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로 광호랑 선재 한동안 데면데면하겠지. 특히 광호는 선재가 옆에 올라 치면 얼른 자기 페로몬 냄새 안나는지 여기저기 냄새맡아보거나 끙.. 하면서 선재 눈치 살핌. 선재는 뭐.. 그때 일은 여러가지로 마음에 안들긴 하지만 어쨌든 요즘 광호는 억제제 꼬박꼬박 챙겨먹어서 냄새도 안나고 답답하지도 않으니까 그냥저냥 괜찮음.
그렇게 계속 같이 수사하러 다니고 하는데 어느날 같이 차 타고 이동하던 광호가 갑자기 선재 보면서 인상쓰는거. 선재는 왜저러나 싶긴 했지만 별 관심 없어서 안물어봄. 그 다음에도 계속 선재 지나갈 때마다 이상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멀찍이서 뒤따라오고 그래서 좀 신경쓰였는데 어느날은 광호가 회의실 나가는 선재 붙잡음. 뭐야. 까칠하게 대꾸하는 선재한테 광호는 다짜고짜 넌 나 약먹고 다니라고 하면서 너는 안먹냐? 하고 짜증을 냄.
광호는 그러고 씩씩거리면서 나가버림. 선재는 광호가 뭔 말하는지 알 수 없고 혹시나 해서 자기 냄새 맡아봤는데 페로몬 1도 안남. 당연하지 억제제 꼬박꼬박 챙겨먹고 있는걸. 참고로 광호가 그때 목 물어뜯었을 때 쓰던 고체향수는 바꿨음; 쓸 때마다 광호한테 물렸던거 생각나서.. 여튼 선재가 가만히 보니까 광호가 자기 지나갈 때 인기척 안내도 알아차리는 거나 서 내에 있는 선재 물건 이름도 안써놨는데 냄새로 알아보는 걸로 봐서 광호가 뭘 느끼긴 하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비번인 날 목교수랑 체스 두면서 지나가듯 말함.
대충 억제제 먹었는데도 페로몬 나는 경우 있냐 이런 질문이었는데 목교수는 자긴 베타라 잘 모르지만 혹시 김경위.. 좋아하는 사람 생겼나? 하고 말함. 선재가 어리둥절하자 목교수는 흔히 있는 경우는 아니지만 남의 페로몬 냄새 맡을 수 있는 경우가 하나 더 있다고, 그건 자기 각인대상의 냄새라고 함. 각인을 한다고 해서 페로몬 냄새 자체가 변하는 건 아니지만 각인된 사람한테만 그렇게 느껴지는 걸로 봐서 심리적인 요인이나 내분비계 화학작용이 달라지는 거 같다고 말하는 목교수 앞에서 선재는 할말을 잃었음.
각인?? 알파오메가도 아니고 알파랑 알파가? 생각해보면 인류의 긴 역사에 모니터 안 상대와 각인하는 놈도 있고 자기가 만든 조각상에 각인한 놈도 있는 마당에 알파랑 알파가 각인이 절대 안된다고는 생각하기 어렵긴 하지만 선재는 이걸 광호한테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깝깝해짐. 그 와중에도 광호는 계속 선재한테 무슨 냄새난다고 약 먹으라고 뭐라 하고;
그러다 비 엄청 오는날 살인사건 해결하러 휴게소 갔다가 둘이 갇혀서 같이 수사하는데(=5화) 범인 다 잡고 나서 광호가 너 이런 사정 있는거 몰랐다고. 앞으로 도울 일 있으면 돕겠다고 말함. 그동안 계속 승질내고 막말하던 광호라서 선재는 그 말 듣고 괜히 울컥해져서 가만히 있는데 광호가 다가와서 너무 그렇게 혼자 짊어지지 말라고, 니 옆에 파트너인 나도 있다고 내가 니 입장에선 못 미덥겠지만 그래도 돕고 싶다고 말함.
말을 유창하게 잘한다고 하긴 어렵지만 광호가 말하는 거에 진심이 느껴져서 선재도 말을 마친 광호도 한동안 침묵하는데 그러다 광호가 선재 어깨 살짝 잡고 선재는 저항없이 끌려가고 광호는 또 그 팔 잡아당겨서 품에 끌어안고 서로 쪽으로 고개 돌려서 입술이 살짝 닿을 듯 하다 떨어지는데 지금 자기가 뭔 행동 했는지 막 깨달은 광호가 헛!; 하고 고개 살짝 올려서 입술 각도 맞춰주려했던 선재도 ??;; 하면서 물러서서 광호는 비오는 휴게소 밖으로 엄청 빨리 나감.
광호가 선재 지나쳐서 뛰쳐나갈 때 선재는 광호한테서 나는 희미한 냄새 맡는데 이건 광호 러트 왔을 때 페로몬 향도 아니고 알파 냄새도 아니어서 아 이게 광호가 말했던 냄새 각인상대의 페로몬 향이구나 깨닫는 선재..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