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90년대쯤 배경으로 미대생 미유키/사와무라X유곽에서 자란 후루야 + 하숙집 주인 크리스
썰체 주의
미알못 주의
써놓고 보니까 시대 배경은 별 의미없는 거 같기도 하고?
미유키랑 사와무라는 도쿄 내 그럭저럭 유명한 예대에 다니고 있음 편의상 T대라고 할까. 미유키는 조소과 3학년, 사와무라는 동양화과 2학년. 둘 다 같은 학교 4학년 선배 크리스가 운영하는 하숙집에 사는데 뭔가의 인연으로 미유키, 사와무라랑 알게된 크리스가 하숙비를 싸게 줘서 나가노에서 유학온 사와무라는 물론이고 도쿄 출신이지만 집안 내에 작업 장소가 궁한 미유키도 같이 삼. 집세는 시세보다 상당히 아래지만 크리스네 집은 상당히 부자라 집세로 살림을 충당하지 않아도 될 정도라고. 크리스는 잘 아는 사이나 형편이 좋지 못한 사람을 하숙생으로 주로 받고 있음. 집 자체는 그럭저럭이지만 창고 비슷한 별채에 작업실을 꾸밀 수 있어서 상당히 괜찮음.
사와무라랑 미유키는 동아리 선후배라고 할까.. 미유키는 동아리 회장이랑 아는 사이라 자리만 메꿔주는 그런 존재였는데 사와무라가 1학년 때 동아리에 들어오게 되면서 미유키랑 인연을 쌓음 미유키는 남에게 관심이 없었지만 동아리 첫 OT부터 시작해서 사와무라가 미유키에게 상당한 인상을 남기는 바람에 멱살을 잡힌다던지 이름을 막 불린다던지를 당하며 차근차근 인연을 쌓았음 처음 겪는 대학 생활을 지나치게 만끽한 나머지 1학년 2학기 때 기숙사 쫓겨나게 생긴 사와무라한테 크리스네 하숙집이 비었다는 것을 알려준 것도 미유키임. 막상 사와무라는 자기 사정을 우연히 알게된 *크리스 선배*가 자기한테 제안한 걸로만 알고 있지만.
이야기는 사와무라가 그럭저럭 대학생활 1년을 마치고 2학년으로 접어드는 겨울에 시작됨. 가끔 악우 쿠라모치가 하숙집에 들러서 시비를 털고가는 것을 제외하면 연말이고 연초고 따뜻한 하숙집에 앉아서 미술서적 따위를 들여다보는 것이 일인 미유키랑 다르게 성격도 활발하고 인맥도 쩔어줘서 연말연초면 각종 술자리에 불려가는 것이 일인 사와무라..지만 묵을 곳을 잃은 자신을 구제해준 대선배 크리스의 하해와 같은 은혜를 고려해서 자체 통금시간인 오전 0시를 지키고 있었는데 그날도 거실에 걸어둔 고풍스러운 괘종시계에서 막 12시를 알리는 참에 현관이 부산스러운 것을 듣고 코타츠에 들어가 있던 크리스와 미유키는 사와무라가 돌아왔구나 하고 생각했음. 근데 늘 동작이 빠릿해서 바로 현관 열고 -> 복도 걸어온 다음 -> 문 활짝 열면서 미유키, 크리스 선배 다녀왔슴다! 를 외치는 사와무라의 목소리가 한참을 기다려도 들리지 않는 거임. 뭐 짐같은 거라도 들었나? 싶어서 미유키가 꾸물꾸물 이불 밖으로 빠져나와 미닫이 문을 열었는데 복도랑 곧게 연결되어 바로 보이는 현관 앞에 사와무라 말고 뭔가 하얀 형체가 같이 서 있음. 응? 미유키는 눈썹을 살짝 찌푸림.
괜찮아, 들어오라니까? 추우니까 빨리! 같은 말을 하며 재촉하고 있던 사와무라가 이쪽으로 고개를 팍 돌리자 곁에 서 있던 하얀 형체도 따라서 고개를 들었는데 미유키는 왠지 그 순간 등줄기로 오싹하게 뭔가가 달려 내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음. 아직 현관 앞에서 망설이느라 반쯤 열린 문 뒤에서 언제 내리기 시작했는지 모를 가는 눈발이 바람에 정처없이 휘날리는 것을 등지고 서 있는 형태는 사람이었음. 눈으로라도 만들어진 건가 착각하게 만든 하얀 색은 입고 있는 기모노였고. 사와무라는 이제 말로 설득은 포기한건지 그 형체를 끌어당겨서 집 안에 들여넣고 문을 닫았는데 마루에 올라선 형상이 상당히 가늘고 길었음. 겨울인데도 바닥에 디딘 발이 하얀 맨발이어서 사와무라의 재촉에 못이겨 내딛는 발자국에서 사락사락하고 눈 내리는 소리가 났음. 창백하고 하얀 얼굴. 미유키는 이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장면에 잠시 넋을 빼고 있다가 방 안에 같이 있던 크리스가 무슨 일이야? 사와무라? 하면서 말을 걸자 정신을 차렸음.
날씨를 고려하지 않아도 지금 계절과 전혀 맞지 않은 가벼운 옷차림을 한 그를 어정쩡하게 방 밖에 세워두고 나서 사와무라를 방으로 끌고 들어온 미유키는 대화라고 쓰고 놀림과 넘어감이라고 읽는- 그들 사이에선 익숙한 의사소통을 시작했음. 저건 누구고 어디서 데려왔냐는 말에 사와무라는 누군지 모르겠고 집에 오는 길에 저런 차림에 신발도 없이 눈 위를 걷고 있었노라고 대답함. 길이라도 잃은 걸까 싶어서 말을 걸었지만 아무 대답도 없었고 그대로 뒀다간 얼어죽을 거 같아서 데리고 왔다는 것 같음. 그래 어디서 뭐하던 건지 모르는 녀석을 집에 데리고 왔다는 거냐, 고 미유키가 기가 막혀하자 사와무라는 사람 그렇게 사는 거 아니라며 무정한 놈 미유키 카즈야라고 되려 호통을 침. 단순히 미아라면 어떨까 싶지만 이런 날씨에 저런 차림 하고 다니는 게 정상적인 사연을 가진 녀석 같냐.. 이 녀석 어디까지 바보인 거야 하고 미유키가 말을 잃었을 때 가만히 둘 대화를 듣고 있던 크리스가 일단 방으로 들이자고 추워보인다고 말함. 사와무라가 문을 열고 방 밖에 조용히 서 있던 그를 데리고 들어옴. 가까이서 보니까 상당히 장신인 것은 둘째치고 옷 밖으로 드러난 팔과 다리가 붉게 얼어있어서 미유키도 이번에는 끙 소리를 내며 따뜻한 이불 속 자리를 양보했음.
이후 미유키는 몸이 좀 녹거들랑 이름이라던지 이것저것 사정에 대해 물어둘 생각이었지만 이 녀석이 따끈한 이불 속에 들어가자마자 노곤노곤하게 녹아버려서 실패함. 거기에 옆에서 오 잔다, 잔다! 를 외치던, 원래부터도 술자리에서 돌아오는 길이라 좀 취해있던 사와무라까지 그대로 잠들어버리자 이 뒤처리를 하느라고 뭘 더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짐. 결국 다음 날 날이 밝을 때까지 미유키 사와무라 크리스와 정체를 알 수 없는 하얀 녀석은 한 지붕 아래서 따뜻하게 그날 밤을 보냄.
다음날 나가면서 아무 생각 없이 밥 잘먹고 다녀오겠슴다! 외치는 건 사와무라고 무슨 일 생기면 바로 경찰 부르라고 귀뜸하고 나가는 건 미유키임. 안그래도 크리스 선배는 몸 안좋아서 휴학하는 중이라 더 신경이 쓰임. 거기다 마치 눈으로 빚은 것처럼 하얗게 빛나는 저 낯선 형태가 신경쓰이는 건 미유키뿐만 아니라 사와무라도 마찬가지라. 집을 나서기 전 간밤에 그를 들어다 재웠다는 방문 앞을 사와무라는 괜히 한번 쓱 보고 학교로 나섬.
집에 남은 크리스가 셋이 같이 먹은 아침 밥상을 치우고 어질러진 방안을 치우고 나서 점심 전에 따끈한 차를 마실 때 쯤 그가 깨어남. 잠에서 막 깨어나 상황 파악이 안 되는 듯 무표정한 얼굴 가득 의아한 빛을 띄우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걸 보고 크리스는 미유키의 걱정과는 달리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 거 같다고 생각함. 어느 쪽이냐면 야생동물 같은 느낌인가. 자기도 모르게 예전에 본가에서 길렀던 커다란 개를 떠올렸던 크리스는 미유키도 아니고 이런 실례인 생각을 하다니, 하면서 생각을 지움. 밤에 재울 때 불편할까 싶어서 벗겨둔 기모노 겉옷은 난로 옆에 걸어 말려두었는데 이게 그냥 하얀 천이 아니라 움직일 때마다 빛의 반사에 따라 화려하게 빛나도록 수가 놓아져 있는 옷감임. 딱 봐도 고급품이고 손이 많이 가는 옷임. 저런 옷을 입고 눈 내리는 한밤 중에 맨발로 길을 걷고 있을 사연은 과연 어떤 것일까. 크리스는 뭐라 말하는 대신 식탁을 가리키며 밥 먹겠냐고 물어봄. 늦은 아침밥을 차려주고 그가 밥 먹는 것을 유심히 본 크리스는 기모노가 그렇게 편해보이지 않은 데다 군데군데 더러워져서 젖어있는 걸 깨닫고 자기 옷을 내줌. 흰 셔츠에 검은 바지. 길이는 그럭저럭 맞았지만 품이 꽤 남았음. 그는 이런 양장이 어색한 듯 자꾸 옷깃을 만지작거렸음.
그날 사와무라는 평소보다 일찍 들어왔음. 평소 같으면 과 동기 하루이치나 카네마루, 혹은 동아리 선배들이랑 밥을 먹고 오거나 어딜 들렀다 오기 마련인데 이 날은 용건 끝나자마자 바로 집에 들어와서 크리스 선배한테 깍듯하게 인사하고 나서 그 녀석 어딨슴까? 를 외쳤음. 크리스는 거실을 가리킴. 물이 가득 담긴 대야 안에 감자가 들어있고 그 옆에 후루야가 숟가락과 거의 까지지 않은 감자를 들고 있음. 돕고 싶어하던데 칼을 주면 다칠 거 같아서. 오늘 저녁은 카레다/우오 카레임까! 신명나게 외치며 다가간 사와무라는 칼을 집어들고 감자를 깎기 시작함. 가끔 감자 들고 멍해있는 후루야한테 숟가락 뺏어서 일케일케일케! 시범을 보이는 것도 잊지 않음. 후루야는 그거 따라함. 썩 잘한다고는 말하기 어렵지만.. 크리스는 그걸 보면서 사와무라 형 노릇하느라 신났구나 라고 생각함.
미유키는 저녁이 다 지나서야 돌아왔음. 현관 앞에서 집안 가득 퍼진 고소한 카레 냄새를 맡으면서 오 카레네 하고 들어온 미유키는 식탁에 크리스 사와무라 + 후루야가 둘러앉아서 밥을 먹고 있는 걸 자연스럽게 지나쳐서 식탁 빈 자리에 앉음. 사와무라가 매정한 미유키 또 무슨 소리를 하려고~! 하면서 고양이눈을 떠도 농담으로 넘길 뿐 후루야한테는 아무 말도 안함. 후루야는 눈만 깜빡거린다음 계속 밥 먹음. 밥 먹는 속도도 느리고 양도 적어서 사와무라가 자꾸 더 먹으라고 재촉함. 미유키는 니 밥이나 제대로 먹으라고 놀림.
이날 미유키는 얼마 되지 않는 인맥을 잘 타서 경찰서 쪽을 알아보고 왔었음. 혹시 요 며칠 새에 실종신고 들어온 거 없었냐고 묻는 미유키 말에 아는 선배는 왜 누구 산에 갖다 묻기라도 했냐? 고 농담함. 미유키는 네 만약 신고 들어오면 잘 부탁드려요 선배! 하고 넘김. 여튼 선배 말에 따르면 신고된 건 없지만 이 뒤로 조금만 더 가면 홍등가라 그 쪽에서는 사람을 잃어버려도 신고도 안하고 자기들이 알아서 자체적으로 처리한다고 지나가는 말로 덧붙임. 홍등가? 아무리 그럴듯해 보여도 커다란 사내놈인데? 미유키는 고개를 저음. 가는 김에 경찰서 내 보드에 붙어있던 흉악범 리스트도 한번 쓱 훑었음. 아는 얼굴 없음. 다행인지 불행인지.
크리스나 사와무라한테는 그렇게 말해두긴 했지만 미유키는 사람 출신을 가리는 편은 아님. 남의 사정 시시콜콜하게 꿰고 있는 취미도 없고 당장 같이 있어서 재미있고 흥미로우면 그걸로 족함. 이거 관련해서 쿠라모치가 넌지시 말한 적도 있고. 다만 미유키가 후루야의 정체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크리스 때문임. 사와무라가 데려오긴 했지만 후루야를 데리고 있는 곳은 크리스네 하숙집임. 이 말은 당장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져야하는 쪽은 집 주인 크리스라는 얘기지. 그 바보가.. 알았다면 존경하는 선배한테 이런 부담을 주진 않았겠지. 여튼 미유키는 지금 하숙집이 상당히 마음에 들고 인간관계 협소한 자신에게 크리스-미유키-사와무라 이 관계가 상당히 괜찮은 관계라는 걸 잘 알음. 마음에 드는 건 평소에 잘 아껴둬야함. 밥을 먹으면서 미유키는 티 안나게 맞은 편의 후루야 얼굴을 쓱 봄. 어딜 봐도 범죄자 같은 분위기는 아니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
밥 먹으면서 사와무라가 근데 후루야가 입은 옷 크리스 선배 껌까? 기모노가 아님다 하고 물어봄. 미유키도 크리스도 후루야..? 하는데 사와무라가 아무렇지도 않게 밥 꿀떡 삼키면서 아까 이름 물어봤슴다 이녀석 이름 후루야라고. 후루야:(끄덕) 그거 듣고 미유키는 이름 알면 신원확인 더 쉬워지는거 생각하고 크리스는 하루종일 같이 있으면서 일도 좀 도움받고 가끔 말도 걸었는데 한마디도 안하더니 감자 깎는 그 잠깐 사이에 이름 들었나 역시 사와무라구나 하고 생각함. 뭐야 제대로 말할 줄 아네 하도 말없길래 못하는 줄 알았는데. 크리스와 동일하게 후루야가 말하는 거 한마디도 못들었던 미유키가 장난스럽게 덧붙이자 사와무라는 미유키 꼭 말을 해도~! 하고 도끼눈을 떴고 후루야는 먹던 밥에서 시선을 올려서 미유키를 잠깐동안 빤히 쳐다봄. 이번에도 그 시선에 좀 움찔한 미유키는(물론 티는 안냈다 내면 버릇없는 사와무라가 분명 치고 들어오기 때문에) 다시 시선 내리는 후루야를 보면서 그건 그렇고 분위기 묘한 녀석이네.. 도통 산사람처럼 보이지 않고. 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실례되는 생각을 함. 그리고 그 직후 후루야가 젓가락질 하다가 반찬을 흘려서 미유키는 으음.. 하고 사와무라는 이봐 후루야 젓가락을 잘 쥐어야지 잔소리하고 크리스는 하하 웃음.
후루야가 이 집에 온 지 며칠 지난 어느 날 아침 요란하게 기지개를 펴고 일어난 사와무라는 오늘도 나갈꺼냐고 묻는 크리스한테 고개를 저으면서 오늘은 작업실에서 그림 그릴 검다! 하고 대답함. 학사일정 다 마무리된 겨울방학이라 알바나 약속 빼곤 별 할 일 없는 사와무라가 그동안 밥이다 술이다 해서 바깥으로 내돈 이유는 사실 약간의 슬럼프? 비슷한 거였는데 그러던 사와무라가 모처럼 그림을 그리겠다는 말에 크리스는 잘 되었다고 생각함. 나중에 간식이라도 가져다줘야겠다. 고작 별채로 가는 건데도 다녀오겠슴다를 외치는 이 활발한 후배가 크리스는 정말 싫지 않음. 미워하기 힘든 성격이라고 할까.. 사실 어깨 다친 걸로 그림을 거의 포기하고 있었던 크리스의 마음을 고쳐먹게 만든 계기도 사와무라가 준 거라서. 우리집 하숙생이기도 하고 이것저것 편의를 봐주고 싶은 마음이 자꾸 듬. 후루야를 맡은 것도 그 마음의 연장선임. 미유키가 걱정하는 게 뭔지도 알지만 그보다는 아무 것도 모르고 헤헤 웃고 다니며 오만잡군데 오지랖을 펼치는 귀여운 후배를 챙겨주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함. 문제 생겨도 그럭저럭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집에 힘도 돈도 의지가 되는 아버지도 있고. 후루야가 위험해보였으면 크리스가 먼저 나서서 사와무라 빼내고 선 그었을 텐데 그것도 아니라서.. 지금은 어딘가 모자라보이는 후루야랑 그거 챙겨주면서 신나하는 사와무라가 귀여울 뿐임.
미유키는 아침 먹고 나서 방안에서 뭘 하는지 안나옴. 크리스는 이럴 때 미유키를 가만히 두는 게 좋다는 걸 알아서 그냥 놔둠. 또 잡지나 유명 포토그래퍼 사진 같은 거 잔뜩 보면서 자기 생각에 잠겨있겠지. 미유키가 한 며칠 이렇게 하고 난 다음에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는데 이게 또 상당히 괜찮음. 남들은 자유분방한 표현이니 신경 쓰지 않은 정밀한 구도니 뭐니 하지만 사실 미유키는 보이는 거보다 훨씬 빡빡한 성격임. 자기가 좋아하는 걸 조용하고 꾸준하게 쌓아가는 스타일. 물론 센스는 타고난 거지만.
마지막으로 오전 늦게 일어난 후루야는 느즈막히 아침을 먹고 크리스를 도움. 말은 별로 없지만 가르치면 가르치는 대로 식기를 싱크대에 가져다 놓거나 크리스가 어깨 때문에 지지 못하는 무거운 짐을 나르거나 함. 항상 멍해서 눈치가 빠른 것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크리스한테 신세를 지고 있다는 것 정도는 인식하고 있다고 할까. 시킨 일을 다하고 나서는 또 뭐가 있냐는 듯 크리스를 빤히 쳐다보는데 그게 또 새끼 조류같아서 좀 귀여움. 물론 덩치는 안귀엽지만. 크리스는 적당히 할 일을 하고 나서 괜찮다고 말함. 아무 말 없고 괜찮은 눈치길래 처음에 일을 좀 많이 시켜봤더니 후루야 체력에 방전이 와서.. 힘은 있지만 체력이 좀 약한 거 같음.
그렇게 느긋한 오전을 보내자 사와무라가 늦은 점심을 먹으러 옴. 밥 먹으면서 진척상황을 묻는 크리스한테 사와무라가 거의 다 됐다고 큰 소리치고 그런 사와무라를 후루야가 빤히 쳐다봄. 나 그림 그려. 보러 갈래? 말하자 후루야는 보일듯 말듯 고개를 끄덕임. 마침 오전에 할 일을 거의 다 한 크리스가 흔쾌히 허락하자 사와무라는 신나서 후루야를 붙잡고 작업실로 감.
그림 그리는 도중이라 작업실 안은 빈말로도 깔끔하다고 볼 수 없는 모양새였지만 사와무라는 신경쓰지 않는 듯 대강 밀어서 후루야가 있을 자리를 만듬. 바닥에 널린 종이며 붓 등을 보던 후루야가 사와무라가 그리던 그림을 보자 사와무라는 이거 그리는 도중이라 좀 부끄럽긴 한데 그래도 너한테는 보여줘야지! 하면서 보여줌. 하얀 종이 위에 눈 밭에 선 하얀 발이 그려져있음. 맨발이 눈에 파묻혀있는 장면이지만 형태가 일그러지지 않고 따뜻한 느낌의 색채를 써서 그렇게 춥거나 괴로워보이지는 않음. 너 처음 봤을 때 맨발이었잖아. 어쩐지 좋은 느낌이 들어서. 아, 넌 추웠을 테니까 좋은 느낌이라고 하는 건 좀 아닌가? 멋대로 말하는 사와무라의 말을 들으면서 후루야는 한참동안 그림을 들여다 봄. 그날 밤. 차갑다 못해 끝내는 아무런 느낌조차 나지않던 어디까지나 이어져있을 것 같았던 하얀 눈길. 그리고.. 후루야는 사와무라에게 있잖아, 하고 말을 검.
뭐라 더 말하지 않고 입을 다문 후루야의 시선이 자기가 쥐고 있는 붓에 닿아있다는 걸 알아채서, 나 하는거 보고 신기해보여서 해보고 싶었던 건가? 하는 생각을 하며 후루야의 손에 제 붓을 쥐여줄 때만 해도 사와무라는 별 뜻이 없었음. 남는 종이도 꽤 있고 지금 그리는 그림 어디 낼 거 아니니까 급할 것도 없고. 하얗고 길고 섬세한 손가락 사이로 붓이 걸리는 게 꽤 그럴 듯한데 했던 것도 찰나, 그 뒤 붓 끝에서 펼쳐진 선에 사와무라는 숨을 멈추고 입을 다물었음. 종이 위에 붓이 몇 번 더 그어지자 화면 위는 거칠게 그려진 커다란 손 하나로 가득 채워졌는데 비례를 딱딱 맞춘 것도 아니고 검은 먹과 하얀 종이 외엔 색조차 없었지만 손은 금방이라도 이쪽으로 튀어나와 자기 쪽으로 끌어당길 거 같았음. 선 전체가 으르렁거리는 듯한 생동감. 사와무라는 몇 번이고 말을 고르다가 딱 한 마디 했음. 이거 내 손이야..? 후루야는 고개를 끄덕임. 아. 사와무라는 저도 모르게 중얼거림. 내가 그날 후루야의 발을 보고 있었던 것처럼 후루야는 내 손을 보고 있었구나. 후루야한테는 이렇게 보였던 거야. 후루야한테서 건네 받은 붓 끝에서 먹물이 옮겨 옆의 아직 쓰지 않은 종이에 검은 얼룩을 크게도 만들 동안 후루야의 그림을 들여다 보던 사와무라는 후루야가 저기, 종이.. 하자 고개를 번쩍 들고 소리침. 후루야, 더, 더 그려봐! 여기! 더!
저녁 먹을 때쯤 미유키는 겨우 틀어박혔던 방안에서 나왔음. 머리를 긁적여서 생긴 작은 까치집을 머리에 얹고 나온 미유키는 집 안이 조용하다고 생각함. 크리스 선배. 미유키는 또 뒷머리를 문지르며 물어봄. 사와무라녀석 어디 갔어요? / 아니 별채에. 오늘은 그림 그린다고 하던데. 다시 빨래 개기에 열중하는 크리스를 잠깐 본 미유키는 고개를 기울임. 그.. 후루야는요? 보통-이라고 할 정도로 오래 같이 살진 않았지만 이 시간이면 크리스 옆에서 요령없이 다 구겨진 빨래뭉치를 만들고 있을 녀석이 안보임. 크리스는 반듯하게 개어진 빨래에서 시선을 떼지 않고 대답함. 후루야도 같이 있어.
저녁 먹을 때가 다 지나서 슬슬 데리러 가야 하나, 고 고민하고 있을 즈음 사와무라랑 후루야는 집으로 돌아왔음. 사와무라는 품 안 가득 종이 뭉치를 들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그게 다 그림이었음. 평소랑 달리 차려둔 식탁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거실 넓은 곳에 큰 소리로 선배들을 불러놓은 사와무라는 넓은 공간 한 가득 가지고 온 그림을 펴놓았음. 새, 등잔, 어딘지 모를 마루바닥, 손, 창으로 본 풍경, 사와무라의 벗어둔 신발, 하얀 개, 별채에 쌓아둔 짐들, 겨울날의 풍경... 소재는 다양했지만 전부 한 사람이 그린 것이었고 평소 자주 보는 사와무라의 솜씨는 아니었음. 설마. 이상한 예감에 얼굴을 찌푸린 선배들 대신 사와무라가 소리쳤음. 굉장하지 않씀까? 이거 다 후루야가 그린 검다!
미유키는 얼른 가까이에 펼쳐진 그림 하나를 집어올렸음. 늘상 보는 별채 한 구석에 사와무라가 그림 그리느라 벌려놨을 종이뭉치와 그림도구들이 덧붙여진 익숙하다면 익숙한 장면. 다만 그런 것일 뿐인데. 미유키는 생각함. 여기가 이렇게 눈길을 끄는 장소였던가? 먹이 배어 버스럭거리는 종이의 감촉도 텁텁한 먹 냄새도 익숙한데 미유키는 자기가 영 모르는 공간에 놓여진 것 같다고 생각함. 이게 이렇게 마음을 끄는 것이었나?
아무 말도 없이 그림을 들여다보는 선배들을 보고 사와무라가 씩 웃음. 저도 깜짝 놀랐슴다! 후루야녀석, 그림 배운 적 없다고! 대단하지요! 그 목소리에 담겨진 감탄은 다른 감정일랑은 요만큼도 없는 순수한 것이어서 미유키는 그림에서 눈을 떼고 사와무라를 쳐다봄. 너.. 괜찮냐? / ? 뭠까? 앗! 그러고 보니 배가 고픔다! 밥! 바쁘게 식탁에 달려들기 시작하는 사와무라를 두고 미유키는 자기 손에 쥐었던 그림이랑 그 때까지 옆에 서 있다가 야단법석을 떠는 사와무라를 따라 막 식탁에 앉은 후루야를 쳐다봄. 그림을 배웠다 배우지 않았다의 문제가 아님. 이건 타고난 재능의 영역이라고 미유키는 단번에 눈치챘음. 크리스는 물론이고 그림을 배운지 얼마 되지 않은 사와무라조차 보는 순간 그걸 알았을 거라고 생각함. 미유키는 크리스를 한 번 봄. 크리스는 조용히 고개를 저음. 이게 조각이었더라면, 자신의 영역이었더라면. 나는 대단하다, 고 말할 수 있었을까? 대단한 건 어느 쪽이냐.. 미유키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자 크리스도 따라서 미소를 지음.
후루야는 눈을 반짝이며 크리스를 쳐다봤음. 그 옆에는 나름 잘 닦였지만 정리가 되었다고 보기는 좀 어려운 그릇들이 쌓여있었음. 크리스의 시선을 느낀 후루야는 다시 맹렬하게 크리스를 쳐다봤음. 그릇을 꼼꼼하게 본 크리스가 고개를 끄덕이자 후루야는 그 무표정한 얼굴 가득 티나지 않게 희색을 띄우며 바깥으로 나갔음. 크리스는 후루야가 닦아놓은 그릇을 다시 잘 정리해서 넣어둠.
집 밖 별채에 도착한 후루야는 천천히 문을 열었음. 오래된 나무 냄새랑 물감의 냄새가 풍김. 햇빛 잘 드는 공간 한가운데 앉아있던 사람이 힐끔 뒤를 돌아보더니 고개를 까닥이고 다시 원래 자세로 돌아감. 빛을 받은 안경 위가 반짝반짝하니 빛났음. 그가 보지 않아도 고개를 꾸벅 숙인 후루야는 별채 한 쪽에서 조금 뻑뻑한 서랍을 열어서 사와무라에게 받은 종이랑 붓 등등을 꺼냄.
그 저녁 이후 사와무라는 크리스한테 자기가 쓰지 않을 동안 별채를 후루야도 사용해도 되는지 물어봄. 크리스는 미유키가 괜찮다면, 하고 단서를 달았고 원래부터도 별채를 사와무라랑 반분 해서 빌리고 있는 미유키는 집주인도 허락했겠다 크게 이의를 제기할 이유를 찾지 못했음. 구상 단계라면 모르지만 일단 만들기 시작하면 미유키도 집중력이 엄청나기 때문에 옆에 누가 있건 인식하지 못하니까 별 상관 없기도 하고. 해서 크리스를 도와 집안일을 하는 시간 빼고 후루야는 하루의 남은 시간을 줄곧 별채에서 쓰고 있음.
굶주렸다. 그 말 외에 후루야의 상태를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말은 없는 것 같았음. 후루야는 끊임없이 그렸음. 처음 사와무라가 쥐어준 종이는 한나절만에 다 써버려서 크리스가 전에 쓰다 남은 종이를 가져다줬는데 그것도 이틀 째가 되자 다 떨어졌음. 밥도 먹으러 오지 않고 이거라도 싶어 가져다둔 간식은 손도 안댄 채로 방치되었다는 걸 발견한 사와무라는 후루야를 붙잡고 야단을 쳤음. 밥을! 먹어! 잘 먹지 않으면 못 그린다고! 알겠냐 후루야! 자기도 그림 처음 배울 때 비슷했던 주제에 이쪽을 보며 저 잘했죠? 하고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는 후배가 귀여워서 크리스는 고개를 끄덕였음.
여튼 그 때 사와무라의 어깃장이 효과가 있었는지 요새는 밥 때를 지키려고 노력하고 가져다둔 간식에도 조금씩 손을 댐. 지금도 붓을 잡지 않은 손에 쥔 팥빵 소가 부스러져 종이에 뭉개지고 있는 건.. 먹고 있는 게 아닌가. 미유키가 접시 위 다른 빵에 손을 뻗어 크게 한입 베어물자 후루야도 뭔가에서 깨어난 것처럼 빵을 한 입 먹음. 그 직후 흘러내린 팥으로 손이 끈적해져 있는 것에 좀 당황한 것 같긴 했지만. 어이 옷에 문질러 닦지 마. 미유키는 가볍게 말을 던짐.
한참 열중하고 있던 미유키는 안에 들어오는 햇빛의 각도가 변한 것을 느끼고 허리를 쭉 폈음. 아이고 허리야. 뚜둑거리는 허리와 어깨를 푼 미유키는 아까부터 후루야가 움직임을 멈췄다는 걸 깨달음. 시야 안에 들어와있긴 했지만 그림에 집중하던 터라 인식을 못했음. 후루야는 가만히 벽에 붙은 어떤 그림을 보고 있었음. 사와무라가 사온 잡지에 실린 작품을 오려내서 벽에 붙여둔 거임. 세밀한 농담표현이 주특기라던 유명 화가의 그림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후루야한테 미유키가 너도 저거 해보고 싶어? 하고 말을 건넴. 후루야는 맹렬하게 고개를 끄덕임. 전공은 아니지만 수묵기법 들은 적 있으니까. 미유키는 기억을 되살림.
아니 그런게 아니라. 붓을 좀 더 눕히라는 미유키의 말에 후루야가 고개를 갸웃하자 미유키는 후루야한테 다가가서 붓을 든 손을 감싸 잡음. 이렇게, 접시를 닦아내듯이.. 미유키가 손을 놓자 후루야는 그대로 붓을 종이 위로 옮겨 선을 그었음. 그렇지. 어때 됐지? 원하는 것을 얻어서 기뻐진 후루야가 눈을 반짝이며 종이를 들여다보는 동안 미유키는 중얼거림. 붓을 한번도 안 잡아본 손은 아닌데. 그 말에 후루야는 다시 미유키를 쳐다봤음. 여기 오기 전까지 어디서 뭐 했는지, 말해볼래?
후루야는 눈을 깜빡였음. 집안일을 자주 돕는 크리스나 옆에서 이것저것 말을 거는 사와무라랑 달리 후루야는 미유키와 그렇게 말을 섞어본 적이 없음. 일부러 말을 안건다기보단 마주칠 일이 별로 없고 기껏해야 식사시간에 미유키가 물 여기 있다느니 흘릴 것 같다느니 대충 건네고 후루야는 고개를 끄덕이는 게 다임. 요 며칠 작업실을 같이 쓰긴 해도 미유키는 그릴 때 집중하는 스타일이고 후루야는 처음 그려보는 그림에 정신이 팔렸었기 때문에 대화할 기회가 없었음. 후루야는 미유키를 쳐다봤음. 언제나 웃음을 띄고 있는 것 같은 느슨한 얼굴은 평소랑 다를 게 없고 방금 한 "말해볼래?"도 거기 좀 지나갈게? 나 그 옷은 여기 둬줄래? 랑 별 차이가 없는 뉘앙스였음. 그렇지만. 후루야는 가벼워보이는 이 남자가 가끔씩 날카로운 표정을 짓는다는 걸 알고 있음. 그건 시끄럽지만 따뜻하게 구는 사와무라나 무심과 친절함 사이의 태도를 하고 있는 크리스와는 확연히 다른 것이었으니까. 이 사람은.. 후루야가 입술을 깨물자 미유키는 잠깐 인상을 쓰더니 으으, 하면서 뒷머리를 긁음. 그렇게 겁먹지 말라고. 그냥 궁금했던 거니까. 겁줘서 미안. 시원하게 사과한 미유키는 바닥에 앉아있는 후루야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어주고 작업실 밖으로 나감. 저녁 시간 다 됐네. 밥 먹으러 가자.
그날 저녁 어쩐지 밥을 잘 먹지 못하는 후루야를 보고 미유키는 안보이게 푹 한숨을 쉼. 겁주려던 건 아닌데. 남자, 신장 180cm 정도, 나이 10대에서 20대 사이, 이름 후루야... 추가로 알게 된 정보를 가지고 다시 선배를 찾아갔지만 허탕이었음. 신고 들어온 거 없던데? 뭐 착각한 거 아니냐? 미유키가 실종자 신고명단에 이어 흉악범죄자 도주중인 범죄자 목록까지 훑어보자 선배의 눈이 예리해지는 통에-너 정말은 무슨 일 있는거 아니지?- 아무 것도 아니라며 얼버무리고 나온 터임. 단순히 가출청소년일 수도 있고 밖에 나온 이유도 집안 사정이라던가 하는 단순한 것일 수도 있음. 작정하고 남을 속이거나 못된 짓을 할 정도로 요령이 좋지도 않아보이고. 크리스나 사와무라랑도 잘 지내는 거 같고 집안일도 도우려 하고. 빨래 개는거 너무 서툴어서 옷이 다 구겨져 오지만. 너무 경계하지 않아도 되나. 그보다 단순히 물어봤을 뿐인데 그렇게 쫄다니 이쪽이 나쁜 거 같잖아.. 미유키는 밥을 팍팍 먹고 일어남. 선배 잘먹었습니다. 후루야의 시선이 자기를 따라오는 걸 느꼈지만 일부러 모르는 척 했음.
다음 날 느즈막히 아침을 먹고 작업실로 들어간 미유키는 바닥에 종이를 펼쳐놓고 들여다보고 있는 후루야를 발견했음. 소리가 나는 문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자기를 발견하고 움찔하는 어깨를 보고 미유키는 아 그러고보니까 어제.. 하고 떠올림. 어제 일은 좀 심했고 내 잘못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피할 필요까지는 없겠지, 라고 생각한 미유키는 후루야한테 자극이 되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자기 작품 앞에 앉았음. 그림을 보는 척 돌린 옆얼굴에 느껴지는 시선이 따갑다고 느낀 미유키는 다음 순간 자기 앞에 드밀어진 종이에 당황함. 뭐? / 저기... 후루야가 가리킨 곳에 잡지 다음 장이 걸려있음. 저거 알려달라고? / (끄덕) 너 나.. 무서워하잖냐고 말하려 했던 미유키는 이쪽을 똑바로 쳐다보는 후루야의, 종이를 움켜쥔 손이 하얗게 질려있다는 걸 발견함. 그림 그릴 수 있으면 겁이고 뭐고 아무 상관없다는 건가, 뭐야 이 녀석도 결국 그림바보였나? 이거 생각보다 재미있는 녀석이잖아? 후루야의 성향과 상황 파악을 끝낸 미유키는 하핫, 하고 크게 웃음. 후루야가 뭔가 싶어 이쪽을 봤지만 미유키는 순간 정말 즐거워졌음. 그래 남의 집에서 출신도 밝히지 않고 식객하려면 이정도 배짱은 있어야겠지! 그말에 후루야가 다시 움찔하는 것도 신경쓰지 않고 방법을 일러준 미유키는 화면 안으로 빨려들어갈 것처럼 그림을 들여다보고 있는 후루야한테 말했음. 그 이상은 사와무라한테 물어봐. 아무래도 먹 쪽은 걔가 더 잘 알거든.
말하면서 미유키는 사와무라에게 후루야를 가르치게 하는 건 좀 잔인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함. 물론 전에 사와무라는 순수하게 후루야의 실력을 대단하다고 감탄했지만 아무리 낙천적인 사와무라라도 이 정도의 재능을 앞에 두고 질투를 느끼지 않을 수는 없을 거임. 당장 다른 분야인 자신도 볼 때마다 할 말을 잃곤 하는데. 그림을 좋아하지만, 아니 오히려 그래서 좋아하는 것을 잘하고 싶은 마음에서 우리는 자유로울 수 없음. 겉으로 큰소리만 치는 것 같아 보이는 사와무라가 뒤에서 얼마나 노력하는지 알고 있어서 미유키는 잠시 생각에 잠김. 늘 투닥대도 아끼는 후배인데. 아니 오히려 그래서. 미유키는 이런 후루야가 사와무라에게 좋은 자극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음. 사와무라 또래에 이렇게 수묵 쪽에만 열중하는 사람은 없음. 자칫 고립되고 고착화되기 쉬운 위치에서 이렇게 자신 밖에서 안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동등한 존재란 얼마나 중요한가. 미유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되풀이함. 꼭 물어봐. 그 녀석도 좋아하며 알려줄걸. 거기에 이 재능이 제대로 된 선생을 만나지 못해 꽃을 피우지 못하는 것은 역시 아쉬우니까.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날 저녁 알바를 마치고 돌아온 사와무라를 반겨준 건 방에서 종이를 펴놓고 기다리고 있는 후루야였음. 후루야가 너에게 용건이 있는 것 같다. 어딘가 불편해보이는 크리스의 말에 고개를 갸웃하며 방으로 들어간 사와무라는 그림 기법을 알려달라는 후루야의 말에 신이 나서 저녁도 먹는 둥 마는 둥 마셔버리고 작업실로 향함. 식탁의 그릇을 차곡차곡 쌓아서 싱크대에 가져가는 미유키에게 크리스는 조용히 말함. 미유키. 네가 알려줬구나. 미유키는 네 하고 대답함. 미유키의 생각과 달리 크리스는 후루야를 가르치는 게 사와무라에게 좋다고 생각하지 않음. 사와무라는 열심히 노력하고 부쩍부쩍 성장하고 있지만 그림을 본격적으로 배운지 얼마 안 됐고 재능이 있다기보단 꾸준히 노력하면서 차근차근 실력을 쌓고 있음. 그런 사와무라에게 벌써부터 배워도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지는 않음. 그보다는 자신 안에 있는 것을 어떻게 꺼내고 그려내야 하는가를 천천히 가르쳐주고 싶었음. 자신처럼 무리하지 않게 한걸음씩 꾸준히. 조용한 거실에 그릇 씻는 소리만 울려퍼짐.
사와무라는 숨을 죽이며 고개를 숙였음. 후루야의 붓 끝에서 나온 선이 하얀 종이를 천천히 물들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거의 엎드리다시피 하고 있던 사와무라는 후루야의 손이 멈추자 드디어 참았던 숨을 토해냈음. 우오. 후루야는 고개를 한번 갸웃하더니 방금 그렸던 종이를 저쪽에 대충 던져놓고 새 종이를 고정했음. 그리고는 또 붓을 듬. 후루야가 놔둔 그림을 잘 집어든 사와무라는 그걸 햇빛에 비쳐봄. 거칠지만 유연한 선, 그려진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담고 있는 면. 후우. 사와무라는 눈을 몇 번 깜빡이고 그림을 다른 그림들이 쌓여있는 위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음.
후루야가 그림을 가르쳐달라고 찾아왔던 저녁부터 사와무라와 후루야는 전보다 많은 시간을 별채에서 보내고 있음. 사와무라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줄줄히 잡혀있던 약속도 취소했고 후루야는 할 일이 끝나면 잽싸게 별채로 옴. 밥 먹는 시간도 아까워 식사 때 다 되서 크리스가 부르러오거나 아니면 가져다주는 간식으로 배를 채우는 경우도 많음. 계속 붓을 움직이는 후루야를 보면서 사와무라는 생각함. 저녀석도 참 질리지 않는구나. 하지만 알 것 같아. 후루야. 네가 그리는 건 봐도 봐도 질리지 않아. 눈을 뗄 수가 없어.
사와무라는 자기 어릴 적을 떠올림. 부모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던 할아버지의 방은 언제나 수묵화와 화첩들로 가득했음. 이미 옛날에 모았던 것들이고 좁은 방이었지만 꽤 비싼 진품들도 있었다고 하니까, 사와무라가 동양화를 택한 것도 할아버지와 관련이 있음. 몇십, 몇백년이나 전의 화가가 그린 부드럽고 유연하고 거칠고 강인한 선들과 평면보다 깊고 넓게 펼쳐지는 면들. 아주 어렸을 적부터 그런 것을 보고 자란 사와무라는 항상 궁금했음. 그들은 어떻게 했던 걸까? 그린다는 것, 그리지 않고서도 그려낸다는 것, 이토록 단순하고 명쾌한 선과 흑백의 조화 속에 몇 백가지 형상이나 글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담는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그들은 어디에 서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생각했을까? 언젠가 나도 이런 걸 그릴 수 있을까? 이 아득한 화면으로, 어렴풋이 보이는 그 장소로 나도 갈 수 있을까?
대학에서 그림을 배우고 있는 지금에서도 사와무라 안의 이런 의문들은 끝나지 않았음. 아니 오히려 배우면 배울수록, 그림에 대해 알게 되면 알게 될수록 더 많은 것이 보이고 그들과 자신 사이의 거리가 보였음. 이미 백 년도 전에 떠나간 화가들의 그림들을 보고 행적을 더듬을 때마다 사와무라는 목이 마르다고 느낌. 먹을 마시고 종이를 쌓으면 간신히 숨이 트이지만 곧이어 또 다른 더 거센 갈증이 찾아왔음. 이건 아마 끝나지 않겠지. 아직 도달할 길이 다 보이지 않는 아득한 저편.
백년 정도 걸리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음. 지금으로부터 딱 백년 전에 그렸다는 봄 산의 그림을 보고 나서였음. 그 정도 지나면 나도 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서 같은 곳을 보고 같은 것을 그릴 수 있겠지. 백년이면 아직 까마득하지만 안될 것도 없을 거 같았음. 그래 백년동안 계속 그림을 그리는 거야. 그럼 또 백년 뒤에는 후손들이 와서 보고 그러겠지. 와, 어떻게 이런 그림을 그렸을까? 나도 이렇게 되고 싶다. 완벽한 계획이지. 사와무라는 혼자 고개를 끄덕끄덕했음. 그래. 백년이야. 백년동안 그림을 그리자.
하지만 그날 밤 후루야의 그림을 보고 나서 사와무라는 깨달았음. 아. 백년이 걸리지 않겠구나. 백년이 아니구나. 이 녀석에게는.
사와무라는 후루야를 바라봄. 후루야는 이제껏 종이에서 한번도 눈을 떼지 않고 그림을 그리고 있음. 항상 그랬던 것처럼. 보는 쪽의 가슴이 미어질 정도로 유려하게 움직이는 팔과 손목. 그리고 그걸 따라가는 단호한 선. 형상. 세계. 사와무라는 후루야가 옆에 놓은 그림을 보고, 자기가 모아서 벽에 붙여둔 잡지 사진들을 봄. 후루야. 고개를 숙이고 있던 후루야가 움직임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사와무라를 봄. 사와무라는 말함. 우리 학교 올래? 후루야는 눈을 크게 뜸. 바닥에 놓은 붓에서 배어나온 먹물이 종이를 둥글게 물들이고 있었음. 사와무라는 다시 한번 말함. 나랑 같이 학교 다니자 후루야.
후루야는 잘 모르겠다는 얼굴로 눈을 깜빡임. 사와무라는 웃었음. 웃으면서 자기 표정이 이상하지 않길, 제대로 웃고 있길 바랬음. 후루야, 너 그림 좋아하지? 후루야가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임. 등 뒤에 희미하게 오라가 비치는 모습에 사와무라가 하하, 하고 웃음 소리를 냄. 나도 엄청 좋아해, 그림. 그러니까.
질투가 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 그림을 배운지 얼마 안된 사와무라에게도 후루야가 가진 것이 단순히 노력만으로 이뤄낼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이 분명히 보였음. 미유키나 크리스가 뭐라 할 필요도 없이 사와무라는 처음 후루야와 그림을 그렸던 날을 생생하게 기억함. 분명 눈앞에서 봤으면서도 눈을 의심했던 순간. 후루야가 이쪽으로 내민 종이를 받지도 밀어내지도 못하고 서서 그 손 안만 들여다보고 있었음. 분명 백년이 걸릴 텐데. 눈 앞의 존재는 까마득한 세월을 순식간에 넘어가고 있었음.
기다려. 가지마. 사와무라는 손을 뻗었음. 나만 두고 그쪽으로 가지 말아줘. 사와무라는 주먹을 쥠. 앞을 보고 서서 이쪽을 돌아보지 않는 가는 등. 나도, 나도 그림을 좋아해. 너무너무 좋아해. 그래서 더 잘그리고 싶었어. 네가 가고 있는 그 쪽으로 나도 가고 싶었어. 이미 오래전부터 계속. 계속. 계속. 그러니까 나만 두고 가지 마. 나도..
나도.
아아. 사와무라는 엎드린 채로 한참동안 바닥을 두들기던 주먹을 멈춤. 그래. 사와무라는 천천히 고개를 듬. 지금 저기까지 갈 수 있는 녀석이 있어. 그러니까 나한테도.. 백년은 안걸려.
사람은 백년 넘게 살 수 없음. 그림도 백년 동안 그릴 수 없음. 사와무라는 생각해봤음. 그렇다면 그날은 언제 내게 찾아올까?
삶은 계속 이어지고 앞으로 그림을 그릴 날은 셀 수 없으리만큼 많음. 눈앞에 끝없이 펼쳐진 나날동안 머나먼 언제 닿을지 알 수 없는 목표를 향해 간다는 것은 심지가 굳고 의욕 넘치는 사와무라에게조차 힘들고 어려운 일이었음. 심지어 닿을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어지는 날도 있었음. 그런날이면 사와무라는 작업실을 나와 밖으로, 거리로, 선술집과 가라오케로 내돌았음.
분명 후루야는 자신과 다름. 제게는 어렴풋했던 길이 후루야에게는 좀 더 또렷하게 보이는 거 같음. 줄곧 바라고 이루려 했던 목표와 자신, 그리고 후루야 사이의 거리를 잰다면 분명 후루야는 자신보다 훨씬 앞서 있을 거임. 하지만 후루야는 아직 사와무라가 원하는 곳까지 완전히 도달한 것은 아님. 어떻게 닿을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던 몇 백년 전의 그들과 달리 후루야의 등은 아직 보임. 이거라면 따라갈 수 있어. 사와무라는 생각함. 후루야. 넌 내게 확신을 줘. 거기까지 갈 수 있다고. 결코 닿지 못하는 곳이 아니라고. 그러니까 너랑 함께라면 분명 갈 수 있어. 그 아득한 저편으로.
한참동안 바닥을 보다가 고개를 들었을 때 사와무라는 후루야가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얼굴을 하고 있었음. 항상 감정표현이 부족한 자신에 비해 사와무라는 다양한 감정을 드러내니까 신기하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그때의 사와무라는 평소보다 더했음. 그 복잡한 감정의 물결 속에서 후루야가 간신히 읽어낸 것은 \'슬프면서도 기뻐서 견딜 수 없어하는 것 같다\'였음. 어떻게 두 개의 상반된 감정이 공존하는 걸까. 고민하는 사이 사와무라가 입을 열었음. 후루야. 너랑 동급생이라면 좋았을 텐데. 사와무라의 얼굴에서 알 수 없는 감정이 더 진해졌음. 네가 나으니 내가 나으니 투닥이면서 다 쓴 물감 따위를 빌리고 빌려주고, 아무도 남아있지 않은 늦은 시간까지 경쟁하듯 교실에 남아 그림을 그리고, 교수가 한 가벼운 조언 같은 이야기를 엄청 신경써서 비교하고 나누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나란히 달리는 그런 사이였다면. 네가 산을 그리면 나는 바다를 그리고 내가 선을 그리면 너는 면을 채워넣고 그렇게. 너와 그렇게 지내고 싶었어. 물론 네가 가진 것을 나는 갖지 못했지만. 따라가기에만 기를 쓰고 쫓아야겠지만. 말과 다 말하지 않는 말들을 삼키며 사와무라는 후루야를 똑바로 쳐다봤음. 얇은 커튼 밖으로 빛이 새어들어와 방안을 밝히는 맑은 겨울의 오후. 사와무라의 눈동자는 빛을 삼킨 듯 밝게 타올랐음. 후루야. 계속 그림 그려. 환한 불꽃의 속삭임. 나랑 같이 학교에 가도, 가지 않아도 돼. 하지만 그림은 계속 그려. 나도 그럴 테니까. 그렇게 계속 같이 그리는 거야. 둘이서. 혼자서는 갈 수 없는 그 곳에 함께 가자.
말을 마친 사와무라는 자리를 잡고 자기 도구를 꺼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함. 그동안 그림만을 보고 있었던 후루야는 처음으로 그런 사와무라를 오랫동안 쳐다봄.
사와무라는 잠에서 깨어났다. 핸드폰에 맞춰둔 알람이 막 울리려던 찰나였다. 익숙한 트럼펫의 첫 소절을 잠시 듣던 사와무라는 알람을 끄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대로 닫지 않아 반쯤 열린 커튼 바깥으로 보이는 세상은 아직도 짙은 남색이었다. 써늘한 새벽 공기에 목 뒤며 팔뚝에 닭살이 일어났지만 방금까지 뒤집어썼던 이불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핸드폰 속에서 어제 밤 도착한 문자메시지들이 반짝이며 존재를 알렸다. 거의 대부분 우승을 축하한다는 내용이었다. 수많은 메일 사이에 가끔 보이는 익숙하고 그리운 이름들이 가슴 한 구석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도 벌써 10년이 넘어가지만 아직도 어떤 것들은 사와무라의 삶에 깊게 남아 있곤 했다. 예를 들어 고단한 아침을 깨우는 알람은 3년 동안 지겹게 들었던 히팅 마치라던가-
다 마신 우유곽을 잘 접어 쓰레기통에 던져 넣고 사와무라는 후드를 뒤집어썼다.
안 그래도 경사가 있는 산에 미끄러운 이슬까지 더해지니 달리기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그래도 질 수야 없지. 사와무라는 속도를 더 냈다. 같은 거리라면 평지보다 산길을 달리는 게 더 좋다.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를 잡은 것도 집 뒤에 산이 있어서였다. 고등학교 3년간은 정말 지겹도록 그라운드를 돌았다. 그 한걸음 한걸음이 지금의 자신을 쌓아올린 밑바탕이 되었다는 걸 알기에 불평할 생각은 없지만. 다만 굴곡도 없고 앞에 걸리는 것도 뒤따라오는 것도 없는 그라운드를 달리는 건 썩 재미없는 일이란 걸 알아버렸던 것이다.
폐가 터질 것 같다. 근육 안쪽이 불이 난 듯 당기고 다리가 후들거렸다. 여기서 잠깐 멈출까. 고민은 길지 않았다. 다시 말하지만 질 수는 없다.
더 이상 뛸 수 없을 때가 되고서야 사와무라는 달리기를 멈췄다. 고개를 숙이자 얼굴에 맻혀 있던 땀이 후두둑 바닥으로 떨어진다. 무릎을 짚고 간신히 숨을 골랐다. 아주 잠깐 동안이었는데. 그 사이에 등 뒤에서 바싹 따라오던 기척이 사와무라를 지나쳐서 저 앞으로 달려 나갔다.
후루야.
사고는 말 그대로 예상치 못하게 일어난 일을 말하는 거였다. 사와무라는 그때 처음 그 말의 의미를 깨달았다. 2학년 겨울 합숙이 끝나고 주어진 일주일간의 방학이 끝나갈 무렵 급하게 걸려온 전화 속 목소리는 이상한 말을 하고 있었다. 팀원들끼리 택시를 잡아 병원으로 가는 내내 사와무라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상한, 이상한 일이라고.
그 뒤의 일은 지금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선명하게 기억하는 것은 기숙사에 남은 짐을 정리하기 위해 들어간 후루야의 방 벽에 걸려 있던 1이 붙은 유니폼. 아. 이걸 빼앗아오고 싶었다. 생각한 순간 울음이 터졌다. 그 녀석에게서 당당하게 가져오고 싶었는데. 끝끝내 넘겨받지 못했다. 후루야가 가지고 가버렸다. 아주 멀리로.
그 다음 해 여름 갑자원에 나갔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프로가 되었다. 처음 몇 년간은 좀처럼 성적이 좋지 않아 2군에 머물렀지만 4년째에 1군으로 승격, 지금은 엄연한 팀의 주전투수다.
삶은 계속 이어진다. 앞으로 나아가면 나아갈수록 그 다음 밟아야할 레일이 계속해서 쌓이고, 야구를 하는 한 이 길은 죽을 때까지 끝나지 않을 것을 안다. 돌아보면 벌써 오래 전에 그 녀석은 가지 못했던 길을 걷고 있었다. 그런데도. 너는 왜.
지금도 내 앞을 달리고 있는 걸까.
딱 다섯 번, 사와무라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 허리를 폈다. 그리고 달리기 시작했다. 폐가 한계까지 팽창하고 근육이 끊어지기 직전까지 긴장한다. 그런데도 거리는 좁혀지지 않는다. 손가락 한 끝 차이. 안 돼. 얼마 안 남았어. 앞으로 조금만 더. 이를 악물지만 앞서 달리던 라이벌은 마침내 어디 따라와 보라는 듯 이쪽을 흘끗 보고는 동이 터오는 저 앞으로, 유유히 달려 나간다..
“젠장, 또 졌잖아..”
사와무라는 중얼거리며 햇빛에 뿌옇게 달아오르는 눈시울을 덮었다. 언제나 앞에서 달리던 얄미운 녀석. 어떤 힘든 것도 아픈 것도 없던 걸로 만들어버리곤 계속 달리게 했다. 저 멀리 아직 닿지 못하는 곳으로. 함께. 더 이상 너는 여기에 없는데도. 한숨 같은 웃음이 터졌다. 이런 게 라이벌일 거야. 그렇지, 후루야?
나는 아직도 너를 쫓고 있다.
***
사와후루를 위한 문장은 "내가 너를 찾고 있는 것은, 보이지 않을 뿐 어딘가에 아직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겠지."입니다.
애기투수즈 보고 싶다 갑자기 작아진 사와무라 후루야.. 미유키 암걸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듯ㅎㅎㅎㅎ
ㅇㅒ네 언제쯤 작아지는게 좋을까 타임라인 훑어봤는데 야구 안할 때가 없어섴ㅋㅋㅋㅋㅋ 겨울훈련 끝나고 한 일주일 정도 휴가 받았는데 그 사이에 애들 작아져서 멘붕하는 미유키 보고싶다 그리고 카와카미의 시대가 도래하는데.....
외견상 나이는 5~6세 정도? 여기에 기억도 없으면 미유키가 너무 불쌍해지니까 기억은 그대로고 몸만 작아지면 좋겠다 모처럼 휴가니까 남들 다 집에 가는데 집에 가도 아버지 공장일로 바쁘셔서 별일 없는 미유키가 센바츠 자료나 정리할까 하고 늦장 부리다가 작아진 영향으로 늦잠잔 사와후루한테 딱 걸려서 그만...
방에서 자료정리하던 미유키 노크소리 들리니까 뭐야 아직 안간 녀석 있었나 생각했다가 안들어오길래 문열었는데 울상인 쪼꼬마 사와후루 보고 굳음 자고 일어나니까 이렇게 됐다는데 이 말도 안되는 상황에 선배니 뭐니 해봤자 고2밖에 안되는 미유키도 멘붕했으면 좋겠다 상식적으로 이럴땐 병원에 데려가고 교직원 감독한테 연락해야 하는데 너무 당황해서 그냥 가만히 있는 미유키... 멍때리다가 투수즈 깽깽거리는 거에 정신차리고 가타칸 불러라 근데 감독님도 이런거 잘모르고.. 당황스럽고...
아직 집에 안간 야구부 집근처인 야구부 미유키 쪼꼬마 감독님까지 다 모아서 고민했는데 결론은 좀 기다리면서 상태를 지켜보자여서 미유키가 자기 집에 데리고 가는걸로 했으면 좋겠다 방학이라 기숙사 난방이고 급식이고 뭐고 없는데다 본인들 집 멀어 거기다 혼란을 더 늘릴 필요 없으니까ㅇㅇㅇ 미유키 아버지한테는 근처 리틀야구부 애들이라고 며칠 같이 보낸다고 감독님이 따로 연락하고.. 뭐야 이 판타지
해서 셋이 손 잡고 미유키네 집 왔는데 사와후루 둘이 들키면 어떡하지 미유키 아빠 있는데.. 근데 아버지 바쁘셔서 미유키 얼굴도 제대로 못보고.. 저녁시간인데도 아버지 안오셔서 미유키가 밥하고 셋이서 먹고 미유키가 이런 상황에 익숙한 거 같아서 시무룩해지는 사와후루 보고싶다 미유키는 모르는척 밥 많이 먹으라고 그럼 어쩌면 도로 커질지 누가 아냐고 너스레 떨고
시간을 좀 돌려서 아침에 일어난 애기 사와무라는 평소처럼 침대 밖으로 다리 꺼내서 벌떡 일어나려고 했는데 평소보다 침대가 높아서 바닥으로 발라당 자빠졌음 으아 뭐야 하고 바닥 짚었는데 손이 존나 작아서 으어??? 으어어엉?? 하고 밖에 나갔는데 기숙사에 아무도 없어서 옷 질질 끌면서 사람 찾으러 다니다가 자기 침대에서 자고 있던 애기 후루야 발견 깨워서 졸려서 멍한데다 사태파악 안되고 있는 후루야 끌고 미유키 찾아간 거였으면 좋겠다 처음엔 뭔가 싶었고 꿈 같은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애기 후루야 보자마자 이럼 야구 못하는거 아니야? 센바츠는? 내년 여름은? 또 끝나는거야 이렇게..? 하면서 반쯤 울먹이면서 다른 사람 찾아다니는 사와무라.. 자기가 울면 지금 멍한 후루야 정신차리고 무너질까봐 필사적으로 참았는데 미유키 보니까 안심되고 어떻게든 될거같아서 안울 수 있었음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후루야는 비몽사몽 상태
처음 애기 사와후루 보고 멘붕 중이던 미유키가 정신차린 것도 이런 사와무라 상태 파악해서 그런거고 이럴땝니까 정신차리십셔 미유키 카즈야~!! 하는 사와무리 머리 펑펑 쓰다듬고 잠투정하는 후루야 한팔에 안고 감독님 찾아나서는 미유키.. 사와무라는 고작 한살차이인 주제에 이런 때 잡아주는 손으로 이렇게 안심되다니 뭔가 분하다고 생각해라 후루야는 계속 멍하니 있다가 미유키 보니까 야구 생각이 퍼뜩나서 불안해져서 미유키 가슴에 얼굴 폭 묻었으면 좋겠다 던질 수 없는 나는 무슨 쓸모가 있는걸까 하면서..
이 상태가 미유키 집에 올 때까지 계속 되서 암말도 못하고 조용히 불안해하고 있는 후루야랑 야 후루야 글케 쫄아있지마 어떻게든 할거지 미유키가!! 하면서 큰소리치면서 미유키랑 떨어지고 싶지 않아하는 사와무라 보고 미유키 일부러 느긋하게 구는거 보고 싶다 감독님 말씀 들었지? 자다가 변한거면 자다가 돌아오지 않겠냐? 애는 걱정말고 먹고자고잘놀면 크는거야 겨우 정신연령이랑 신체나이 맞게 됐으니까 이이쟝? 해라 사와무라는 거기 발끈하면서 긴장풀고 후루야는 그래 금방 돌아올지도 하면서 안심해라 사실 미유키는 자기 말을 그렇게 믿고 있진 않지만
상황은 이렇지만 미유키네서 지내면서 쁘띠 합숙? 같은 분위기 내는 미유키+꼬꼬마 사와후루 보고 싶다 미유키가 식사 준비하는 걸 도와준다던가(별로 도움이 될 거 같진 않지만) 근처 놀이터나 미유키 아빠네 공장 근처 탐험한다던가 주로 호기심 강한 사와무라가 큰소리치면서 앞장서고 후루야는 졸졸 따라가고 그럴 거 같음 어느 정도 생활에 익숙해지면 주변 공터에서 공도 던져볼 거 같은데 입으로는 공 괜찮다고 말하면서 역시 실전에는 쓸 수 없겠지.. 하는 미유키 보고 싶다 아니 애초에 겉모습부터가 에러지만. 사와 후루 둘은 공 던지는 건 즐겁지면 고교생 몸일 때의 공이랑 지금 공이랑 차이가 느껴져서 괴로울 거 같은데 그 점을 미유키가 잘 조정해서 어찌 됐든 실컷 던지고 기분좋게 땀 뺀 셋이서 같이 목욕했으면 좋겠다 미유키는 주로 옆에서 잔소리역이겠지만
그리고 모처럼의 짧은 휴가에 모자란 후배들의 못미더운 상태와 악우의 보모운명을 지켜보러 도쿄까지 놀러 온 쿠라모치가 보고 싶은 것이다...
친하니 뭐니 해도 학교 내 그것도 야구부에서만의 일이고 평소에는 미유키와 따로 만나는 일 없고+집도 가깝지 않고+이제껏 미유키 집 와본 적도 없지만 미유키한테만 작아진 투수즈를 맡겨놓는 건 좀.. 이라고 생각한 쿠라모치가 아침에 미유키한테 너 집 어디냐고 전화해라 미유키는 전화 받고도 뭐야 왠일 쿠라모치 놈이 우리 집 온다고? 하면서 잊어버렸는데 점심 때 쯤? 단촐한 과자 몇 개 넣은 비닐봉지 낀 쿠라모치랑 조노랑 시라스까지 껴서 왔으면 좋겠다 조노랑 쿠라모치랑 꼬꼬마 사와후루랑 놀아주는 와중에 시라스는 미유키한테 애들 상태 어떠냐고 묻겠지 미유키는 변함없음ㅇㅇ하고. 그렇게 저녁 때까지 같이 이것저것 하다가 셋은 자기 집 가고 실컷 놀면서 뛰어다닌 사와후루는 초저녁부터 푹 곯아떨어져서 미유키는 한 시름 돌렸으면 좋겠다
그러다 작아진지 사나흘 쯤 되던 날 후루야 없어져서 난리나는 거 보고 싶은데..
같은 상황이지만 심지가 더 굳고 단단한 사와무라랑 달리 후루야는 작아진 후에 좀 풀이 죽었다고 할까 쳐졌다고 할까 그런 모습을 보였는데 말이 없는 건 평소랑 다를 거 없는 일이고 원래 그렇게 공 던지고 야구하는 거에 매달리던 녀석이니까 야구 못하게 되서 시무룩한 건 당연한 거겠지.. 하고 미유키는 지켜보고 있었는데 미유키 생각보다 후루야 상태가 좀 더 심각했던 거. 후루야한테 야구라는 건 주변 사람들 친구들 다 잃어가면서도 놓지 못하던 거고 야구를 한다는 거 자체가 다른 사람들이랑 교류할 수 있는 수단 같은 거였는데 그걸 못하게 된거지. 거기다 지난 저녁 쿠라모치랑 미유키랑 대화할 때 지나가는 말로 모처럼 키워둔 투수들이 이렇게 되서 곤란하다는 걸 비쳤던 터라.. 아침에 일어나서 사와무라랑 같이 자고 있어야 할 후루야가 없어진 걸 눈치챈 미유키가 사와무라 깨웠는데 애는 아무 것도 모르고 해서 근처 다 찾아보고 뒤졌는데 어디에도 안보여서.. 아침부터 날이 조금씩 흐린데다 눈온다는 소식도 있어서 부지런히 찾아다니는 거 보고 싶다 사와무라가 목청 크게 후루야!! 후루야 임마!! 하고 미유키는 으으으.. 하면서 머리 긁고 찾으러다녀라
밖에 잠깐 나갔다가 길이라도 잃은 거 아닐까.. 생각해본 미유키는 고개를 저음 이건 너무 편한 생각이지 아무리 맹한 녀석이라도 아침부터 혼자 멀리 나가는 건 이상하고. 그보다 모습이 이상한 건 알고 있었는데 케어가 충분치 않았던 거야 그렇게 서툰 녀석이니까 이런 일도 있을거라고 생각했어야 하는데 <- 아님. 아무리 미유키가 포수라도 이런 상황을 완벽하게 대처할 수 있을 순 없음 그 정도로 어른도 아니고. 자기도 옷 챙겨입고 사와무라한테 두꺼운 잠바(미유키 어릴 때 옷)+목도리+장갑모자+부츠로 중무장으로 두리뭉실하게 만들어서 데려가는데 사와무라가 두꺼운 옷에 뒤뚱뒤뚱 거리면서 막 화냈으면 좋겠다 그 녀석 뭐야 자기만 두렵고 불안한게 아닌데 이렇게 도망쳐버리다니 용서 못해! 아직 이른 오후라 어두워지진 않았지만 사와무라도 어린애고 낯선 곳이니까 2차 조난 대비해서 미유키 사와무라 둘이 같이 돌아다니는데 어느새 흐린 하늘에서 눈송이 몇 개씩 떨어져내리는 거야 아침에 열어본 옷장에 두꺼운 외투가 줄어있지 않은 걸 기억해낸 미유키는 더더욱 걸음을 재촉하고..
이곳저곳 찾아다니다가 문득 사와무라가 후루야를 끌고 놀러갔던 근처 놀이터의 미끄럼틀이 하얀 곰 모양이었던 걸 기억해내라 미끄럼틀 밑 공간이 제법 커서 둘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였던 것도. 엇, 그러고보니..! 하고 달려가서 미끄럼틀 밑으로 기어들어갔는데 거기서 웅크리고 훌쩍거리고 있던 후루야 찾아내서 사와무라가 너 여기서 뭐하는거야 걱정했잖아!! 하는데 후루야가 눈물 그렁그렁 떨구면서 나 작아지고 공 던질 수 없어서 모두랑 함께 야구할 수 없어 함께 있을 수 없어..하면서 울먹여라 사와무라 그말 듣고 울컥해서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바보 아냐!! 꼭 원래 몸으로 돌아간다니까! 하면서 소리지르고. 나중엔 만약 돌아가지 못한다고 해도 나도 같이 작아졌으니까 10년이고 20년이고 함께 야구한다! 고 말해라. 에이스도 빼앗아줄거라고. 그 말 듣고 후루야는 안뺏겨.. 하겠지. 그래도 후루야가 불안불안하니까 사와무라가 새끼손가락까지 걸어서 평생 나랑 야구해 같이 야구해 약속하고 둘이 손 잡고 미유키한테 가서 된통 혼난다음 둘 다 꼭 껴안아서 집으로 데리고 와라 그리고 셋이 같이 잤는데 다음날 일어나니까 원래대로 돌아와있어서 알몸의 투수2+포수1 침대에서 나란히 발견되고.. 나중에 미유키아빠한테 필사적으로 변명했다던가 하는 얘기가 있지만 여튼 이렇게 됐으면 좋겠다.. 헿...
혼고 존나 핵멋있는 것.. 후루야가 서도쿄의 괴물 루키라고 불린다면 혼고는 홋카이도의 괴물 투수인 셈인데 둘이 성격 이렇게 달라서 진짜 너무 좋았다
후루야가 빠른 공(이랑 서툰 의사소통능력.. 사실 이쪽이 더 큰 원인인 거 같음) 때문에 고통받았다면 혼고 쪽은 빠른 공 때문에 성격이 괴팍하고 건방져도 용서받아왔다는게 드러나서 너무 좋음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도 그렇고 강하면 뭐든지 다 용서된다는 그런 생각이 들어있는 거 같음 혼고한테는.. 얘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주변 대우 덕분이겠지 싶고 막
강자다운 강자란 참으로 멋있다.. 겨우 1학년 때 코시엔 우승 따낸 고교 에이스면서 태도 건방진거 너무 좋아ㅠㅠㅠㅠ 불평하는 선배들 보면서 속으로 강하면 다 되는 거 아니냐고 말하는 거 너무 좋아..
동인설정이지만 혼고 이렇게 강하고 건방져서 운동부 특유의 군기 잡는 거? 많이 당했을 거 같다 공 빠르고 잘 던지면 다냐고 린치.. 라고 할까 불러서 둘러싸고 너 건방지다고 까불지 말라고 말하는 선배들한테 강하면 다 아니냐고 당연한 일이라고 말하려면 야구 실력으로 말해라고 했을 거 같은.. 미유키랑 또 다른 태도로 매를 부르지만 왠지 얘도 때려도 무서워 안할 거 같고 오히려 죽일 듯이 째려보고 그래서 못 건들었을 거 같기도 하고ㅋㅋㅋㅋㅋ 고등학교 때는 감독이랑 으르렁거리고 감독이 깔아뭉개서 선배들이 따로 손 안댔을 거 같은 그런 느낌이 있다..
그리고 이런 안하무인 강자가 직접 경기에서 맞부딪친 것도 눈으로 본 것도 아닌 지나가는 다른 팀 애들이 한 '후루얀가 걔 공이 더 빨랐던 거 같은' 얘기를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는게 핵취향인 것이다
얜 남들 질투랑 시기도 당연한 것이고 중요치 않은 걸로 생각하고 있는 거 같으면서 같은 하늘 아래 다른 강자의 존재를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기억한다는게.. 미친거 아니냐 약한 팀메이트 이름 따위 기억도 안할 거 같은 주제에ㅠㅠㅠㅠㅠ 혼고 공 잘 던지고 온 날 밤에 잠 잘 때도 후루야 사토루가 대체 어떤 놈이냐고 생각하면서 부글부글 끓었으면 좋겠다 차라리 그 사이에 한번 얼굴이라도 보고 던지는 거라도 봤으면 ㅎ 별거 아니네 하고 잊어버렸겠지만 하필 후루야 도쿄가버려서... 고교 2년 전까지는 만나지 못해서..
그리고 웃긴게 후루야는ㅋㅋㅋㅋㅋㅋ혼고를 몰랔ㅋㅋㅋㅋㅋㅋㅋ코마다이 작년에도 코시엔 우승했는데 후루야는ㅋㅋㅋㅋㅋㅋ고향에 있는 코시엔 우승교따위 안중에도 없는것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보면 후루야의 관심도란 강한 투수 <<<<<<<< 내 공을 받아줄 수 있는 포수 인 거 같아서 괜히 애잔해지는 것이다.. 그래 후루야 너가 우승교나 강한 투수 따위 무슨 관심이 있겠니 일단 공을 던지고 싶었는데ㅠㅠㅠㅠ 세이도 들어오기 전까진 지 뒤에 누가 있는지 야수가 뭔지 1도 관심없어 보이는 것.. 그저 공을 던지고 싶어서ㅠㅠㅠ 받아주는 포수가 갖고 싶어서ㅠㅠㅠ 미유키센빠 고마워요...
그리고 경기 끝나곸ㅋㅋㅋㅋㅋㅋ후루야는 악수하려고 손 내밀고 혼고는 개무시하는데 넘 웃기곸ㅋㅋㅋㅋㅋㅋㅋ좋았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후루야는 혼고 1도 몰르는 거 같던데 그런 태도가 모태강자 혼고한테 존나 짜증났겠지ㅋㅋㅋㅋ 자기는 그 한마디 계속 기억하고 있고 후루야 사토루가 어떤 놈이냐 생각해왔지만 막상 그쪽에서는 자기 모르고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로 손내미는게 얼마나 짜증났겠냨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혼고 이정도로 강하면 강자의 여유 = ㅎ 좋은 게임이었네 내가 한수 위지만~ 악수 까짓거 한번 해줌ㅎ 이런 거 보여줄만도 한데 안보여주는게 너무 귀엽고 좋은 것ㅋㅋㅋㅋㅋㅋ 경기 이겼지만 꽁해있는 거 미친 귀여움이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 코마다이는 코시엔 결승에서 만날 최종보스 같은 느낌이라 근 시일내에는 다시 못만날 거 같지만.. 휴일이나 명절에 후루야 본가내려갔다가 마주치는 둘 같은 거 보고 싶다...
집근처 편의점에 야구왕국 같은 거 사러 온다던가.. 아니면 명절이라 사람 많은 지하철 같은데 사람에 취해서 헤롱헤롱하고 있는 후루야 혼고가 발견한다던가 하는.. 꾸메 드림... 후루야는 혼고 알아보고 인사하고 싶어하는데 혼고는 후루야 봐도 걍 무시할 거 같다 존나 짜증나는 얼굴 하면서.. 그리고 후루야가 저기, 하면서 따라오려고 하다가 사람들한테 치이고.. 후루야가 짐 같은거 어깨에 매고 있으면 저놈은 지 어깨 소중한거 모르고 굴리는거 투수 답지 않고 마음에 안든다고 죽일 듯이 째려볼 듯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혼고는 후루야를 추운 고향 버리고 도쿄로 내뺀 근성 약한 도시놈이라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후루야도 나름의 겨울을 버텨왔고 그 결과로 지금의 자리에 섰다는 것을 깨닫는 것도 좋은 것
평소에는 말도 별로 없고 나사 빠진 것처럼 굴지만 마운드에 서면 투쟁본능에 휩싸이는 맹수같은 후루야가 너무 좋은 것이다.. 혼고가 그 모습 보고 움찔하면서도 뱃속에서 울컥 하면 좋겠다 도망간 주제에.. 눈밭에서 펑고 존나 힘들었는데.. 손 개시리고.. 그 겨울을 모르는 주제에 덤비지 말라고 으릉대는 혼고.. 말 없이 공 꽉 쥐는 후루야... 으앙 쬲
이렇게 생각하면 후루야가 코마다이 가면 어땠을까 궁금하기도 함.. 근데 이러면 후루야 맨날 벤치멤버였겠지.. 공이야 엔죠가 받는다고 쳐도 1학년 초에 체력없고 제구 안되던 후루야 생각하면ㅠㅠㅠ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ㅠㅠㅠ 거기다 코마다이 감독이랑도 합이 안좋을 거 같은게 혼고처럼 긁어대면 후루야 폭주하다가 자멸했겠지ㅠㅠㅠ 미유키처럼 챙겨줄 선배도 없어뵈고... 후루야가 혼고를 만난게 지금이라 다행이다ㅠㅠㅠㅠ 어느 정도 발 디딜 자기 장소를 찾은 다음이라ㅠㅠㅠㅠㅠ
전후상황 다 떼고 혼고랑 후루야 둘을 같이 두면.. 혼고 존나 짜증내고 후루야 ?? 하는게 일일듯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혼고는 후루야가 모자르고 어설프게 구는거 보는 거 자체가 짜증일 거 같은데 그렇다고 하루이치처럼 성실하게 챙겨주는 성격도 아니고 사와무라처럼 투덜거리면서 윗사람인 척 가르쳐주는 것도 아니고 미유키처럼 적당한 관심과 무관심 섞어서 재미있어하는 것도 아니고ㅋㅋㅋㅋㅋ 보고 있기는 짜증나고 열받는데 뭐를 해주는 성격도 아니고 그런 역사도 없어서 뭐 어쩔 방법도 도리도 없어서 짜증만 내는게 일일 거 같다.. 아예 안보면 짜증날 것도 없는데 동학년 같은 포지션에 구속까지 비슷한 투수를 마냥 무시만 하기에는ㅋㅋㅋㅋㅋ 혼고도 그렇게 무난하고 호락호락한 성격도 아니어서 신경 쓰는 것도 안쓰는 것도 아닌 애매한 상태에 놓일 것 같기도 하고 아예 봄 초에 후루야 기량 파악하고 관심 팍 꺼버릴 거 같기도 하고...
아 경기 끝나고 숨 몰아쉬면서 팀메이트들 수발 받는 두 사람 보고 싶다!
물이나 수건이나 에너지바 같은 거.. 혼고는 당연하다는 듯이 팍팍 받고 물 먹고 팀메이트가 잘 했어 최고야 해도 무시하거나 틱틱댈 거고 후루야는 그런 혼고 보고 .....? 하면서 빤히 바라볼 거 같다 팀원들의 저런 대우도 혼고의 태도도 후루야로써는 생각도 해본 적없는 완벽한 강자라서... 후루야는 물 좀 먹을라 치면 사와무라나 미유키가 물 천천히 먹고 다 마시지말고 언더 갈아입고 수건으로 닦고.. 여튼 잔소리잔소리를 듣는데 혼고는 뭐 애새끼도 아니고 어린애 취급에도 정도가 있지배알도 없는 놈인가 저거... 할꺼고 후루야는 팀원들 챙겨주는거 받으면서 지-잉하고.. 그 사이에 눈 마주쳐서 후루야는 살짝 목례하는데 혼고는 아무렇지 않고 고개 돌려버리면 좋다 그 옆에서 엔죠가 왜 또 짜증난 거지 얘는.. 하면 더 좋고
AU로 맹수무리의 우두머리 혼고+후루야도 보고 싶다.. 아니면 능력자.. 상알파... 중종... 여튼간
북쪽 일년 내내 눈이 내리는 겨울의 땅 다스리는 젊은 우두머리 혼고가 부하가 눈밭에서 주워온 맹수 후루야 보는 거.. 주워온 후루야가 만신창이 너덜너덜하고 다 죽어가는 맹수 따위 혼고 안중에도 없어서 원래는 도로 갖다버리려고 했는데 부하가 저녀석 이 지역에서 보기 드문 맹수야 소문으로 들었던 동쪽 무리의 우두머리랑 닮은 거 같아 본인인가? 해서 일단 안버리고 데리고 있는 거.. 치료라도 해서 동쪽에 돌려주면 뭔가 보답을 챙길 수 있을 거 같고.. 후루야가 이동을 견딜 정도로 체력을 회복할 때까지만 보살피기로 했는데 깨어난 후루야가 말도 안하고 얌전하고 도통 맹수같이 않아서 열불이 나는 혼고.. 햇볕 받으면서 상처나 핥고 있고 꾸벅꾸벅 졸기나 하고.. 옆에서 살기 내뿜어도 고개 갸웃하면서 ?? 할 뿐이고...
부하가 말한 소문은 사실 소문이라기보단 아예 전설 같은 거라서.. 옛날 북쪽에 엄청 센 맹수의 일족이 있었는데 내분이 일어나고 마지막 남은 하나가 동쪽으로 쫓겨갔다는 이야기였을 뿐 그 행방이나 소재에 대해서는 묘연했는데 이게 후루야인거. 아직도 노인들은 눈이 많이 쌓이는 밤이면 휘몰아치는 눈보라 속에 고고하게 서있던 악몽같고 지옥같이 빛나던 새파란 눈동자에 대해서 말하곤 하니까. 어렸을 적에는 그 일족을 몰아내고 이 땅을 당당하게 차지하는 꿈을 꿨었는데.. 눈 앞에 보이는 후루야는 그런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고 맹수인 주제에 햇빛을 받으면 뺨에 기다란 속눈썹 그늘이 진다던지.. 사람들이 서로 친하게 어울려 노는 모습 보면 부럽게 쳐다본다던가 해서 혼고의 신경을 긁을 거 같다. 그렇다고 생명을 위협하듯 으르렁거려봐도 방어하려는 기세 전혀 없고 뭔가 해서 혼고 쪽으로 손을 뻗는다거나? 여튼 여러모로 김새는 모양새라 그동안 별러왔던 밤들이 괜히 쓸모없고 괜한 짓 같아지는 혼고..
이런 날들이 계속되면 니시나.. 엔죠 같은 애들은 후루야를 무리의 덩치큰 새끼나 덜떨어진 놈 취급하면서 돌봐줄 거 같은데 혼고가 개시러하면 좋겠다
후루야 그루밍해주고 온 날에는 손 팍 뿌리치고 부하들이 야 아무리 그래도 쟤 다쳤잖아 원래도 무해해보이고 그냥 적당히 잘 돌봐줬다가 동쪽으로 돌려보내자 응?해도 짜증낼 뿐이고.. 결국 혼고 자신도 이렇게 짜증이 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어서 더 짜증나면 좋겠다.. 물론 설명할 수 있어도 하지 않았겠지만.. 설명 하지 않아도 진심으로 혼고가 마음 먹으면 부하들은 따라오는 거지만.. 그러다가 후루야가 내면의 야성을 드러낼 기회가 생기면 좋겠어. 재활겸 데려간 거대한 사냥감 레이드에서 무리 중 하나가 다친다던가 위기가 온다던가 해서 후루야가 재빠르게 다친 애 앞을 막아서며 으르렁댄다던가 그대로 덤벼들어서 그 사이에 다른 사람들이 다친 애 데리고 피하고...
어찌어찌 레이드 끝난 다음 같이 갔던 무리들이 혼고한테 소식 전하고 야 너 아까는 제법이더라 덕분에 살았어 이런 얘기 나누고 있으면 혼고가 존나 뛰어와서 후루야 멱살 잡았으면 좋겠다.. 다들 야 왜그래 걔 덕분에 레이드 잘 끝났어 이러고 후루야 자신도 ?? 할 뿐 멱살 뿌리치거나 자기를 방어하지 않아서 멱살 잡았던 것처럼팍 밀쳐버리고 다시 돌아가는 혼고.. 주변에서 야 우리 대빵이 좀.. 괴팍해서 그래 미안 이래도 후루야는 혼고 안시러하면 좋겠다 어느 쪽이냐면 어쩐지 좋아하는 편?이런 관계가 계속되는데 겨울 좀 지나면 미유키랑 사와무라가 후루야 찾으러 오면 좋겠다. 얌마 걱정했잖아 상처 어딨어 으악 얼른 집으로 돌아가자 이러는 와중에 후루야가 뒤돌아보면서 혼고 빤히 쳐다보는데 혼고 별 대꾸도 안하고 상관없다는 듯 고개돌리는 거.. 각자 일상에 돌아가서도 그 때의 북쪽 우두머리/동쪽 맹수를 이따끔 떠올려보는 일이었으면 좋겠다 난 대체 뭘 푼거지
셋 다 프로 되고 동거했으면 좋겠다 주변에서는 쟤네 고등학교 동창이라더니 같이 살기도 하고 사이좋네~ 정도의 반응이고 본인들도 어차피 집에 잘 안들어오니까/구단 근처 집값 비싸니까 큰 돈 쓰기 싫어서 같이 살기로 했어요 이렇게 말해라 주위사람들이 니들이 구단에서 맨날보고 같이 사니까 애인이 안생기는거야 이러면 속으로 애인이랑 살고 있는데요.. 하는 셋 주세요...
미유후루는 복잡해보이지만 의외로 다루기 쉬워서 곤란한 후배→←무슨 생각하는지 알 수 없지만 그 모든게 날 위해주는 선배고 사와후루는 내 가장 좋아하고 지기 싫은 라이벌×2이고 미사와미는 마음 가장 잘맞고 여차할 때 가장 믿음직한 선배/후배여라 후루야는 셋이 있으면 좋아 행복해(지-잉)이고 미유키랑 에이준은 서로 으르렁거려도 얘 없음 허전하다 였으면 좋겠다
쉬는 날에 셋이 피곤에 쩔어서 집에 옹기종기 누워있는거 보고싶다 한 11시쯤 느즈막히 일어나서 배고파.. 졸려... 하면서 거실까지 나와서 꾸벅꾸벅 졸아라 그래도 휴일인데 이렇게 보내지 말고 나가야하지 않냐고 흔들어 깨우는건 에이준이고 후루야는 이미 꿈 속을 헤매고 있고 미유키는 에이준 말에 대강 대꾸해주면서 어이구 죽겠다고 해라 사와무라는 후루야 어깨 흔들다가 미유키는 그런 둘 베고 누워서 같이 흔들리다가 셋 다 잠들어서 휴일 없어져버려라
에이준이 엄청 큰 형인 척하면서 후루야 물이랑 수건 같은거 챙겨주고 미유키는 그거 보고 낄낄거리면서 안보이게 둘 뒤에 남은 양말 같은 거 줍는게 일상이어라 양말 돌려주면서 에이준이 후루야한테 했던 잔소리 그대로 돌려줘서 에이준 맨날 약올라하면 좋겠다 후루야는 그거 보면서 둘 사이 좋아.. 하는데 때마침 미유키가 니 양말도 여깃다고 해서 둘이 같이 양말 챙겨가라
미유키가 다른 건 몰라도 칼 드는 일은 사와후루한테절대 안 맡겼으면 좋겠다 이번 시즌 망할 일 있냐? 절대 안돼! 그래서 과일 같은 거 먹을 때 미유키가 깎고 사와후루 둘 다 얌전히 기다려라 과일 먹으면서 사와무라가 선배 하나 드십쇼 하고 입에 넣어주고 후루야도 드세요 하고 넣어줘서 효도받는 보람 느끼는 미유키 보고 싶다
미유키 사와무라 맨날 투닥대면서 후루야 고나리할때 죽 척척 맞는거 보고 싶다 미유키는 고딩때부터 꼼꼼하게 투수 챙기는 스타일이고 사와무라는 미유키ㅡㅡ하면서 미유키 없을 때는 야 후루야 미유키가 이거 하지 말랬잖아! 말들어! 하고 후루야는 고집 쩔어서 흥~ 하고 주변 사람들이 막 쟤네는 이미 가족같은 거 아닌가 하고..
아 사와후루 같은 팀 같은 포지션 라이벌이라 텐션 쩌는거 보고 싶다 평소에 그렇게 친하게 놀면서 경기할 땐 라이벌 분위기 되는데 서로의 실책에 누구보다도 예민해지는거.. 그럴 땐 맨날 장난스럽던 사와무라도 맹하던 후루야도 한마리 맹수처럼 서로 으르렁대서 그 사이에 아무도 못들어가는데 미유키 아무렇지 않게 들어가서 애들 떼놓고 일 수습해라 미유키도 곱게 말리는 스타일 아니어서 얘네 사이 괜찮나? 하는데 또 다른 때보면 겁나 친하고.. 걍 앞으로 뭔일 나면 미유키 부르러 가라 미유키 별명 맹수조련사되라
미유키 짱 좋은 포수라 팀 내 다른 투수도 케어하는데 그거 보고 미유키/미유키선배 우리 껀데 수근수근하는 사와후루 보고 싶다 괜시리 다른 투수 앞에서 짱 빠른 공/인아웃 넘나드는 공 던지고 쳐다보는 사와후루.. 나중에 같은 팀 앞에서 과시해서 뭐하냐고 쓸데없이 힘 빼지 말라고 미유키한테 혼나라
미유키 야구성애자라 근본적으로 투수 우쭈쭈가 내장되어 있으면 좋겠다 야구 이외 다른 부분에서 나사 한봉지 빠진 거 같은 후루야는 물론이고 비교적 빠릿빠릿한 사와무라도 그 우쭈쭈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좋겠다 니네 진짜 좋아 재밌어 최고야 이런 말 듣고 파아-하는 후루야랑 으쓱으쓱해지는 사와무라.. 가끔 실컷 칭찬해놓고 한마디씩 덧붙이는 사족은 짜증나지만 둘 다 미유키가 말할 때 귀 쫑긋 세우고 집중해라
평소엔 활발한 사와무라 뒤에 반쯤 숨어서 따라오는(다 숨어지지는 않음) 후루야라는 인상인데 귀신 호러 이럴 땐 입장 반전되면 좋겠다 1권에서 사와무라 너무 놀라던데.. 여튼 영감이라곤 1도 없는 후루야 뒤에 숨어서 으악! 끄악! 어헉! 하는 사와무라.. 미유키는 제일 무서운게 데드볼 맞아서 투수 부상 이런거라 전혀 해당사항 없어라
평소에는 사와무라가 후루야 챙겨주고 후루야는 사와무라 따라다니면서 조금씩 말 걸고 투구 팁도 나누고 하지만 야구에 있어서는 한치 양보도 없는 두사람 너무 좋다ㅠㅠㅠㅠ
사와무라는 중학 3년동안 야구부 주장이었고 남 챙겨주는거 익숙하고 해서 평소에는 후루야 물 마시는 거나 음료수 셔틀하는 거나 진짜 뭐 이런 사소한 거까지 편들어주고 치닥거리해주고 하는데 후루야가 투구 잘못해서 강판됐을 땐 시덥잖은 위로 일절 안건네는 거 진짜 좋아ㅠㅠㅠㅠ 안내려오려는 후루야 내가 처리할테니까 공 줘 이렇게 말은 해도 절대 위로하는 말이나 챙겨주는 말 안하는거ㅠㅠㅠ 이런데서 라이벌인게 드러나는 거 진짜 좋고
후루야는 사와무라가 따라다니면서 챙겨주는 거 받고 아무도 대꾸 안해주는ㅋㅋㅋㅋ 사와무라 시덥잖은 농담 받아주면서도 사와무라 공 상태 안좋아서 마운드 내려오면 쌩하는? 일부러 등번호 1번 보여준다던지 마운드에 투수가 둘일 필요 없다든지 이런 말로 사와무라 부추기는 거 진짜ㅠㅠㅠㅠㅠ 얘네가 진짜 성향 다르고 서로 가까워도 이럴 때 라이벌이라는게 확 느껴지는게 너무 좋더라... 미유키도 라이벌치곤 가까운 관계라고 했던 거 같은데 그게 딱 맞는듯ㅠㅠ 라이벌 치곤 가깝고 가까운데 라이벌이야... 이 관계 레알 존좋ㅠㅠㅠㅠㅠㅠ
서로 존경하고 좋아하는 동료 사이지만 약한 점을 나누지 않는다? 이게 진짜 좋은 거 같아..
만약에 사와무라나 후루야 둘 중 하나가 체육관에서 혼자 울고 있으면 둘 다 아는 척 안할 거 같다 사와무라는 저녀석 뭐하고 있는 거냐고 짜증내고 화나도 후루야 얼굴 씻고 나갈 때까지 암말 안하고 밖에 서 있을 거 같고 후루야는 사와무라 우는 모습에 의외성 느끼고 초조해하면서도 조용히 입다물고 지켜볼 거 같은 느낌? 여튼 둘 다 섣부른 위로나 아무렇지 않은 척 넘어가기 이런거 안해줄 거 같음..
반대로 울다가 들켜도 후루야는 사와무라 무시하면서 얼굴 안보이고 뛰러가고 사와무라는 억지로 웃으면서+화 못감추고 나가버릴 듯..
개인적으로 사와후루에 가장 어울리는 포즈는 그거라고 생각함 둘이 다른 방향 보고 있는데 등은 맞대고 있는.. 원작에서 본 것도 같은데...?
약한 부분을 나눌 수 없고 보여줄 수 없어서 약한 부분을 맞대고 있는? 그런 느낌... 얘네 3학년 되면 진짜 쩔 거 같은데 그때 에이스는 어쩔지 모르겠지만 에이스 여부랑 상관없이 사와무라는 주장할 거 같음ㅋㅋㅋㅋㅋ 경기 분위기 좋게하는 것도 있고 남들 잘 챙기고 성격도 시원시원해서 주장도 잘 맞을 거 같은? 카네마루가 부주장 하면 좋을 거 같고 후루야는 팀 내 에이스같은 존재? 친해지기 어려운데 뭔가 독보적인? 이런 존재로 남아있으면 함 그래서 철없는 1학년 애들이 후루야한테 선배 공 어케 던져여? 홈런 어케 쳐여? 해도 후루야는 무시(라고 하지만 사실은 도망)하는데 거기다 사와무라가 저녀석 원래 그래ㅋㅋㅋㅋ 커뮤니케이션 능력 1도 없음ㅋㅋㅋㅋ 근데 무시하는거 아님ㅋㅋㅋㅋ 하고 실드치고 1학년 애들이 저 선배 잘하는데 무섭네... 글구 주장 어쩐지 가벼워보여..... 하는데 경기보니까 사와무라 마운드에서 개간지나게 인코스아웃코스 농락하고 연습 뒤에 후루야 소탈하게 부끄러워하면서 에이준이랑 대화하고... 헤헤 갭모에....
야구가 멘탈스포츤데 사와무라 강철멘탈이랑 후루야 마운드에 대한 집착 존나 개쩔지 않냐... 얘네 진짜 너무 멋있어서 광광 운다ㅠㅠㅠㅠㅠㅠㅠㅠ
사와무라 1학년 때 입스 나온것도.. 진짜 너무 쩐다고 생각했는데 1학년 때 멘탈 흔들렸으니까 23학년 때는 더욱 강철멘탈일 것... 으앙 사와무라 너무 멋있다ㅠㅠㅠㅠ 후루야는 그 표현이 너무 좋음 쓰러질 듯 쓰러지지 않는다? 무너질 듯 무너지지 않는다? 이거... 진짜 팀원들 아무도 안도와주는 상황에서 혼자 벽에 공던지던 애가 얼마나 매달렸으면 이렇게 되나 싶어서ㅠㅠㅠㅠ 결국 투수란 혼자 마운드에 설 수 밖에 없는 존재고 마운드에 두 명의 투수가 필요없다는 점이 얘네 둘 사이를 완벽하게 만든다고 생각함 서로를 그렇게 생각하고 앞선 애 따라가야하고 뒤에 있는 애가 따라오지 않으면 초조감 느낄 정도로 서로를 중요시하면서 결국 설 수 있는 자리는 한자리 뿐이야ㅠㅠ 근데 사와무라의 성장을 가장 기뻐하는 것도 후루야고 후루야의 부진을 가장 뼈아프게 느끼는 것도 사와무라라는 점에서 얘네는 진짜...ㅠㅠㅠㅠㅠ
가끔 사와무라 에이스 되려면 후루야한테 뭔 일 있어야 한다 이런 얘기 들은 적 있는 거 같은데 큰일날 소리; 후루야 잘못되면 사와무라 평생 가슴에 그거 안고 산다 이거 레알임;
평생 자기 앞에서 달리던 후루야가 자기한테 등번호도 안넘겨주고 손 안닿는데로 가버리면 사와무라 진짜 크게 망가질 거 같음 어찌어찌 악에 받쳐서 3학년 여름에 코시엔 따내고 졸업하고 프로 되도 맨날 후루야 꿈 꾸고 사고난 날 꿈꾸고 시달리면서 등번호 관 속에 넣어주는 꿈 꾸고... 반대로 사와무라 잘못되면 후루야는 되게 독선적이 되어서 자멸할 거 같음 사와무라만큼 자기 따라오는 애도 건전하게 라이벌 의식 불태울 애도 없고 해서 팀원들이랑 소통도 안하고 혼자 달리다가 탈선하고 끝날듯... 세상에 없어서도 안되고 둘이어서도 안된다니 얘네를 어떡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진짜ㅠㅠㅠㅠㅠ
아 서로 친해져서 밤에 서로 방에 놀러가는 사와후루 보고 싶다~! 룸메가 알아서 자리피해줘서 단 둘이 방에서 밤 보내는 둘 보고 싶다~! 그래봤자 그라운드 실컷 돌고 야구 이야기나 하다 자겠지만~!!!!!!!!!!
둘 다 자기가 안나가는 경기에 흥미 1도 없지만 학년 올라가면 억지로라도 다른 팀 경기영상 봐야할 거 같은데 둘이 보면서 사와무라가 아 저거 왜 던져!! 저 타자 뭐야!! 이건 일케 절케 해야지!! 하면서 입야구하고 후루야 다리끌어안고 사와무라 옆에 앉아서 사와무라 말에 들리지 않게 응! 응응!! 하면서 동의하고ㅋㅋㅋㅋㅋㅋ 인터뷰에 세이도 무시발언 나오면 둘다 화르르 불타서 다음날 팀원들이 히이이ㅣㅇ;;; 하고ㅋㅋㅋㅋ 존나 호흡 잘맞는데 선발/릴리프 얘기만 나와면 내가 먼저니 니가 먼저니 티격태격해서 어느 장단에 맞춰야할지 모르겠는거 보고 싶다ㅋㅋㅋㅋㅋ 선발 안된 애한테 야 그래도 너 실력 좋아 쟤는 좀.. 까지 나오면 무시하거나 화내고ㅋㅋㅋㅋㅋㅋ
근데 본편에 아직 후루야 우는 거 안나왔지? 후루야 웃는 것도 최근에 나왔고 여름 결승 때도 후루야랑 미유키?만 안 운걸로 봐서 나중에 텟센이 크게 써먹으실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여튼 후루야 본편에서 우는 거 보고 싶다.. 애처럼 엉엉 우는 것도 좋고 오열터지진 않아도 눈물 질질 비집고 나와서 못 멈추는 것도 좋고.. 사와무라가 그거 보면 화 버럭 내거나 그 언제지.. 후루야 막 얻어맞았을 때처럼 벤치는 너 믿고 있는 거라고 그런 꼴사나운 모습 보이지 말라고 소리지를 거 같은데 후루야가 흔들린 멘탈 다잡고 흐극거리면서 나가면 남은 사와무라가 크흑거리면서 눈가 거칠게 문질러 닦는거 보고 싶다.. 결국 경기 끝나고 둘 다 눈가 벌개진 채로 하이파이브 같은거 했으면 좋겠다 둘다 울었다는 티 1도 안내고 평소처럼 구는데 보는 팀원들만 고집보소;; 하는거...
사와후루 둘이 머리 맞대고 자는 것도 보고 싶은데 후루야는 글타치고 사와무라 언제잠?; 얘 뻗은 걸 본적이 없어 멘탈 털리는건 가끔 봤어도.. 강철체력이냐
합숙훈련+경기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버스에서 둘이 자는데 언제나 시끄럽던 사와무라가 푸푸 하면서 자고 있어서 거기 기대 자던 후루야가 꿈뻑꿈뻑 졸다가 일어나서 사와무라 얼굴 들여다봤으면 좋겠다 그날 선발이라 사와무라가 많이 활약했던 날이면 좋을 거 같음 아니면 선발 사와무라고 팀원 사정으로 후루야가 계투했는데 사와무라가 질투심 불태우면서도 진심껏 응원해준 날이어도 좋고.. 여튼 자기는 못하는 걸 땅땅 해내는 사와무라를 후루야가 조금 더 들여다보다가 다시 기대서 잤으면 좋겠다 사와무라는 첨부터 끝까지 숙면하고.. 둘다 푹 자서 학교 도착해서 선배들이 얘네 너무 친한 거 아니냐 라이벌끼리? 일어나라 꼬맹이들아~ 하면서 깨웠으면 좋겠지...
사와무라 멘탈 센데 은근히.. 라고할까 본편에서 대놓고 나오지 않았나 눈물 많다고ㅋㅋㅋㅋㅋㅋ 너닿같은 만화책 보면서도 찔끔찔끔 울거 같고ㅋㅋㅋㅋ 본편에서 입스 때였나? 사와무라 강판당하고 수건 쓴 아래로 소리없이 눈물만 뚝뚝 떨어질 때 그때 진짜 너무 좋아서 진짜... 여튼 평소에 시끄럽던 애가 소리도 안내고 눈물만 뚝뚝 떨어트리면서 울었으면 좋겠다 어렸을 때부터 친구 1도 없어서 위로 방법이고 뭐고 모르는 후루야는 안절부절 못하고 그 앞에서 주먹만 줬다 폈다 하고.. 결국 사와무라가 스스로 멘탈 다 잡고 아무것도 아니라고 억지로 웃으면서 나가버릴 때까지 후루야 한 마디 말도 어떤 행동도 못하고 보고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멘탈 정리한 사와무라가 꼴사나운 모습 보여서 미안하다고 가볍게 건네면 후루야가 사와무라 정신 번쩍 드는 말 한마디로 일으켜세워라;;
대화 한마디 없어도 등 뒤를 따라가는 것/따라잡히지 않도록 달리면서 가끔 뒤돌아보는 것이 소통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둘도 좋을 거 같다....
에이스를 향해 달리면서도 뒤에 바짝 따라오는 발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서운한 후루야나 앞에서 달리는 사람이 지지부진하면 답답하고 속상한 사와무라.. 그럴 일 절대 없겠지만 만약 사와무라가 따라가는 거 너무 힘들어서 포기할...까? 아니 좀 쉴..까? 싶으면 귀신같이 알아채고 도발의 말 하는 후루야 주세여ㅠㅠㅠㅠ 지켜보던 팀원들이 어야;;; 지금 그거 머임;;; 하면서 경악할 정도로 사람 속 뒤집어놓고 무표정으로 일관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따라와 따라와줘 제발 멈추지마 한껏 외치고 있을 후루야라던지.. 멈춰선 이쪽을 빤히 바라보는 후루야의 눈동자에서 그 어느때보다도 고독과 초조함을 읽는 사와무라라던지.. 이 악물고 일어나면서 나 아니면 누가 너 따라잡고 에이스 따겠냐고 웃는 사와무라... 크윽 사훌뽕에 취한다...
아 급 사와후루로 하나하키 보고 싶어졌엌ㅋㅋㅋㅋㅋㅋㅋ... 에이스가 되면 괜찮은데 에이스가 못되면 꽃을 막 토하는거야 그러케 세이도 4투수는 다 꽃을 토했다고 합니다... 절대적인 에이스의 부재.. 세이도는 희생된 것이다....
꼭 사랑이 아니어도 격렬한 감정? 질투나 미움 이런 걸 느끼면 꽃이 나오는거.. 어디에서 봤는데 일본 하나하키랑 한국 꽃토병의 차이는 일본은 숨결이 꽃이 되는 피라피라한 분위기고 한국은 우웨에에ㅔ에에엑 하고 토하는 느낌이랬낰ㅋㅋㅋㅋㅋㅋ 여튼 그래서 애들 꽃토했으면 좋겠다... 하나하키 말고 꽃토...
여름 전에는 사와무라도 후루야도 꽃 한바가지씩 토하고 가서(+카와카미 탄바) 야구 끝나고 쓰레기통 비우는게 일이었는데 후루야가 에이스 번호 달고 나서 사와무라만 꽃 토했으면 좋겠다 이게 레알 꽃잎 잎 줄기 다 달린 꽃을 토하는 거라서 죽을만큼 괴로운데 에이스 포기하고 평범한 야구하면 안토하게 되는 거.. 사와무라가 꽃토하느라 너무 힘들어하니까 주변에서 저 정도면 포기.. 해야 하는 거 아냐? 저러다 목 다 망가지겠다;; 하는데 사와무라 절대 포기 안하는거.. 너무 아파서 울면서 꽃이랑 피랑 같이 토해도 어떻게 그 바라고 염원하는 자리에 그 밉고 사랑스럽고 외로운 그 녀석만 서게 할 수 있냐고 이 악무는 사와무라 보고 싶다 가을 즈음에 사와무라가 후루야한테 너 이제 꽃 안토하네?/에이스니까.../너 이녀석! 하는데 사와무라가 에이스 되겠다는 결심한 뒤론 멈췄던 꽃 다시 토하게 되는 사토루... 어째 좀 안쓰러운 얘기가 되는 거 같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 음.. 또 보고 싶은 건.. 코피 흘리는 후루야랄찌 후루야 스테미너도 딸리고 여름이면 더워서 잠도 제대로 못자고 밥도 잘 안먹어서 코피 날 거 같음 어디 부딪쳐서 나는게 아니라 예고 없이 쏟아져서 같이 가던 사와무라 하루이치가 너 코피나;; 이래서 알아차리고 하루이치가 감독 부르러 간 사이에 사와무라가 후루야 벤치에 앉히고 고개 뒤로 젖히지 마 코 자꾸 만지지마 목 뒤 주물러줄테니까 이렇게 챙겨줄 거 같다.. 후루야는 그대로 챙김 받으면서 사와무라 손바닥에 자기 피 얼룩진 거 빤히 쳐다보고.. 자기 손등으로 흐른거 닦아서 얼굴에 피 얼룩진 것도 보고 싶고 사와무라가 손가락으로 피얼룩 살살 쓸어서 닦아주면서 마음 속으로 말없이 피 흘리는 너는 인간이 아니라 어떤 짐승이나 예술품 같다고 생각하는 거 보고 싶다...
위에 쓴 걸 가만히 생각해봤더니 원령공주가 생각난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론 후루야는 인간 사회에서 자랐지만.. 단지 소셜스킬이 딸릴 뿐이지만...☆
겨울에 홋카이도 애들이 눈밭에서 펑고한다고 해서 생각난건데 후루야 더위에 약한 만큼 추위에 강하겠지? 각자 더위에 강하고 뒤에 이글이글 불타는 것처럼 밝은 사와무라랑 추위에 강하고 뒤에 눈폭풍 몰아치는 것처럼 싸늘한 후루야 보고 싶으면 망하는 각? 여름에 더워서 늘어진 후루야가 벤치에 앉아서 이글거리는 그라운드 뛰어다니면서 활기차게 웃고 신나게 소리치는 사와무라 쳐다보는 거랑 사와무라가 겨울에 손가락 다 얼어터지면서도 공 쥐고 마운드에 선 후루야 뒤에 눈보라 몰아치는 거 보고 넋 놓는 거 보고 싶다.. 둘 다 서로 보면서 무섭고 대단하고 사랑스럽다.. 고 느끼면 좋겠다 팀원 라이벌 동갑내기 친구 다 됐고 저건 아예 자연재해 같은 게 아닐까.. 하면서 감탄하는 둘 보고 싶다...
자꾸만 일어나려고 하는 후루야의 이마에 방금 식힌 물수건을 찰싹 소리 나게 얹으며 미유키는 혀를 쯧쯧 찼다. 저녁 연습 내내 얼굴빛이 영 안 좋아보이던 게 단순히 기상 악화로 그라운드 대신 선택한 실내체육관의 누리끼리한 조명 탓만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아프면 아프다고 말할 것이지. 말은커녕 구위도 컨트롤도 평소대로라 줄곧 공을 받았던 미유키조차 알아채지 못했다. 밝은 데로 나왔을 때는 이미 얼굴 뿐 아니라 온 몸이 불덩이여서 소란을 피우는 1학년 꼬맹이들을 심부름 보내고 제 방에 눕힌 것이 방금 전이었다.
감독님 부르러 갔어, 라는 말에 후루야의 눈동자에 떠오른 것은 당혹감이었다. 분명 주말에 있을 연습시합에 나갈 수 없게 되는 게 아닌가 걱정하고 있는 거겠지. 말 한 마디 제대로 하는 건 없지만 생각이 그대로 얼굴에 드러나는 건 좀 귀엽지 않나 하고 미유키는 대충 생각했다. 그보다 천둥번개 치는 날 열이 나다니 무슨 초등학교 저학년이냐.
분명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그 정도 수준이긴 한가. 아니 요즘 초등학생은 꽤 야무지니까 이 녀석보다 말 잘하는 아이도 분명 있을 걸. 초등학생 앞에서 쩔쩔매는 후루야.. 이어진 생각 끝에 미유키가 낄낄거리자 물수건 밑에서 후루야가 얼굴을 찌푸렸다. 놀림 받는 건 분명한데 이유를 몰라서 말을 못 거는 거지 지금. 어이구 귀여워. 미유키가 다시 웃음소리를 내니 후루야가 이번에는 분명하게 인상을 썼다.
“왜?”
“왜 웃어요..”
“그냥?”
“........”
뭘 캐내고 싶어도 상대가 이렇게 나오면 더 파고들기 어렵다. 그걸 잘 아는 미유키는 더 말하는 대신 부루퉁해진 후루야의 이마에 손을 뻗었다. 방금 올린 물수건이 금방 미적지근해진 걸로 봐서 열이 꽤 높은 모양이다. 밖에 날씨가 좋지 않으니 병원에 가는 길도 쉽지 않을 거고 적당히 내려줬으면 좋겠는데. 물수건을 뒤집어 찬 부분이 이마에 잘 닿게 뒤적인 미유키는 그 옆에 늘어진 앞머리를 가볍게 헤집었다. 아프지 마라, 덩치만 큰 초등학생.
정면을 보고 누워있던 후루야가 미유키 쪽으로 몸을 돌린 건 그때였다. 반사적으로 물수건이 흘러내리지 않게 붙잡은 미유키는 자신을 빤히 올려다보는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 걸 뭐라고 해야 할까. 뭐라 할 수 없는 예감에 말문이 막힌 틈을 타서, 후루야는 물수건을 잡고 있는 팔목을 잡아 서로 숨이 닿을 듯 말 듯 한 거리까지 미유키를 끌어당겼다.
“어린애 아니에요.”
“어?”
“애 취급 하지 마요.”
“어.. 어??”
잘게 떨리던 손가락 끝이 팔목을 스치며 떨어져나감과 동시에 우르릉거리며 천둥이 울렸다. 이제 벽을 보고 돌아 누워버린 후배의 귀 끝이 열이 아닌 다른 것으로 빨갛게 달아오르고 있다는 걸 깨달은 순간, 눈부신 실금을 그이며 타오른 것이 저 밖의 대기인지 제 가슴인지 알아내기 위해 그날 밤 미유키는 필사적으로 심장박동을 고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