는데. 과거로 돌아가기 위해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광호와 선재가 9회를 기점으로 확실한 운명공동체를 형성하게 될 텐데 선재에게 광호는 까마득한 은인이자 미스테리어스한 또래 팀메이트고 자기 마음을 위로해주는 든든한 무게추 같은 거라. 이런 상대를 가져본 적도 없는데다 이게 다 한사람이었던 적도 그럴꺼란 예상도 해본 적 없는 선재가 광호에게 끌리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거란 얘기인데 왜 이렇게 길어진 건지 영문을 모르겠네;;;
광호의 경우는 좀 다른데 광호에게 처음이자 마지막 사랑은 연숙이임. 평생 사랑이고 안정이고 모르고 범죄자 쫓으면서 거칠게 살다가 처음으로 만난 사랑은 다정하고 따뜻했음. 이제껏 세상에 이런게 있었나 싶었을 정도로. 부드럽고 화사한 아내와 투박하지만 믿음직한 동료를 사이에서 86년의 광호는 모자름없이 행복했음. 치마입은 여자들만 죽이고 다니던 미친놈만 빼고. 그놈 잡으러 죽을 위기까지 겪다가 갑자기 30년을 뛰어넘게 된 광호 심정은 그야말로 마른 하늘에 친 날벼락에 후드려맞는 심정이지 않았을까..
30년 후 미래의 편리해진 삶도 신기한 도구들도 광호의 흥미를 넘어서 마음까지 끌진 못했음. 2016년은 광호의 시간이 아님. 돌아갈 곳이 있음. 다시 되찾아야할 자리도 자기 사람들도 다 거기 있음. 설령 다시 돌아갈 방법이 발견되지 않았어도 광호는 끝의 끝까지 돌아갈 방법을 찾아 발버둥쳤을 거임. 그런 광호에게 있어 화양서 사람들과 2016년의 사람들은 외면하긴 좀 거식하지만 그렇다고 86년의 자기 사람들보다 절실하지도 가깝지도 않은 존재들이었는데 선재는 좀 다름.
같은 과거를 공유하는 전성식도 있긴 하지만 성식이는 이미 반장도 달았고 이쁘..었던 아내도 아마 자식들도 있어서 잘 살고 있으니 그저 기특하고 신기한데 김선재는. 광호는 선재의 삶이 이렇게 된 데에 대한 책임감을 무겁게 느낌. 내가 그놈 잡았으면 얘 이러고 안살텐데. 형사니 뭐니 위험한 일 안하고 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이렇게 우중충하게 자라지 않았을 텐데. 제 아버지 품에 안겨 옹알거리기나 하던 어린애가 이런 선택을 하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하고. 광호는 가끔 비내리던 그날 밤 어둠 속에서 범인을 죽여버리고 싶었노라고, 붙잡아 죗값을 치르게 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서 있다고 말하던 선재의 어슴푸레한 형상을 떠올림. 그럴 때마다 광호는 선재에게 한없이 미안해짐. 막상 선재는 그게 완전히 광호 탓이라고 생각하지 않겠지만.
여튼 그렇게 생각하니 광호는 이 모든게 자기 탓같고 그럼. 김선재가 까칠하고 협조성없는 것도 엄마없는 하늘 아래 자라서 그런 거 같고, 비리비리해서 핸드폰만 만지작거리는 것도 자기 탓 같고 범인 잡는 것에 너무 집착해서 냉정하게 구는 것도 그때 자기가 범인 못 잡아서인 거 같음. 맞나?; 몰랐을 때야 건방진 놈이라고 성식이 앞에서 흉이나 봤는데 사실을 알고 나니 밥 잘먹는가 챙겨야겠고 잠은 잘 자는가 살펴야겠고 위험에 처하면 구해줘야겠음. 연숙이를 향한 사랑과는 별개로 마치 자기 동생이나 자식처럼 선재한테 마음을 쓰는데 광호한테는 가끔 선재가 여자인 연숙이보다 더 여리고 위태로워보일 때가 있음. 너무 어릴 때 봐서 그런가.. 그렇게 느껴질 때마다 광호는 좀 고민하지만 결론:모르겠고 선재가 신경쓰인다 임. 아마 자기 돌아가는 거랑 별개여도 선재 도와주고 나서 돌아갔을 것.
거기에 요즘은 어릴 적 봤던 애기 선재랑 별개로 지금의 까칠한 선재가 점점 대답도 하고 말장난도 받아치고 안가면 빨리 오라고 재촉도 하는 상황이 재밌고 좋음. 선재가 어지간히 표현 못하는 성격이라 광호도 본래 성격보다 좀 더 적극적으로 챙기고 다가가고 하는데 광호는 선재한테 자기가 삼촌이나 큰 형 같은 위치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우정과 사랑 사이의 어드메임. 이 후에도 광호랑 선재 같이 사건 해결하고 다니면서 이게 단순히 동료애가 맞나..? 싶은 상황 몇번씩 생기는데 그럴때마다 미묘하게 본질 파악하는 건 선재고 광호는 그래 엉아가 너 챙긴다 너도 좋지 임마?? 임.. 선재야 힘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