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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최] 순간

NO. 2020. 2. 6.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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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최 모든 순간이 좋지만 진짜 수중구마씬이랑, 윤이 화평에게 부마자의 예언 털어놓는 순간 대좋아해 진짜

 삶이 아쉬웠던 적 없다고, 가족의 원수인 악마를 잡기 위해 목숨조차 버릴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은 모두 착각임을 그 순간 윤은 깨달았다. 존재조차 가늠하기 힘든 거대한 악의 존재와 마주하고 늘 저만치 떨어져있다고 생각했던 죽음이 눈앞에 디밀어졌을 때. 윤은 그동안 제가 알았던 두려움이 다만 피상적인 개념에 지나지 않았음을 실감했다. 두려웠다. 벼락처럼 닥쳐올 죽음이 두렵고 그 앞까지 힘겹게 늘어놓아야 할 삶이 두려웠다. 악이 임함이 두렵고 신의 임하심 또한 두려웠다. 보이지 않는 칼날이 온 몸을 헤집는 밤 자신의 존재마저 두렵고 힘겨워서 윤은 자잘한 바람이 부는 소리나 몸을 휘감는 써늘한 시트의 감촉 따위에도 소스라쳐서 깨어나 밤새 좁은 방 한 구석에서 덜덜 떨며 아침을 맞았다.

 당신도 이런 밤을 보냈습니까? 윤화평 씨

 이제 윤은 생각한다. 화평이 오랜 시간 그들을 괴롭혀왔던 악마와 함께 가라앉은 바닷가에 서서. 도망치는 악마가 지표처럼 남긴 구마자들을 쫓아 들어간 가정집에서 구마자를 마주한 순간 윤은 다시 한번 몸 안을 쑤시는 격통을 느꼈다. 괴로웠다. 몸이 천 갈래, 만 갈래로 찢기는 듯 아팠고 그보다 먼저 이제야말로 마지막을 직감한 마음이 무너졌다. 나는 죽는다. 여기서. 혼자. 그렇게 생각하니 그 집에 남아있을 수가 없어서 무엇에 쫓기듯 도망친 들판에서 힘없이 쓰러진 채로 그저 도움만을 간청했다. 이게 당신의 뜻이라면 제발 무너지지 않도록. 끝까지 버틸 수 있도록 힘을 주세요. 형편없이 떨리는 기도 소리가 듣는 사람 없는 들판에 간데 없이 사그러졌다.

 그래서일 것이다. 자신을 따라 뛰쳐나와 예언을 털어놓으라 다그치는 그에게 이야기한 것은. 원래는 끝끝내 말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스스로 낸 말조차 버거워 덜덜 떠는 자신에게 다른 방법이 있다고, 내가 돕겠다고 말하는 그의 눈빛이 곧고 맑아서, 윤은 그 순간 그가 오래토록 생각해왔던 일을 마침내 결심한 것을 알았다.

 그 때 그가 결심한 게 뭔지 알았더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