훤칠하니 큰 키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혹은 시간적 지축을 늘여 젖먹이 어린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일평생 호화니 사치니 하는 것들과는 거리가 먼 제도의 기사단장에게도 딱 한 가지 낭비벽이랄 것이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큼지막한 편지지 양 면을 잇달아 구구절절하게 써내려 간 편지를 달마다 부지런히 길드의 소굴로 부치는 것이었는데, 전보의 목적이 안부 교환과 의사전달에 있다 치면 이것은 전혀 그 목적을 다하지 못하고 있으니 분명 커다란 낭비가 분명했다. 편지 내용은 때마다 조금씩 달랐으나 대체로 제국 정세며 제도 분위기 등을 꼼꼼하게 적어 넣고 그 밑에다간 자신의 사소한 일상을 조금 갈작거리다가― 어찌됐든 결국은 반드시 말썽 좀 그만 피우라는 둥, 이번에는 제도로 얼굴 좀 내비치라는 둥 잔소리로 끝나는 그 편지를 유리는 답장은커녕 심드렁한 얼굴로 들여다보다가 마지막 대목에서 머리를 슬슬 긁으며 쓰레기통으로 던져 넣곤 했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해마다 버려지는 편지가 벌써 수십 통이니 다른 것들은 몰라도 제도 근처의 나무들은 분명 기사단장의 사과를 받을 권리가 있었다.
성절(聖節, 황제의 생일)을 앞둔 어느 날, 이제는 아예 버릇이 돼놔서 편지를 쓰긴 했지만 실은 이번에도 얄 짤 없이 쓰레기통행인 줄만 알았던 전보를 팔랑거리며 유리가 아랫마을에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프렌이 놀란 이유가 여기 있었다. 분명 이번 성절은 요델 전하께서 성인이 되시니 반드시 들르라고 으름장을 놓긴 했지만 그 뿐으로, 내키지 않는 일은 죽어라 지지고 볶아도 도통 들어먹지 않는 친우의 성격을 너무나도 잘 알아서 이미 황제에게 <유리는 오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하고 넌지시 언질을 올린 후였다. 이건 또 무슨 바람인가 해서 궁금해지긴 했지만 행사 준비로 감히 자리를 비우지 못할 정도로 바빴기 때문에 따로 찾아가진 못한 채로 성절을 맞았다.
황제가 첫 성년을 맞는 생일답게 행사는 그 어떤 때보다도 성대하고 호화롭게 치러졌다. 또한 이 날의 행사는, 재앙 이후 줄곧 국정 회복에 힘써온 국민들을 위로하고 제국이 이만큼이나 발전할 수 있었다는 것을 알리는 축제이기도 해서 그 화려함은 더했다. 하얀 비단을 금색과 붉은색 술로 장식한 정복을 입은 황제가 마찬가지로 하얀 도료로 채색해 리본과 보석으로 장식한 마차를 타고 거리를 지날 때마다 길옆으로 죽 늘어선 백성들이 환호하며 여름장미로 엮은 꽃다발과 화관 등을 마차 위로 던졌다. 미처 장미를 구하지 못한 이들은 정성스럽게 물들인 종이와 천으로 만든 꽃으로 대신했기 때문에, 퍼레이드가 아직 반이나 남았음에도 황제의 하얀 마차는 금세 빨갛고 노란 꽃들로 흠뻑 물들었다.
<모두 기뻐해주고 있네요.> 다행이에요, 하고 막 성년이 된 황제가 몸을 기울여 속삭이자 호위를 위해 곁에 서 있던 기사단장이 빙긋 웃었다. <네, 정말로.> 실은 프렌 자신도 좀 전에 가슴에 단 장미를 하나 받은 터다. 축하합니다. 제국을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폐하 곁에 계셔주셔서 감사해요. 어딜 가든 축하와 감사의 말들이 축복처럼 터져 나와 꽃과 함께 쏟아졌다. 정말이지 모두에게 사랑받고 계시는 황제 폐하시구나. 주위를 둘러싼, 황제와 자신을 올려다보는 그 얼굴들이 하나같이 밝고 환해서 프렌은 마치 눈부신 것처럼 눈을 가늘게 떴다.
순간 지나치는 인파 사이로 설핏 검은 머리칼을 본 것도 같았다. 멈칫 했던 프렌은 잠시 후 고개를 돌렸다. 온 도시가 축제 분위기로 가득 차 있고, 애초에 행사에 참여하라고 전보까지 친 참이니 유리가 오늘 축제를 보러 나왔다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외려 제국의 일이라면 언제나 다소 심드렁한 태도였던 친우가 제가 없는 사이에도 제대로 축제를 즐기고 있다는 사실에 안심하면서, 프렌은 다시 자세를 다잡고 본연의 임무로 돌아갔다.
그랬던 것이 약 반나절 전, 정신없이 빡빡했던 그날 하루를 간신히 마무리한 기사단장이 성으로 전해온 쪽지를 받고 아랫마을의 술집에 도착했을 때 탁자 옆에서 안절부절 하고 있던 용맹한 금성의 수령이 이쪽을 발견하자마자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프렌!>
그러고 보니 카롤은 현 제국 황제와 비슷한 연배로, 황제가 성년을 맞았으니 카롤도 비슷한 시기에 성인이 되었을 터였다. 슬슬 길드 내 술자리에 끼어도 좋을 나이인 것이다. 그러고 보니 못 본 사이에 키도 좀 커진 것 같고. 새삼 기특하고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건네려 했지만 다짜고짜 사과부터 받았다.
“저기, 미안!”
“응? 무슨 일… 아.”
탁자 위로도 이미 한차례 축제가 휩쓸고 간 모양새였다. 안 그래도 이미 축제 끝에 거리에 남은 종잇조각들이며 꽃 등을 잔뜩 치우고 온 뒤다. 익숙한 얼굴을 찾아 이쪽으로 똑바로 걸어온 프렌이 텅 빈 채 그 주변을 호위하듯 늘어서 있는 술병들과, 식탁 위에서 마치 위대한 왕관인 양 위스키 잔‘들’을 거꾸로 덮어 쓰고 있는 맥주잔을 보며 할 말을 잃고 있는 사이 탁자에 머리를 대고 반쯤 졸고 있던 레이븐이 간신히 한 팔을 쳐들며 소리를 냈다.
“여, 프~렌쨩...”
“레이븐 씨, 이거 어떻게 된 겁니까?”
여성 조는 벌써 숙소로 돌아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그 말에 웅얼거리며 술과 과자 부스러기로 엉망인 탁자 끝에 열심히 제 얼굴을 부비고 있는 수석 대장 옆에서 흡사 마시다가 그대로 죽어 넘어진 모양새로 탁자에 얼굴을 박고 있는 익숙한 뒤통수를 발견한 프렌이 작게 비명을 질렀다. <유리……!> 어지간히도 마셨는지 어깨를 흔들어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유리가 이렇게까지 마시는 일은 드문데. 카롤은 아예 고개를 떨궜다. 본인을 깨우는 건 포기하고 그나마 간신히 정신을 붙잡고 있는 연장자에게 고개를 돌리자 그의 시선을 눈치 챈 레이븐이 어울리지도 않게 배시시 웃었다.
“오늘 좋은 날이니까, 아저씨랑 청년 기분 좋아져서 말이야~.”
“그...! 슈반 대장 폐하도 찾아뵙지 않으시고…!
“그게에~ 청년이 하도 알현이니, 성이니 그런 거 답답하다 해서~ 아저씨, 지금은 길드원이니까 윗사람을 따르지 않으면 안 되걸랑~”
거기다 대고 차마 <단장인 제 말은 듣지도 않지 않습니까….>하는 말을 주억거릴 정도로 무례한 성격이 못 되어서, 혹은 취한 사람을 상대로 이것저것 말해도 소용없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프렌은 애교와 웅얼거림을 반쯤 섞어서 말하고 있는 레이븐을 보며 한숨을 폭 쉬었다. 이 주정뱅이들을 어쩔 것인가. <미안해, 말릴 수가 없어서….> 카롤이 다시 쭈뼛쭈뼛 사과했다. 그 얼굴을 보니 이쪽은 얼마 마시지도 않은 모양이다. 보나마나 이제 나이 운운하며 유리 네한테 끌려왔을 테고, 이 지경이 되도록 말리지도 버리지도 못하고 성으로 연락을 넣은 모양이다. 어이구. 존경하는 수석 대장이 더러워진 볼로 꾸준히 탁자 청소를 하고 있는 꼴을 보니 일단 주변을 좀 정돈하는 것이 좋을 듯싶어 근처에 굴러다니고 있는 술병 하나를 주워들던 프렌은 카롤이 <저기!> 따위를 외치며 달려들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프렌은 유리를 신경써줘.”
“그래도 이거 다 치워야 하잖아.”
“혼자 할 수 있어. 레이븐도 내가 데려갈게.”
“지금은 여관에 남는 방도 없을 텐데…”
“괜찮아!”
<레이븐 같은 거 바닥에서 자도 되니까, 탁자에도 자니까!> 겉보기론 별로 안 마신 것 같아 보였는데 카롤도 은근히 취해있었던 걸까. 횡설수설 이어지는 말에 프렌이 고개를 갸웃하자 탁자에 기대있던 레이븐이 수령님 너무하다며 작게 우는 소리를 냈다. 어쨌든 본인이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더 돕겠다고 말하는 건 한 길드 수령에게의 예의가 아닌 것 같고, 더욱이 이런 소란이 나도록 깨지 않는 친우의 상태도 걱정되었기 때문에 프렌은 대충 제안을 수락했다. 아예 유리 뒤에 서서 어서 데려가라는 듯 그 등을 톡톡 두들기고 있던 카롤의 도움을 받아 프렌은 유리를 마치 짐짝처럼 한 어깨에 걸머멨다.
“그렇게 들면 속이 나빠지지 않으려나..”
“토할 것 같으면 던져버리면 되니까.”
“엇….”
<정말 혼자 치울 수 있겠어?> <응? 으응.> 미묘하게 이상한 그의 태도가 영 마음에 걸렸던지 술집을 떠나는 순간까지도 재차 질문하던 프렌이 저쪽으로 멀어져가자 카롤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이지 손이 많이 간다니까.
기사라는 직업 상 무거운 군장을 지고 돌아다니는 일에는 이골이 날 정도였지만 역시 같은 체격의, 거기다가 취해서 축 늘어지기까지 한 남자 몸을 한 어깨에 메고 다니는 건 힘이 부쳤다. 하루 종일 황제를 호위하기 위해 마차에 서 있었던 데다 행사 이후론 뒤처리를 위해 뛰어다닌 참이다. 성으로 돌아가면 봐야 할 남은 서류 업무도 있다. 게다가 그 멘 것이 제 친구는 행사 준비로 이리저리 고생하는 것도 모르고 제도에 들른 것이 벌써 며칠 전인데 축제 당일까지 성으론 코빼기도 안 비친 고약한 친우 놈임에야. 카롤의 걱정과는 달리 단단한 어깨에 배가 걸린 불편한 자세임에도 뒤척임도 없이 곯아떨어진 유리를 지고 성으로 돌아오면서 이런 저런 생각으로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한 프렌은 간신히 지금 자기가 메고 있는 것이 당장이라도 바닥에 내동댕이를 치고 갈 수 있는 괘씸한 친우 놈이 아니라, 반드시 성까지 운반해야 하는 마수 안장이나 군수품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하려고 애썼다.
성에 도착하자 성문을 지키고 있던 기사가 프렌을 발견하고 <엇.> 소리를 냈다. 부하가 저희 단장이 어깨에 멘 것을 보고 잠시 넋을 놓다가, 급하게 사람을 부를까요 어쩌고 하는 것을 거기서 더 서 있기도 짜증났던 프렌은 눈빛으로 저지하고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많은 기사와 귀족들이 성 안에 거처를 두고 있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성은 황제의 소유로, 사용되지 않는 빈방이 얼마나 있건 간에 배정받은 방외에 다른 시설을 사적으로 사용하려고 하면 당연히 황제의 허락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시간에 감히 사적인 용무로 피곤할 황제를 깨우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기사단장은 그대로 유리를 제 사실로 데려갔다.
잘 정돈해둔 침대 위로 거의 굴리다시피 내려놓자 그때까지 별 소리 없던 유리가 처음으로 뭐라 웅얼거리며 몸을 뒤척거렸다. <으으…> 내려놓는 순간 둔탁한 소리가 난 것이 어딘가 잘못 부딪친 듯 했지만 만취로 인사불성이 된 주정뱅이에게는 별 필요 없는 배려라고 생각한 프렌은 뻐근한 어깨를 몇 번 주무르고 그대로 책상에 가서 앉아 남겨놓은 작업을 시작했다. 물론 아무리 그래도 잠든 친우가 마음에 걸렸기 때문에, 책상 위 등잔의 밝기를 서류 위 글씨가 간신히 보일 정도로 낮추긴 했다.
잠시 프렌의 방 안은 들릴 듯 말 듯 한 유리의 고른 숨소리와, 잘 다듬어진 펜 끝이 끊임없이 종이 위를 달려 나가는 소리로 가득 찼다. 열어둔 창문으로 다사란 달빛이 쏟아져 들어와 작은 등잔만으로도 책상이 환한 것에 감사하며 막 몇 장 남지 않은 서류에 사인을 마친 프렌이 갑자기 들리던 소리가 가시고 시야가 갑자기 훅 가려지는 느낌에 고개를 들었을 때였다. <우왁?!>
반사적으로 잉크와 펜을 서류가 더럽혀지지 않게 밀어내고, 책상에 풀어놓았던 검을 쥐려던 손이 간발의 차로 닿지 않은 채로 프렌은 갑자기 위에서 덮쳐온 유리와 함께 바닥으로 나동그라졌다. 그대로 제 위로 늘어져 엎어진 몸이 무거웠고, 넘어져 의자 등받이에 세게 받힌 등이 아팠다. 이 주정뱅이가 진짜! 아직도 술이 덜 깼는지 도통 몸을 가누지 못하는 것을 거의 저쪽으로 집어 던지듯 밀어내도 유리는 답지 않게 계속 뭐라 말하며 제 쪽으로 매달렸다. (물론 말은 거의 알아들을 수 없었다.)
“너 진짜 적당히...!”
“%*(@#)(...”
“알았으니까 일단 떨어져!”
<무겁고, 술 냄새나!> 깔린 다리를 몇 번 움직여 떨쳐내려고 했지만 전혀 협조할 생각이 없는 듯 한 유리를 보고 곧 포기했다. 술김에 통각도 사라졌는지 팔 다리를 퍽퍽 패도 별 반응이 없다. 잠시 후 지친 프렌이 얌전히 움직임을 멈춘 것에 만족했는지 비틀거리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꼴을 멍하니 보고 있자면 이놈이 제법 자세를 가다듬고 앉으려고 하는 것 같았다. 그것도 남의 다리 위에서.
“...그 뭐냐아~...”
“......?”
“...단장이잖아, 단장. 아니 프렌인가...”
더욱 더 알 수가 없어졌다. 혹시나 했던 생각이 그대로 짜증으로 바뀐다. 이래서 주정뱅이의 말은 듣는 게 아니랬다고, 다리를 옆쪽으로 미끄러트려 간신히 몸을 빼낸 프렌이 끊임없이 술 깨면 보자 되새김질하며 바닥에 대충 주저앉아 있는 유리의 겨드랑이로 손을 넣어 일으켰다. 거의 다 됐다. 뒤 이어 들려온 말만 없었어도 기사단장은 오늘 하루 답지 않게 구는 주정꾼을 재우고 남은 업무를 끝마칠 수 있었을 것이다.
“수고했다, 프렌.”
“...뭐?”
“대단해. 엄청.”
<축제? 응, 그랬지.> 물론 분명 성황이긴 했다. 다들 좋아했고. 그런 화려함도 때에 따라 필요하기 마련이니까. 대충 동의해주며 다시금 잡은 팔에 힘을 주자 이상하리만큼 강한 힘으로 맞잡아 당겨졌다. 그 바람에 거의 넘어질 뻔 했던 프렌이 다시 뭐라 잔소리하려고 했지만 유리는 꾹 잡은 손을 놓지 않고 꾸벅꾸벅 말을 이어갔다.
축제 이야기가 아니었다. 프렌은 어느새 빼내려고 잡아당기던 손에 힘을 빼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다소 꼬이고 불분명한 발음으로 유리는 비슷한 단어를 반복하고 있었다. 세계, 마을 사람들, 평화, 기사단, 꿈, 자랑스러움... 술을 마시지 않았더면 낯 뜨겁다며 절대 입에 내지 않았을 것들.
듣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적어도 이건 진짜였다. 비록 지금은 떨어져있지만 그 누구보다도 서로를 잘 알았다. 제가 말하지 않아도, 또는 그 쪽에서 말 해오지 않아도 당연스레 서로의 느낌이며 감정을 알았으니까. 서로 엇갈렸을 적에도 결국은 알아주겠거니 했을 정도다. 새삼 입 밖으로 내지 않아도, 마주쳐 웃어오는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 생각하는 바를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랬던 생각은 거짓말이었던 걸까 생각될 정도로, 지금 실제로 형태로 구축되어 눈앞으로 펼쳐지는 감정의 나열은 넋을 잃을 정도로 황홀하고 찬란했다. 근처를 싸돌아 마법처럼 빛나는 어절들이 달빛과 함께 바스라져 온 방안을 하얗게 물들였다.
잠시 말을 잇지 못하던 프렌은 간신히 속삭이듯 입을 열었다. <다 네 덕분이야, 유리.> 그렇지만 취하지 않은 채로 말해줬어도 좋았을걸. 너는 쑥스럽다며 거절했겠지만. 그 말을 알아들었는지 잠시 어릴 적처럼 환하게 미소 지은 유리가 다시 눈앞으로 쑥 다가올 때까지 넋을 놓고 있던 프렌은 제 입술에 와 닿는 느낌에 화들짝 어깨를 굳혔다
“?!?!!!”
“장한 기사님한테, 선물.”
“으...”
정말이지, 술주정뱅이의 키스 따위가 무슨 포상이 된다는 거야. 잘했다는 말 한마디가 하기 힘들어 술이나 진탕 퍼마시는 주제에. 제가 준 포상에 만족했는지 술김에 휘청거리면서도 싱글거리며 웃어오는 괘씸한 친우가 또 어쩔 수 없이 사랑스러워 프렌은 <줄 거면 제대로 줘.> 같은 투덜거림을 삼키며 다시 그 얼굴 위로 고개를 숙였다.
환한, 환한 밤이었다.
***
이 뒤에 술 깬 유리가 뭐야 프렌%(#_)%(_)#! 했다던가 그 다음날 바로 당그레스트로 날아가서 석달을 두문불출했다던가 하는 얘기는 생략..ㅇㅇ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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