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호는 외로움을 많이 탔음. 어렸을 때부터 광호의 마음 한 구석은 늘 써늘했고 찬바람이 불어닥치는 거 같았음. 주변을 둘러보면 자기처럼 외로운 사람 하나도 없고 다들 따뜻하고 행복해보여서, 그럴 때마다 세상과 사람에 대한 울분이 가슴에 치달았음.
아버지가 휘두르는 폭력도 그런 광호의 마음을 부추기는데 큰 몫을 했음. 해서 광호는 온갖 세상에 닥치는대로 주먹질하면서 거칠게 살았음. 폭력을 휘두르면 이 온데도 갈데도 없을 듯한 분노가 달래질 거라고 생각했지만 정작 폭력을 쓰면 쓸 수록 광호 주변에 사람들은 사라졌고 광호는 더 외로워졌음.
광호의 외로움을 달래준 건 어머니였음. 아버지와 다르게 약했지만 상냥했던 어머니는 죽고 난 다음에도 광호의 인생에 영향을 미쳤음. 삼일 밤낮 범인을 쫓아서 기어코 잡아내고 유가족들에게 몇 마디 감사의 말을 들을 때면 광호는 항상 어머니를 떠올렸음.
외로움을 많이 타는 광호를 잘 알아서 86년의 반장님은 항상 광호를 더 챙겼음. 밥 먹이고 옷 사입히고 윗사람들한테 인사도 시키고. 가족을 모두 잃다시피한 광호가 같은 서 동료들에게 정붙이는 걸 안쓰럽게 지켜보던 반장님은 광호에게 잘 어울릴 만한 여자를 소개해줬음. 새 가족을 만들면 외롭지 않겠지. 강력반 반장의 사람보는 눈은 정확해서 둘은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아 곧 식을 올렸음. 행복했던 시절. 넓지도 않은 신혼집 안방에 연숙과 함께 누워있으면 광호는 더 이상 외롭지 않았음.
선재는 외로움을 몰랐음. 어린 나이에 엄마를 잃은 선재가 가여웠던 아버지는 새어머니를 만나고 선재에게 더욱 사랑과 관심을 기울였지만 그러지 않았더라도 선재는 괜찮았을 거임. 애초에 선재는 외로움을 잘 타지 않았음. 또래와 어울려다니기보단 혼자가 편했고 거기에 익숙했음.
동기들이 만드는 파벌과 계보도 관심없었음. 선재가 관심을 두는 건 오직 범인을 잡아 죗값을 치르게 하는 일 뿐. 그를 위해서 혼자 자료를 조사하는 것도 혼자 사건현장에 다니는 것도 혼자 밥을 먹고 혼자 휴일을 보내는 것도 아무렇지도 않았음. 선재에게 외로움이란 항상 저만치 멀리 있는 남의 것이어서 선재는 그걸 알 도리도 알려는 마음도 없었음.
그러다 선재는 광호를 만나서 처음으로 외로움이 무엇인지 알게 됨.
행복하고 따뜻하던 과거에서 밀려나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미래로 온 광호는 다시 또 사무치게 외로워졌음. 어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고 가족을 만나고 싶었음. 필사적으로 범인을 쫓으면서 드문드문 이어지는 과거와의 연결고리에 마음을 쏟았음. 그 중 하나가 선재였음.
과거 사건 피해자의 아들이자 파트너. 선재한테 공연히 밥 먹었냐 잘 잤냐 캐묻기도 하고 선재가 어디 갈라치면 곧장 따라와 조수석 차문을 열고 뭘 보고 있으면 끼어들어가서 스마트폰 모니터를 들여다봤음. 휴일에는 쓰잘데없는 문자 장난을 쳐서 불러내기도 했음. 그러고 나면 광호는 훨씬 외로움이 덜했음.
선재는 반대였음. 광호가 자꾸 자기한테 관심을 보이고 차에 같이 타고 자료를 같이 조사하며 휴일을 같이 보낼수록 선재는 더욱 더 외로워졌음. 더 이상 혼자 타는 차가 혼자 보는 자료가 혼자 보내는 휴일이 괜찮지가 않았음. 광호와 함께 있으면 외롭고, 광호랑 함께 있지 않으면 정말 사무치게 외로워졌음.
한 침대에 나란히 누워있을 때 광호는 제 쪽으로 등을 지고 있는 선재의 허리를 끌어당겨 꼭 끌어안고 목덜미에 코를 대서 숨 한 껏 선재의 냄새를 맡으며 깊은 충족감에 빠져 잠들고, 광호가 잠들고 나면 선재는 몸을 돌려 광호를 꽉 끌어안으며 잠겨죽을 것 같은 외로움에 몸서리쳤음. 선재는 이런걸 정말 바라지 않았지만 이미 외로움을 알아버려서 다시 알기 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음.
광호가 과거로 아예 돌아가고 난 후, 선재는 먼 곳에 보이던 외로움이 제 맞은 편 자리에 다가와 앉는 것을 보았음. 그리곤 두 번 다시 떠나지 않을 것도. 선재는 평생을 함께 할 그것에 이름을 붙였음. 외로움을 가르쳐준 사람의 이름을.
솔직히 12화쯤 되면 선재 차 대신 운전해주는 광호 나올 줄 알았다.. 몸과 마음은 주어도 자기 차키는 안주는 선재..
어느 정도냐면 범인한테 두들겨 맞아서 갈비뼈 한 두개쯤은 나간 거 같은 상황에서도 자기 옆구리 부여잡고 운전석 여는 선재다. 물론 범인은 들것에 실려 구급차탐. 태희민하가 진지하게 이거 감식반 불러야하는 상황 아니냐고 호들갑 떨었음; 여튼 광호는 선재가 다 죽어가는 얼굴로 시동걸고 안타냐고 자기 보니까 얼척이 없어짐. 너 운전하다 주글 거 같은데;; 해서 광호 운전석으로 가서 문 열고 2화 때처럼 선재 끌어내면 좋겠다.
광호가 당기는 바람에 바깥으로 휘청 밀려난 선재가 간신히 바닥에 넘어지지 않고 균형 잡았을 땐 이미 광호가 선재 차 운전석에 앉아서 문잠갔음. 열어.. 박광호. 뭐하는 거냐 지금? 해도 광호는 운전대 잡고 조수석을 가리킬뿐.. 노려봐도 광호 보는 척도 안하니까 선재 아픈 옆구리 부여잡고 씩씩거리면서 조수석 문 열었음 좋겠다. 면허는 있냐? / 여기껀 없는데. / 너 진짜.. 선재가 빡쳐서 광호 잡을라고 하면 광호 얼른 차 출발시켜야 된다. 선재도 죽기는 싫으니까 더이상 광호 안건들고 안전벨트 맴. 조수석 위 손잡이도 꼭 잡음;
의외였던 건 광호가 운전을 꽤 잘한다는 거임. 네비게이션도 후방카메라도 없을 고릿짝 시절에 면허를 땄으며 꾸불꾸불한 화양 시골길을 운전하고 다닌 광호에게 탁 트인 4차선 도로는 껌이었을 것. 선재는 머라 타박하려고 했는데 광호가 운전을 잘하고 또 얻어맞은 데가 넘나 아파서 그냥 얌전히 있음.
화양서 도착하고 선재가 광호한테 차키 달라고 손내미는데 광호가 차키 자기 외투 주머니에 쏙 넣어버리고 앞서 갔으면 좋겠다. 박광호 차키 내노라고.. (아파서 소리가 작아짐) 하는 선재가 옆구리 부여잡고 광호 따라감. 회의실에서 사건 정리하는데 선재가 아파서 자꾸 의자에 가라앉으니까 전 팀장이 적당히 눈치보다가 이거 얼마 안되니까 태희민하 남고 광호선재 들어가서 대기하라고 함.
선재 집에 갈라고 자기 차로 갔는데 차키가 없네.. 뒤에서 걸어온 광호가 시동 이거냐? 하고 버튼 삑 누르면서 운전석에 타서 이제야말로 광호 붙잡고 막으려고 했는데 힘을 주면 상처가 넘나 아픔.. 선재는 또 운전석 밖에서 한참동안 광호 노려보다가 힘없이 조수석에 탐. 광호는 애가 그래도 너무 힘을 못쓰니까 병원 갈래? 물어보는데 선재가 아직도 광호 노려보면서 됐어. 함. 자차 뺏긴 슬픔.. 광호는 자꾸 말걸면 선재가 진짜 빡쳐서 아예 내려서 걸어갈까봐 얼른 선재 집으로 출발함.
광호는 급정거 급커브돌면 선재 상처 더 아플까봐 세상 부드럽게 운전하는데 이미 광호의 운전실력을 경험한 선재는 아예 눈감고 의자에 기대있음. 선재 집 도착하고 주차했는데 광호가 아직도 차키 안줘서 어쩔 수 없이 기다리는 선재.. 광호가 차키는 주는 대신 선재 집으로 따라왔으면 좋겠다. 선재는 이번에도 따돌리려고 했으나 몸이 아파서 뛸 수가 없었음..
번호키 도어락 앞에서 대기타고 있던 광호가 계속 쳐다보니까 선재가 눈치 주는데 광호가 다 알았다고 하고 선재가 번호키 누르는 동안 고개돌렸다가 문 열리면 자연스럽게 따라 들어오는 거. 선재는 이제 기가 막혀서 머라 말도 안나옴. 선재 집 오자마자 이곳저곳 두리번거리면서 각종 서랍장 수납공간 뒤져서 구급상자 없냐고 찾는 광호.. 너 안 가냐? 짜증내던 선재는 광호가 들은 척 1도 안하고 계속 구급상ㅈㅏ 찾으니까 포기하고 옷이나 갈아입으러 들어감.
정장에 셔츠 대신 편한 티로 갈아입고 옆구리 보니까 아주 멍이 그냥 시퍼렇게 피멍이 들어있음. 부러진 거까진 아닌 거 같은데. 선재 깊게 숨쉬면서 자가 진단 내리는 동안 기어코 구급상자 찾아낸 광호가 상처 좀 보자며 들어왔음 좋겠다. 또 한동안 구급상자 가지고 실랑이하다가-그거만 주고 나가 / 너 혼자 할 수나 있냐? 문이나 열어 / 그거 내놓고 나가라고-결국 막무가내로 문 밀고 들어오는 덩치 큰 어깨에 진 선재가 얌전히 광호 앞에 앉아서 티셔츠 들어올리면 그거 유심히 보다가 상처 부분에 에어스프레이 치이익 뿌려줌. 선재는 차갑고 아파서 얼굴 찌푸리고.
조금 지나서 간신히 숨 내쉬고. 광호가 너 거기 얼굴도 다쳤잖아 거기도 대봐 하면서 바싹 접근해서 뺨 붙잡고 기울이면 선재 놀라서 눈 깜빡이다가 자기가 한다면서 광호 손 떼어내라. 이거 완전 키스각도;;; 광호는 자기가 무슨 짓한지 그제서야 깨닫고 어; 그래;; 거긴 니가 해야지;; 하면서 물러나고. 긴급조치 다 한 선재가 으.. 하면서 티셔츠 내려서 제대로 입고 허리 간신히 펴고 하는데 어쩐지 요상한 기분이 드는 광호 보고 싶다.
안그래도 요새 김선재 옆에 있으면 괜히 신경쓰이는데 티셔츠 입은 기울어진 등짝 완전 신경쓰이고 눈을 못 떼겠어서 괜히 헛기침이나 큼큼 하는 광호.. 선재는 너 뭐하냐는 눈으로 광호를 바라봄. 이제 데려다주기도 했고 치료도 다 해서 더 이상 이 집에 붙어있을 핑계가 없어진 광호가 어.. 나 이제 간다.. 몸조리 잘하고.. 낼 보자 크흠 하고 나갈라 치면 선재가 되게 어이없다는 듯이 봤으면 좋겠다.
하.. 너 겨우 이거(데려다주고) 저거(치료하는거) 하려고 내 차키 뺏은 거냐..? 광호는 정말 그럴 생각이었는데 생각해보니 뭘 좀 더해도 될 거 같아서 나가려던 현관문 그대로 닫고 들어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날 밤 선재 몸에 피멍말고 다른 거도 막 새기고.. 상처난데 호도 해주고 좀 그래라
이 다음부터..도 선재는 광호한테 차키 안줌. 광호가 운전을 잘하든 못하든 선재에겐 자기 차를 자기가 운전하는 거에 의미가 있으므로. 다만 가끔씩 내킬 땐 광호 중간에 안 내려주고 자기 집으로 데려와서 둘이 같이 떡이나 만들어먹으렴
생각해보면 광호 신분도 가짜겠다 지문조회 결과도 없겠다 잠복수사하기 딱인 상황 아니냐? 경찰되기 전에 구르던 가락도 있고 해서 이름만 바꿔서 폭력배 조직에 잠입하는 광호 보고 싶다. 선재는 아무리 해도 깡패 티가 안나서 광호랑 연락 역. 광호가 가죽자켓 껄렁하게 걸치고 위아래로 훑으면 깡패들도 긴장탈듯ㅋㅋㅋㅋㅋ
조직이라고 해도 대기업이랑 연결된 쎈데 말고 중소기업 규모 쯤인데 여기가 요새 밀수 러시아 마약 이런거 건드린다고 해서 광호 들여보내는 거.. 거리에서 광호가 룸싸롱 이런데 수금하러 돌아다니면 선재가 자기 차에서 뛰쳐나와서 거칠게 광호 멱살 잡아서 집어누르고 수갑채워서 끌고 가는거. 그럼 광호는 막 몸부림치면서 으르렁거리고. 그러던 둘이 선재 차에 타자마자 아파 죽겠네 너 일부러 그랬지? / 티났냐? 하면서 낄낄대는 거 보고 싶다.
그렇게 경찰서 들락거리면서 광호가 조직에서 알아낸 정보 공유해서 수사하면서 범죄 증거 수집하는 건데 붙잡아왔던 광호 조직에 다시 들여보낼 때마다 티 안나게 걱정하는 선재 보고 싶다. 들키면 수사는 물론이고 당장 광호가 걱정인데 광호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그 깡패새끼들이 얼마나 악질이고 못됐는지 욕하기 바쁜 거. 선재는 광호가 그런 나쁜 짓 같이 하는 척 해야하는 것도 씁쓸하고 수사도 중요하고 해서 한숨 쉬는데 광호가 수사 잘못 될까봐 그러냐? 걱정마라 내가 알아서 할꺼니까 이렇게 말해라. 거기에 대고 선재는 계속 들키지 않게 조심해. 진짜 조심해. 계속 그러고. 그럼 광호는 알았으니까 걱정 그만해. 하면서 웃고.
그렇게 광호는 조직 쪽으로 다니고 선재는 광호가 준 정보 이용해서 조직 거래처 하청기업 이런데 뒤집는데 그러던 중에 광호 의심샀으면 좋겠다. 처음엔 여자들이나 어린 애들 핍박하는거 망설였다던가 하는 이유로 눈길 끌었는데 생각해보니까 광호 오고 나서 거래도 끊기고 밀수 루트도 몇 개 발각되고 해서 혹시..? 하는거.
해서 광호 일하러 갔더니 명령받은 일거리는 없고 조직원들 모여있고 박광호 경장? 이렇게 부르는 거. 광호는 이거 텄구나 싶었지만 수사를 위해서 도망가지 않고 끝까지 무슨 소리 하는지 모르겠다고 왜 이러는거냐고 연기함. 결국 싸움 일어나는데 광호가 잘 싸우긴 하지만 수적으로 너무 열세라서 결국 실컷 얻어맞고 시멘트 바닥에 눌려서 무릎 꿇는데 조직원들이 광호 몸 뒤져서 휴대폰 찾아냈으면 좋겠다.
박광호 이름으로 된 건 아니지만 비상연락용으로 통화기록 맨 위에 선재 번호 있겠지. 통화버튼 누르면 24시간 대기타고 있던 선재가 바로 받는데 수화기 저편에서 여보세요? 박광호? 하는 목소리 들리자마자 힘 다 빠져서 주저앉았던 광호가 미친듯이 몸부림치면서 소리질렀음 좋겠다. 김선재 오지마! 전화 끊어!! 광호 외침 끝에 뭔가를 두들겨패는 큰 소리, 광호 신음소리 들려서 선재는 일이 크게 잘못됐다는 거 단박에 알았으면.
수사는 거의 막바지 단계라 돈 빼돌린 루트랑 뒷선만 알아내면 다 끝나는 문제였는데 여기서 기동대 출동하면 다 꼬리자르고 도망갈꺼라 상황 진짜 위태로웠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광호 버리자는 거냐고 어차피 광호 이대로 놔둬도 광호 죽이고 쟤네 도망갈 꺼 뻔하다고 드물게 흥분해서 소리지르는 선재 보고 싶다. 못버린다고, 지원 안해주면 혼자라도 갈거라는 선재 때문에 윗선도 출동 허가 내주는데 선재는 중무장하고 맨 앞에 서겠지.
병력으로 현장 둘러싸서 포위하고 맨 처음 뛰어들어간 선재는 하도 맞아서 만신창이된 광호랑 그런 광호 머리에 총 들이댄 간부랑 마주치는데 간부가 동료 살리고 싶으면 총 버리고 이쪽으로 오라고 말했음 좋겠다. 광호가 듣기론 이건 인질 한명을 두명으로 늘리는 거 밖에 안되는 꼴인데 선재는 고민하다가 간부가 광호 머리에 총 바싹 들이대니까 이 악물고 총 내려놓는 거 보고 막 화냄. 야 김선재 미쳤냐! 총 버리지마! 오지마! 김선재!! 선재가 총 내리니까 주변에 있던 조직원들이 다 총구 선재 쪽으로 들이대는데 선재 그 순간에 얘네 밀수한 총기 종류랑 개수까지 파악해라.
잡았어야 했는데 들키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런 생각하면서 광호 보니까 광호 얼굴이며 몸이며 성한 구석 없이 다 피투성이고 멍투성이임. 선재 빡쳐서 그 동안 모아왔던 자료 조직 사정 간부의 추잡한 성추문까지 냉정하게 말하면 간부는 광호 머리에 들이댔던 총 빼서 선재한테 겨누는 데 그 순간 쓰러져있던 광호가 마지막 힘 짜내서 간부한테 달려들면 좋겠다.
총 소리 들리니까 밖에서 대기타던 지원병력들 건물안으로 들이닥치고 조직원들에 기동대에 다 섞여서 아수라장 되는데 광호가 부러진 발목 절뚝거리면서 선재한테 뛰어 옴. 간부가 선재한테 총 겨누고 쏘기 직전에 광호가 달려들어 밀어냈지만 총 발사됐고 선재는 바닥에 누워있고 바닥에 피얼룩지고 막. 광호 당황해서 막무가내로 선재 잡고 일으켰는데 잡은 손에 피 진득하게 묻어나서 광호는 이게 내 피야 선재 피야 김선재 다친거야? 어떻게 된거야 선재야? 선재야?!! 하고 소리지르는데 순간 쓰러졌던 선재가 숨 길게 내쉬면서 자기 팔 감싸면 좋겠다.
총알은 좀 깊게 스쳐서 피가 좀 많이 나는 정돈데 상처 아파서 얼굴 팍 찌푸린 선재가 정신 차리고 광호한테 달려들어서 광호 멱살 잡으면서 너 괜찮냐고 많이 다쳤냐고 다그치면 좋겠다. 다친 팔 피 질질 흘리면서 부러진 데 없냐고 보채는 선재도 웃기고 죽어라 얻어 터지고 찢어져서 선재 다친거 보겠다고 달려온 자기도 웃겨서 광호 허, 하면서 웃어라. 그거 보고 선재가 왜 웃어 머리 다쳤어?? 물어봐서 광호가 허헣; 하면서 선재 끌어안는거 보고 싶다. 선재는 광호 다친 데 좀 보자고 하면서 안끌어안기려고 버둥거리고.
후에 구급대 가서 치료받는데 선재 마이 팔 찢고 붕대 감고 하는데 광호가 자꾸 그거 보러 와서 구급대원이 이러지말고 저쪽에 앉아계셔야 한다고 환자분 지금 발목 나갔거든요?; 하는거 보고 싶다. 선재는 이거 별거 아니라고 빨리 가서 치료나 받으라고 닥달하고.
광호는 선재가 자기 구출하자마자 사건 진척 상황 얘기하고 보고 이야기하고 다친 몸으로 자기 두고 이곳저곳 다니면서 사건 진두 지휘하는거 좀 서운하고 그랬는데 나중에 팀원들이 그날 밤 선재 흉내내면서 박광호 못 버립니다! 저 혼자라도 들어가겠습니다! 이래서 광대 폭발하고ㅋㅋㅋㅋ 둘이 있을 땐 너 진짜 그렇게 말했냐? 해서 선재 빡치고 차에서 쫓겨나고ㅋㅋㅋㅋ
그 전에 병실에 있을 때 뒤늦게 뇌진탕 증세 나타낸 광호 누워있을 때 선재가 링거 끌면서 계속 보고 있었음 좋겠다. 자기 다친데 아픈 것도 모르고 너무 늦은 거 아니었길 바라면서 조용히 광호 얼굴만 보고 있다가 병실 나갔겠지.
그러다 광호 눈 뜨면 광호 비몽사몽한 상태로 김선재! 너 팔 괜찮냐! 물어봐서 선재는 괜히 화가 나는 거다. 지 걱정이나 하지 나쁜 놈이.. 안괜찮겠냐? 니가 그렇게 총 든 놈한테 막 달려들고 그래서 빗맞았는데? 그럼 광호가 실실 웃으면서 다시 잠들면 선재는 그거 보고 있고. 광호는 선재 병실 찾아가서 팔에 붕대 가는 거 보고 짜증냈음 좋겠다. 그 간부새끼 아주 죽여버렸어야 했는데. 선재는 그거 보면서 이런저런 증거로 잡아넣었으니까 차라리 죽는게 낫다고 생각할 꺼다. 한 마디 하고.
그러면서 둘이 일 처리도 잘하고 정리도 잘해서 사건 끝냄. 둘 다 퇴원하고 포상휴가 받는 날 팔 다친 선재 짐들어준다는 핑계 대고 찾아온 광호랑 선재 집에서 퇴원기념 떡이나 만들어 먹었음 좋겠다.
그날도 범인 쫓다가 제일 먼저 뛰어들어간 광호가 머리 맞고 다친 거. 어찌어찌해서 범인도 잡고 사건도 마무리 지었는데 병원에 실어보낸 광호가 한나절 정도 뒤에 깨어남. 충격에 비해 외상도 그리 크지 않고 검사 결과도 이상없어서 환자 깨어나면 집에 가도 된대서 별 걱정 안했는데 광호 깨어나니까 눈치가 좀 이상함. 평소 같으면 연숙이 이름 부르면서 벌떡 일어나거나 같이 있던 누구 안다쳤냐 범인은 잡았냐 물어봤을 텐데 어쩐지 멍함.
옆에서 광호 깨길 기다리던 선재는 뭔가 좀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걱정스럽게 야 박광호 괜찮냐? 정신 들어? 일케 물어보는데 광호가 그런 선재 가만히 보더니 너 누구냐고 하는거. 선재는 얘가 뭔 소릴 하나 싶어서 장난치지 말고 나 김선재잖아 했는데 광호는 김선재? 하면서 고개를 갸웃함.
그제서야 뭐가 잘못 됐다고 생각한 선재가 의사랑 반장님 부르고 의사는 광호 후두부에 가해진 충격으로 일시적인 기억상실이 발생했을 수 있다고 진단해줌. 그날 밤은 병원에서 하루 경과 지켜본다고 놔뒀는데 하루 지나도 기억상실 외에는 별다른 증상이나 징후 없어서 일단은 걍 퇴원함
다음 날 아침 선재가 퇴원해서 병원 앞에 멀뚱하니 서 있는 광호 태우고 화양서로 옴. 아무도 없는 광호 집에 둬봤자 누가 돌봐주는 것도 아니고 또 의사가 익숙한 장소 익숙한 일 이런데 많이 노출되면 기억 찾을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해서 데리고 온건데 광호 사정 들은 화양1팀이 자기 소개하고 광호에 대해서 이야기해준다음 전 팀장이 광호랑 선재만 불러서 따로 이야기함.
화양서 사람들이 알고 있는 88년생 박광호에 대한 정보 말고 진짜 광호 58년생 박광호에 대해서 이야기해주려고 부른 건데 광호는 지금 기억이 불안정한 상태라 사실을 말해도 될까 선재랑 성식은 처음엔 좀 고민함. 근데 성식이 자꾸 자기한테 존댓말 하니까 광호가 왜 저보다 나이도 많으신데 자꾸 존댓말 하시죠..? 해서. 거기다가 광호 과거 이야기는 58박광호의 핵심적인 정보라서 이거 안말해주면 광호 기억 찾는데도 지장 올 거 같아서 걍 말하기로 함.
자기가 사실은 30년 전 과거에서 왔고 과거에 두고 온 아내와 딸이 있다는 성식의 말에 광호는 좀 의아해하긴 했지만 어쨌든 받아들이긴 하는 눈치였음. 그 모습이 기억을 잃기 전 연숙씨 죽고 연호 행방불명 되었다는 소식 들었을 때 난리치고 충격받던 광호의 모습과 완전 달라서 성식은 좀 서운하기도 하고 그런 괴로운 상처를 아예 잊어버린 거니까 좀 잘된 건가 싶기도 해서 기분이 묘했음.
여튼 광호가 다쳤다고 해도 사건은 계속 터지고 잡아야 할 범인은 계속 생기니까 광호는 평소처럼 선재가 데리고 다니기로 하고 대신 너무 위험한 곳은 안데려가는 걸로 합의를 봤는데 같이 탐문 수사할 때 광호는 선재가 하는 거 멀뚱하니 보다가 가끔 날카로운 질문 던져서 선재는 그래도 광호가 기억을 잃긴 했지만 하던 가락을 몸이 기억하고 있나 싶기도 하고 그러다가 또 뜬금없는 이상한 질문 던져서 아 얘가 기억을 잃긴 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음.
광호가 가는 곳마다 이곳저곳 두리번거리고 뭐 건드리고 해서 선재가 좀 가만히 있으라고 하는데 거기다 광호가 나 지금 신기한거 완전 많다고 나 기억 잃기 전엔 이런 거 다 알았냐고 물어봄. 선재는 아니라고 너 30년 전에서 와서 모르는 거 진짜 많았다고 말함. 네비게이션 소리에 막 소리지르기도 하고.
그 말 하면서 피식 웃는 선재 보고 광호가 나 진짜 과거에서 온 거 맞냐고 그게 말이 되나? 물어봄. 선재는 시간도 남았겠다 광호가 건너왔던 터널까지 데려다주면서 너 여기서 나온거라고 우리도 원리는 잘 모르겠지만 넌 30년전 과거에서 왔고 거기를 엄청 그리워하고 돌아가고 싶어했다고 말해줌. 그 말을 듣고 광호가 조용히 생각에 잠겨서 선재는 걍 놔두고 운전해서 광호 집에다 데려다 줌.
그렇게 자잘한 사건 해결하면서 계속 정호영 사건 쫓는데 단서는 없지 광호 기억은 잃었지 여러가지로 수사가 진행이 잘 안되서 선재가 초조해하니까 옆에 있던 광호가 선재보고 괜찮냐고 좀 진정하라고 말함. 선재는 한숨 팍 쉬면서 또 놓치면 안되는데 너 과거로 돌아가서 연숙씨랑 니딸 연호 만나야지 했는데 광호 반응이 어쩐지 좀.. 미묘해서 선재가 왜 그러냐고 물어봤는데 광호는 걍 아니라고 얼른 범인 잡아야지 하고 맘. 그래 니가 얼마나 가족 끔찍하게 생각했는데. 피해자들도 잘 챙겼고. 옛날 광호 떠올리면서 그렇게 말하는 선재 보는 광호 표정이 또 미묘해졌지만 선재는 그땐 걍 그런가보다 하고 넘겼음.
이 후에 대치 상황 길어지고 단서 계속 못찾고 추적될 듯 하다 안되는 날이 길어지니까 화양서 사람들 다 지침. 하루종일 핸드폰 울리는데 신경 곤두세우고 자료 뒤적거리고 했던 선재가 너무 피곤하고 골 땡겨서 관자놀이 주무르는 거 본 광호가 너 이러지 말고 집에 가서 좀 쉬라고 아님 같이 가겠냐고 함. 선재는 이 때 좀 충격을 받음.
평소 기억 잃기 전 광호라면 사건 해결도 안됐는데 뭔 퇴근이야 범인 잡을 때까지 당연히 야근이지! 했을 꺼고 정호영 사건이라면 진짜 자기가 제일 몸 안사리고 건강 안챙기고 뛰어들었을 텐데 지금 광호는 안그러니까 결국 지금 광호는 자기랑 같이 사건 해결하고 싶어하고 범인 못잡으면 미안해하고 열정적으로 일했던 광호랑 다르다는 게 느껴져서. 왜 이렇게 힘든 시기에 제일 믿을만한 동료이자 친구인 광호가 없는 건데 싶어서 좀 화가 났던 선재가 너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원래 박광호라면 그렇게 안했을 꺼라고 누구보다도 사건 해결하려고 애쓰고 뛰어다녔을 꺼라고 자기 가족들 위해서 그랬을 꺼라고 한숨과 짜증 섞어서 말함.
그런 선재를 광호가 가만히 보더니 근데 내 가족 다 죽고 행방불명 되었는데 이 사건 해결한다고 뭐가 달라지긴 하는거 맞냐고 말함. 확실한 거 맞냐고. 물론 나도 사건 해결하고 싶고 이런 나쁜 놈 잡아서 콩밥 먹이고 싶은 건 맞는데 난 기억이 없어져서 그런가 아직도 확신을 못하겠다고 함. 거기다가. 뭐라고 쏘아붙이려던 선재는 광호의 다음 말에 입을 다뭄. 넌 내가 과거 가는 거 싫잖아./ 뭐..? 예상 외의 광호 말에 놀란 선재가 벙찌자 광호가 다시 말함. 너 나 좋아하잖아. 나 과거로 가면 넌 어떡할껀데.
물론 선재가 기억 잃기 전 광호를 좋아했던 건 맞음. 자기 사정을 제일 먼저 알고 도와주겠다 했던 것도 광호고 선재한테 이것저것 챙겨주고 폭발 사건 때 선재 대신 뛰어들어 다쳤던 것도 광호니까. 선재가 자기 감정을 깨달았을 땐 이미 선재 마음 속에 광호가 깊이 들어오고 난 다음이었음. 하지만 광호는 자기 상황이 급박해 그런 선재 마음을 깨닫지 못했고 선재 또한 과거에 돌아갈 자리도 아내도 자식도 있는 광호에게 그런 짐을 더 주고 싶지 않아서 고백할 생각은 없었음. 그냥 힘들 때 누구보다도 날 챙겨주던 그런 사람이 있었지. 떠올릴 수 있는 추억이 있으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음.
하지만 기억을 잃은 광호는 아내나 딸보다 선재에 대해 생각하고 관찰할 시간이 많았고 기억 잃기 전 광호 이야기하는 선재 표정이나 말투 등등으로 선재 마음을 알게 된 거임. 그러면서 광호는 말함. 내가 기억을 잃어서 그런 건진 모르겠는데 얼굴도 제대로 기억 안나는 아내나 딸보단 니가 더 신경 쓰인다고. 난 니가 힘들면 기분 나쁘고 니가 나 보면 기분 좋고 그렇다고. 과거 얘기 들어보니까 나 거기로 돌아가면 너 못만날 껀데 난 안괜찮을 거 같다고. 너는 어떻냐고. 너는 진짜 그래도 괜찮은 거냐고 물어봄.
익숙하게 이마를 찌푸린 얼굴로 물어오는 광호를 보면서 선재는 머리가 어찔하다고 느낌. 선재가 보기에 이건 진짜.. 말도 안되는 상황임. 이건 박광호가 아님. 이미 죽은 아내도 딸도 광호가 무엇보다도 소중하게 여기던 거였음. 당장 박광호가 원래의 기억을 되찾으면 이런 말을 아니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것자체가 부끄럽고 화난다고 생각할 거임.
하지만.. 선재는 입술을 깨물었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광호가 선재에게 한 말은 항상 선재가 바라던 것이었음. 너무 비겁하고 불경해서 차마 생각조차 못한 것이지만. 사실은 꿈에서라도 광호가 과거로 돌아가지 않고 자기 곁에 남을 거라고 말해주길 바랬었음. 광호 말대로 광호가 과거로 돌아가면 둘은 다시 만나지 못할 거고 다시 만난다고 해도 지금의 기억이나 관계는 모두 잊혀질거임.
물론 광호가 범인을 잡으면 선재의 인생도 지금까지와 다른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하겠지만 선재는 그런 걸 바라지 않았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음. 그저 지금자기가 가지고 있는 광호의 기억, 광호와 보냈던 날들이 하나라도 잊혀지지 않길 바랬음. 그만큼 광호가 좋았음. 하지만. 선재가 이렇게 생각했던 건 광호가 만일의 경우에도 자기 가족을 버리지 않을 것임을 알았기 때문임. 어떤 일이 있어도 광호는 과거로 돌아갈꺼고 자기 옆자리 대신 사랑하는 아내와 딸의 곁을 선택할 것을 알았기 때문에 이 끔찍하고 간절한 바램을 어떻게든 접어넣을 수 있었음.
근데 지금은 아님. 지금 광호는 아님. 지금 광호는 아내와 딸에 대한 기억을 잃었고 자기 잃어버린 가족보다 선재 자신이 더 신경쓰인다고 말하고 있었음. 그동안 그렇게 바라고, 바라왔던 끔찍한 꿈같은 현실 앞에서 선재는 지독한 현기증을 느낌.
그러다 간신히 정신을 차렸을 때 선재는 바닥에 반쯤 쓰러진 채로 광호에게 안겨있었음. 김선재! 선재야! 자길 지탱해주는 팔도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도 광호 넌데. 자길 바라보는 광호 눈빛에 기억을 잃기 전과는 다른 뜨거운 감정이 섞여있다는 걸 안 순간 선재는 눈물이 날 것 같았음.
그날 광호와 선재의 대화는 곧 이어 다른 팀원들이 난입하는 바람에 더 이어지지 못했음. 다음날 선재는 드물게 연차를 냄. 화양서 사람들은 세상에 이런 일도 다 있다며 어디 아픈 게 아니냐고 걱정했지만 광호는 입을 다물었음.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겠지. 그렇게 몰아붙이는 게 아닌데. 하얗게 질린 얼굴을 하고 이쪽을 올려다보던 선재의 얼굴을 떠올리면 죄책감이 울컥 가슴을 치고 올라왔음.
선재가 그동안 저한테 보여준 표정과 행동들로 자길 좋아한다는 걸 알았지만 둘의 관계는 그 뿐이었을 거임. 정말 뭐가 있었다면 선재나 성식이 이야기했을 테니까. 그렇게 좋아하면서. 기억을 잃기 전 광호와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면서 선재가 보여준 표정은 정말이지 사랑스러웠음. 기억을 잃고 난 광호가 단번에 느꼈을 정도로. 그러면서도 둘이 더 깊은 관계가 되지 못한 건 성식이 지난 번에 말한 광호의 과거 때문일 거임. 그걸 그렇게 휘젓는게 아닌데. 간신히 옷깃을 잡고 밀어내려던 차가운 손. 광호는 뒷머리를 벅벅 긁었음. 김선재 이대로 안 오는 건 아니겠지. 얼굴이라도 한 번 보면 마음이 좀 나아질 텐데.
광호의 걱정과는 다르게 선재는 그 다음날 멀쩡..하다고 하긴 좀 힘든 얼굴이지만 출근함. 하루 사이에 얼굴이 눈에 띄게 까칠해진 선재를 두고 팀원들이 김경위 무슨 병 얻은 거 아니냐고 쑥덕거렸지만 선재는 그에 대해선 별 말을 하지 않았음. 입을 다문 선재를 두고 전 팀장도 더이상 캐묻지 않았고. 선재는 광호를 완전히 무시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먼저 말을 걸지도 않았음.
광호는 자기가 한 말이 있어서 선재에게 말 걸기 껄끄러웠지만 그렇다고 관심까지 끊을 순 없었음. 선재가 가는 곳마다 집요하게 시선을 쫓는 광호를 보고 화양서 사람들의 쑥덕거림은 더 커졌지만 광호는 그런 걸 눈치채지도 못함. 얼굴이 안좋은데 아팠던 건 아닌가, 밥은 제대로 먹고 다니나 얼굴을 제대로 맞대거나 말을 나눌 수 있다면 파악할 수 있을 텐데. 뒷모습이나 옆모습만 봐선 선재의 상태를 파악할 수 없었음. 기억을 잃기 전 박광호라면 가능했을까.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둘이 수사를 위해 선재 차에 같이 탔을 때 선재가 먼저 입을 열었음. 그만해. 광호는 처음에 선재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몰라서 반문했음. 뭐? 선재는 다시 말했음. 그렇게 쳐다보는 거 그만하라고.
광호의 시선이 요 며칠 간 선재를 따라다닌 걸 선재도 알고 있었음. 선재가 아니라 누구라도 그렇게 노골적으로 쳐다보는 걸 모를 순 없었을 거임. 선재의 말에 잠시 끙..하고 뜸을 들인 광호는 시선을 돌리는 대신 저를 쳐다보고 있는 선재를 마주봤음. 그날 밤과 똑같은 눈빛으로. 하여간 남의 말 안듣는 건 기억을 잃기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선재는 깊이 한숨을 쉬었음.
너야말로 대답해. 무슨 대답? 묻기도 전에 선재는 광호가 그날 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음. 대답은 무슨 대답이야. 선재가 생각하기에 이건 대답을 하고 자시고 할 문제가 아님. 지금 광호는 기억을 잃은 상태고, 그래서 혼란스러워하고 있고 자기 가족이랑 의무를 잊었기 때문에 선재한테 이렇게 굴고 있는 거임. 다시 기억을 되찾으면 지금 일을 후회하고 다시 과거로 돌아가겠지. 지금 너는 박광호 아니라고, 너한테 대답할 문제 아니라고 차갑게 잘라내는 선재에게 광호는 더 몇마디 붙여보려고 했지만 실패하고 차에서 쫓겨남.
내가 뭘 모른다니. 광호는 무섭게 쏘아붙이던 선재 앞에서 차마 못했던 말을 입 속에서 굴림. 기억을 잃고 나서 선재를 처음 봤을 때부터 광호에게 느껴지던 감정이 있었음. 처음엔 머리 다친 충격 때문에 혼란스러워서 그런다고 생각했는데 계속 선재를 보면서 광호는 어떤 확신을 하게 됨. 지금 광호가 느끼는 감정은 기억을 잃기 전 광호가 선재에게 가지고 있던 감정이고 이건 선재가 광호에게 느끼는 감정과 별반 다르지 않을 거라고. 어쩌면 광호도 가족과 과거 때문에 숨기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뭘 모르는게 대체 누군데. 광호는 불퉁한 얼굴로 길가에 돌맹이를 발로 걷어참.
사람 일이라는 게 얄궂어서 둘이 감정다툼하고 얼굴 보기 좀 불편해졌다고 해서 사건이 안 나는 것도 아니고 둘이 파트너를 바꿔서 다닐 수 있는 것도 아님. 남에게 이야기할만한 일도 아니어서 파트너 바꿔달라고 말할 수도 없고. 대신 선재는 자기의 이런 불만과 불편함을 입을 다무는 걸로 표현했음.
하루종일 같은 차를 타고 둘이 다녀도 선재는 꼭 필요한 말 - 팀장님한테 전화해, 민하한테 연락해 기타 등등 - 을 제하고는 한 마디도 입을 열지 않았음. 답답함을 견디지 못한 광호가 몇 마디 말을 걸어보기도 했지만 대꾸도 반응도 돌아오지 않았고. 참다못한 광호가 너 진짜 대단하다. 어떻게 말 한마디를, 그 말을 듣자 선재는 달리던 차를 급하게 세우고 광호를 쳐다봤음.
뭐, 왜 뭐야. 대단하다고 말하면 안돼? 어리둥절해서 묻는 광호를 무시하고 선재는 달려들듯 외쳤음. 기억 돌아왔어? / 뭐? / 기억 돌아왔냐고! / 뭔 소리야? / 그거 너 전에 나한테 했던 말이잖아.. 거친 숨처럼 말을 쏟아내던 선재가 천천히 입을 다물었을 때 광호는 선재의 눈에서 한순간 피어났던 애정이 차갑게 가라앉는 것을 봤음. 그래 그렇게 쉽게 돌아올리가 없지. 입술을 짓씹으며 고개를 돌리는 선재의 옆얼굴을 보면서 광호는 기억을 잃기 전의 자신에게 질투를 느꼈음. 대체 그 때랑 지금의 내가 뭐가 다르길래. 왜 그때는 되고 지금은 안되는데.
그날 광호 선재는 집에 도둑이 들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음. 집주인이 평소보다 집에 일찍 들어왔는데 온 집안을 뒤진 흔적이 있고 귀중품들이 없어져서 신고한거였음. 밖에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이라 현장이랑 가까웠던 광호랑 선재가 제일 먼저 도착했는데 집주인이랑 이야기하고 어질러진 장소 살펴보던 중에 집 위층에서 인기척이 들림. 집주인 내보내고 둘이 위층으로 올라갔는데 광호가 저도 모르게 자기가 앞장 선다고 선재 팔뚝 잡음. 선재는 광호 행동에 움찔해서 얼굴 들여다보더니 얼굴 찌푸리면서 그 팔을 확 뿌리침. 뭐야? 어이없어하는 광호 두고 방에 뛰어든 선재는 혼자서도 어렵지 않게 범인을 검거했음.
애초에 좀도둑이었고 집주인이 예상한 시각보다 일찍 도착하자 도망가지도 달려들지도 못하고 방안에 갇혀있던 놈이었으니까 그렇게 어려운 건은 아니지만 그래도 필요한 절차가 있어서 뒤늦게 팀원들 도착하고 사건 청취하고 정리하는데 시간이 좀 걸림.
현장 검거된데다 범인 가방엔 도둑맞은 물건들이 다 있어서 취조 자체는 싱겁게 끝났는데 취조실에서 형사들 우루루 나갈 때 같이 나가려고 했던 선재를 광호가 붙잡음. 뭔데. 까칠하게 대꾸하는 선재에게 광호는 그건 내가 할 말이라고 아까 그거 뭐냐고 따짐. 선재는 잠시 고민하듯 눈을 굴리더니 박광호 넌 지금 형사로써 온전한 상태 아니라고 그런 놈을 범인 잡으러 맨 앞에 보낼 수 없는 거 아니냐고 말함.
그러곤 할말 끝났다는 듯 돌아서는 선재를 광호는 다시 잡음. 그 얘기가 아니잖아. 광호 생각으론 자기 상태가 어쨌든 간단하게 팔 잡거나 앞장서거나 하는 건 동료끼리 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행동이라고 생각했는데 선재 반응이 이러니까 좀 짜증이 났던 거. 선재가 더 말하기 싫다는 듯 고개 돌리자 광호는 냉큼 말함. 나 기억 잃기 전에도 이랬었냐? 너 뒤로 보내고 앞장 서고. 맞냐? 그 말에 고개 돌린 채로 입술 무는 선재를 보고 광호는 대답을 확신했음.
그래서 이러는 거구만. 나 기억 잃어서. 내가기억도 못하는 주제에 자꾸 박광호 같은 행동 해서. 선재는 지금 광호의 행동을 싫어하는 게 아님. 아니 오히려. 광호는 선재 팔뚝 잡고 있던 손에 힘을 줌. 야 김선재. 선재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음. 걱정해도 안되고 쳐다봐도 안되고 너 잡아도 안되고. 난 뭐 할 수 있냐? 그 말에 선재는 흠칫 어깨를 긴장시켰지만 이쪽을 보진 않았음.
광호는 선재 가까이로 성큼 걸어왔음. 김선재. 그리곤 쥐고 있던 팔뚝을 잡아당겨 조금 더 가까이. 숨이 닿을 것 같은 거리까지 다가와서 눈 앞의 선재를 내려다보며 광호는 물었음. 키스는 해도 되냐? 그제야 선재는 놀란 눈으로 광호를 올려다보았음. 아. 울 것 같은 표정. 광호는 선재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입을 맞춤. 까칠하게 마른 입술이 닿을 때마다 가늘게 떨리는 걸 광호는 제 입술 끝으로 느꼈음. 아주 잠깐의 입맞춤이 끝나고 감았던 눈을 뜬 광호는 선재의 열에 달뜬 눈빛을 마주했음. 자기 표정도 저렇겠지 생각한 순간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에게 다가가 다시 한번 입을 맞췄음. 이번에는 더 깊게. 더 오랫동안.
서에 들어오자마자 좋은 아침입니다 크게 인사한 광호는 슬쩍 선재 쪽을 쳐다봤음. 선재는 큼, 헛기침을 하며 모른 척 했고 광호는 실실 웃으면서 자기 자리에 앉았음. 책상에 가지런히 놓인 손을 잡자 선재는 뭐라 투덜거렸고 광호는 그 손을 꼭 잡아서 책상 아래로 끌고 들어가 깍지를 꼈음. 선재의 길쭉한 손가락 끝이 손등에 닿았음. 왜 먼저 갔어? 옆 자리에만 들리게 소근거리자 선재는 티나잖아, 하고 입 모양을 만들었음. 티나면 어때. 파트넌데.
투덜거리는 양으로 입을 쭉 내밀자 선재는 뭐가 또 재밌는지 피식 웃었음. 손 잡은 채로 옆자리로 의자를 굴려 닿은 어깨를 기댄 광호는 오늘은 어디 외근 나갈 데 없냐고 물어봤고 선재는 장소 몇군데를 이야기했음. 멀었으면 좋겠네. 아주 오~래 걸리게. 말하자 선재는 다시 피식 웃었고 앞자리의 태희민하는 저것들 또 왜저러냐며 질색을 했음.
선재야.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선재의 뺨에 광호의 손가락이 닿았음. 뭐하는 거야. 고개를 뒤로 빼자 광호는 눈을 접으며 웃었음. 선재야, 김선재~ 그 얼굴이 좋아서. 선재는 또 다시 부르는 목소리에 못이기는 척 다시 뺨을 갖다댔음.
이따금 광호는 주머니나 외투 앞섶이 불룩한 채로 선재 차에 탔음. 그리고 선재가 운전에 열중할 때쯤엔 부스럭거리는 소릴 내면서 뭔가를 꺼내고 선재를 불러서 입에다 넣어줬음. 그건 땅콩초코볼이나 사탕, 젤리같은 자잘한 군것질거리였는데 선재가 그걸 입안에 넣고 씹으면 광호는 더없이 행복한 표정을 지었음. 난 너 뭐 먹고 있는거 좋더라.
단걸 좋아하지도 군것질을 즐기지도 않지만. 선재는 광호가 부르면 가만히 입을 벌렸음. 설탕으로 달콤하게 젖은 손가락 끝이 입술에 닿았다가 아쉬운 듯 떨어지면 선재는 차를 세웠고 광호는 선재 입술에 묻은 설탕 부스러기를 핥았음.
오랜 만의 주말, 선재는 집 정리를 하다가 자기 것이 아닌 양말을 발견했음. 박광호 꺼구나. 선재는 칫솔도 발견했음. 이것도 박광호 꺼네. 그리곤 차례로 자기 것이 아닌 티셔츠, 볼펜, 영수증 쪼가리, 심지어 속옷까지 발견했음. 선재는 그걸 사진을 찍어서 메세지를 보냈음. 박광호 니 물건 찾으러 와. 그럼 광호는 곧바로 물건을 찾으러 와서 또 다른 물건을 두고 돌아갔음. 그리고 또 그 물건들을 찾으러 오고, 다른 물건을 또 두고 가고..
광호네 집에도 선재의 물건이 많았는데 광호는 그걸 돌려주거나 찾으러 오라고 연락하지 않고 아침에 출근할 때 보거나 밤에 잠들 때 보면서 잠들었음. 선재의 물건에서는 오랫동안 선재 냄새가 났음.
광호는 신중하게 자판을 눌렀음. 광호의 손가락에 비해 약간 작은 자판은 조금만 미끄러져도 오타를 만들어냈음. 밥 먹 었 냐? 최근에 배운 띄어쓰기와 특수문자까지 완벽하게 타이핑된 문자가 선재의 휴대폰으로 전송되자 광호는 만족스러웠음. 아니 아직. 몇 분 지나지 않아 선재에게서 답장이 도착하자 광호는 답장의 답장을 치려다가-나 지ㅡㄱㅁ 가ㄴ다-핸드폰을 접어두고 집에서 뛰쳐나왔음. 가만히 자판을 누르는 시간도 아까웠으니까. 그래서 광호 선재의 메세지함에는 밥 먹었냐 / 아직 / 자냐? / 아직 / 지금 뭐해? / 서류 봐 따위의 이상한 문답만 가득 쌓였음.
어느 따뜻한 봄날, 내리쬐는 햇살에 눈을 깜빡이던 광호는 저쪽에서 익숙한 것을 봤음. 그건 요즈음에는 시장통이나 축제 등에서나 볼 수 있는, 옥수수나 쌀 따위를 튀겨서 뻥튀기로 만들어주는 기계였는데 광호는 지금 저걸 사가서 현장에 가는 내내 운전하는 선재한테 몇 개씩 넣어주면 참 재미좋겠다는 생각을 했음. 차 좀 세워. 저거 사가자. 어린애처럼 웃으며 뻥튀기 장수를 가리키는 광호를 보고 선재는 순순히 차를 세웠고 주머니에 천원짜리 몇장을 만지작거리며 차에서 내린 광호는 선재에게 가볍게 손을 흔들었음. 여기서 기다려. 금방 사올게.
몇 천원인가를 장수에게 건넨 광호는 오늘 날씨 참 좋다는 생각을 했음. 해도 쨍쨍하니 맑고 중국에서 건너온다는 무슨 먼지도 없는 화창한 날. 이런 날 돌아다니면서 과자 까먹으면 좋겠다. 차안에서 기다리고 있을 선재 생각에 싱글거리던 광호 귀에 이상한 소리가 들렸음. 뭔가가 펑! 하고 터지는 소리. 그래. 이 소리. 둘이서 걷던 골목길에서 항상 나던 거. 뻥튀기 튀기는 익숙한 소리지만 연숙이는 항상 깜짝 놀라면서 팔짱낀 팔을 꼭 잡았지. 그게 좋아서 둘이 있을 땐 항상 뻥튀기 장수 있는 먼 길로 돌아가곤 했는데. 광호는 눈을 꿈뻑였음. 내 아내. 내 아내 연숙이. 나한텐 아내가 있었는데. 어떻게 여태껏 그걸 잊고 있었지?
사람들 틈으로 사라졌던 광호가 저쪽에서 천천히 걸어오자 선재는 의아했음. 뻥튀기를 사러간다고 나갔는데 돌아온 광호의 손에는 아무 것도 없었음. 차 세운 위치도 옮기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두리번거리는 광호에게 손짓하며 선재는 말을 건넸음. 뭐야 뻥튀기 사러 간다며. 다 떨어졌대? 없으면 뭐 다른거나 사면 되지, 덧붙일 생각이었던 선재의 말은 어쩐지 낯선 광호의 목소리에 끊겼음. 야 김선재. 여기 어디냐? 나 왜 여기 있는 거냐?
광호 선재가 서에 돌아오자 성식은 엄청 반가운 표정으로 광호에게 달려들었음. 선배님!! 괜찮냐고 얼마나 걱정했는 줄 아냐고 보채는 후배를 대충 다독이면서 광호는 실없이 웃었음. 막 기억을 찾아 혼란스러웠던 광호는 오는 길에 선재한테 대략적인 설명을 들었음. 범인한테 맞아서 기억을 잃었던 일, 기억 찾을 때까지 계속 일하고 돌아다닌 일.. 이러저러한 사건을 해결했고 처리는 이랬다, 선재의 설명은 계속 이런 식이었고 가끔씩 그때 네가, 우리가, 비번일 때, 등등을 이야기하다 급하게 입을 다물었음.
평소라면 말을 하다마냐며 뭐라고 했겠지만 원래 기억이 돌아오자 거짓말같이 증발해버린 그 사이의 기억을 더듬어보느라 정신이 팔린 광호는 눈치채지 못했음. 그렇게 광호와 성식이 회포를 푸는 걸 보던 선재는 다시 사건 조사하러 가겠다며 회의실을 나감. 평소보다 쎄한 선재 모습에 광호는 쟨 또 왜저러냐 내가 기억잃은 동안 뭐 잘못한 거 있냐며 물어봤고 성식은 모르겠다고, 아닌데 선배님이랑 선재 요 근래 엄청 친하게 붙어다녔어요 말함.
그날 집으로 돌아간 광호는 자기 집에서 자기 물건이 아닌 남의 물건들을 발견함. 낯선 메이커의 화장품, 깔끔한 타이, 시계 등을. 늘 봐왔던 88박광호의 물건도 아니고 자기한테 어울릴만한 물건도 아님. 심지어 시계는 체인이 하나 적어서 광호 손목엔 작았음. 이건 누구꺼지? 광호는 잠시 고민하다가 그 모든 물건들을 88박광호의 물건이 담긴 상자에 몽땅 쓸어넣고 한쪽에 치워둠.
다음날 광호 기억 되찾은 사실 알게된 1팀도 광호를 아는 척 해줌. 그때가 좋았는데. 막내야~ 불러도 대답하고. 민하가 낄낄거리자 태희는 진저리를 치면서 뭘 그때가 좋아 그때 아주 그냥 눈을 뜨기가 싫었어 하도 눈꼴셔서. 광호가 뭔 소리하냐고 하자 태희는 고개를 흔들며 광호와 선재를 가리킴. 기억 잃고 베프된거야 뭐야. 맨날 둘이 붙어가지고 히히덕거리고. 이제 기억 찾았으니 조만간 날짜 잡겠네 잡겠어.
그러고 있을 때 선재 출근하는데 전 팀장한테만 목례하고 조용히 자기 자리로 돌아감. 신나게 대화에 열중하던 태희민하는 왜 또 저래? 기억 돌아오면 다시 남남되는 거야? 니네 대체 뭐야? 너스레를 떠는 와중에 광호는 진짜 뭔가 좀.. 이상하지 않나? 뭔 일이 있었던거지? 생각함.
이상한 건 또 있었음. 퇴근길에 잠깐 들린 편의점 알바생이 안녕하세요! 하고 반갑게 인사한거. 뻘쭘해진 광호가 대충 음료수 한개를 고르자 오늘은 땅콩초코볼 안사가세요? 하도 사가시길래 주문 넣었는데 하고 말함. 음식 가리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매일같이 군것질할 정도는 아닌데. 생각하던 광호가 음료수만을 계산하자 알바생은 좀 실망한 눈치였음.
또 다른 거. 김선재와의 이상한 문자 내용. 자냐/ 안자 / 밥 먹었냐? / 아직 / 집이야? / 가는 중 / 이상한 내기라도 한건가? 선재가 가끔 보낸 사진들은 익숙했음. 이거.. 내 티셔츠 아닌가? 안그래도 자주 입던 건데 어딜 갔는지 상자를 다 뒤져도 없던데. 광호는 끙 소리를 내며 침대 위로 엎어짐. 대체 기억을 잃은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다음날 출동을 위해 선재 차에 탄 광호는 문자 내역에 대해 물어보기로 했음. 기억을 잃기 전 선재는 이 정도로 쌀쌀맞게 굴진 않았던 거 같은데 기억을 되찾고 난 광호에게 선재의 태도는 차갑고 거리감이 느껴졌음. 지금도 사건에 대해 꼭 필요한 말만 하고 입을 다무는 선재의 시선은 단 한번도 광호쪽으로 향하지 않았음.
내 티셔츠 혹시 니네 집에 있냐? 광호가 물어보자 선재는 잠깐 멈칫하다 핸들을 꾹 잡았음. 내일 서로 가져올게. / 어 그래. 근데 그게 왜 거기있냐? / ...... 선재는 대답하지 않았음. 왜 여기서 또 입을 다물어. 답답해진 광호는 등받이 조절 손잡이를 움켜쥐다가 그 옆에 떨어진 과자 조각을 발견함. 이건 뭐야? 누가 여기서 과자 먹다가 흘렸나? 그 말을 듣고 선재는 차를 급하게 끽 세웠음. 뭐야? 다온거 아니잖아. / 내려. / 뭔 소리야 현장 가야지.. / 이번엔 나 혼자 갈테니까 내리라고.
한소절 한소절 말을 잇는 선재의 목소리에 감정이 묻어났음. 어이없는 소리라고 생각했지만 광호는 영문을 모르니 제대로 화를 낼 수도 없었음. 어어? 어? 하는 사이에 과자 조각 들고 차에서 쫓겨난 광호는 자기가 내리자 마자 바로 출발해버리는 선재 차의 뒷모습을 보고 대체 뭔가 싶었음. 내가 기억 없는 동안 뭘 많이 잘못했냐? 그래도 이러면 안되는 거지 나 여기서 내려서 뭐하라고! 소리쳐도 선재도 차도 돌아오지 않았음. 으으. 광호는 머리를 싸쥠.
아 진짜 선재 이 대사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넘나 찌통인 것.. 부모님이고 같은 팀 동료고 뭐고 다 필요없고 오직 범인 잡는데만 집착해왔던 선재가 이런 말을 한다는게 진짜 너무.. 벨 필터링 빼고 봐도 너무 좋고 가슴아프고 그런 것이다..
그리고 이런 선재의 변화를 그동안 선재 곁에서 누구보다도 가깝게 지냈던 광호는 더 분명하게 느끼겠지. 사실 광호한테 선재 첫인상은 더도 덜도 말고 딱 기도원에서 탈출한 미친놈이었고 그 다음에는 후드려패서라도 정신머리 교정시키고 싶은 싸가지없는 새끼였는데 점점 선재 과거 알게 되고 사정 알게 되니까 안된 놈 불쌍한 놈으로 바뀌었을 듯.
맨 처음 비오는 밤 선재의 과거를 알게 되었을 때 답지도 않게 범인에 이입해서 자기 심정 털어놓는 선재의 어조는 담담하려고 했지만 어둠 속에서 그가 맺고 끊는 호흡이 여실하게 떨려서 광호는 선재가 스스로 자기 속마음을 꺼내놓는 상황을 어색하고 거북살스럽게 생각하고 있음을 깨달았음. 아. 얘는 지금까지 누구한테도 이런 말을 해본 적이 없구나. 누구와도 나눈 적이 없구나. 그렇게 생각하자 광호는 선재가 한없이 가엾고 애잔해짐.
광호도 지금까지 굴곡 많은 삶을 살았지만 광호 곁엔 많은 사람들이 있었음. 밥부터 선자리까지 챙겨주는 반장님이 있었고 한솥밥 먹고 한 지붕 아래 자던 화양서 팀원들도 있었고 광호 인생에 찾아든 따사론 햇살같은 여자 연숙이도 있었음. 근데 김선재 얜 혼자야. 굳이 성식이 말을 듣지 않아도 2016년 화양서 사람들이랑은 이름만 팀원이지 거의 객식구 수준이고 깊이 마음을 나누는 사람도 없어보임. 그나마 목교수랑 좀 친하게 교류한다 싶었는데 목교수도 선재의 사정을 제대로 몰랐던 걸로 봐서 완전히 마음을 터놓고 의지하는 상대는 아님.
광호는 처음에 화가 남. 김선재 대체 네가 뭐가 모자라서. 가족도 있고 동료들도 있고 다 있는데 대체 잘난 뭐가 있어서 그런 식으로 사람 밀어내고 지 혼자 사는 세상처럼 마음 문 닫고 사는지. 광호 생각으론 선재가 손만 뻗으면 화양서 사람들이랑도 가족이랑도 잘 지낼 수 있을 거 같거든. 그러면서도 광호는 자기 어릴 적도 떠올린다. 거친 것만 보고 살면서 스스로도 거칠어졌던, 그런 것들밖에 모르던 자기 과거.
어머니가 아니었다면 자기도 그런 식으로 살다가 길거리에서 죽었겠지. 사방에 내 편은 하나도 없고 온 세상이 적의로 가득찬 것만 같던 시절. 사실 광호의 과거에 비해서 선재는 상당히 형편이 좋은 입장이지만 여튼 그런 심정이, 그런 시절이 존재한다는 걸 아는 광호 입장에선 선재에게 무조건 화만 낼 순 없었음. 그래서. 선재가 혼자 자기 사정 자기 상처 끌어안고 삽질하면 뭐 하나 더 챙기고 시덥잖은 말 한마디라도 더 건네려고 기웃거렸음.
선재가 30년 전에 놓친 범인의 피해자라는 걸 알게 되고 부터 그 마음은 더 커짐. 선재가 헤매고 있는 게 그 나름대로의 지옥이라면 거기에 그를 던져넣은 책임의 일부는 자신에게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죄책감이었음. 그 당시 사건의 피해자들은 하나같이 광호 마음을 찌르는 가시같은 것이었는데 그 중에서도 김선재는 좀 더 굵고 날카로운 가시였음. 선재가 흔들리거나 위태로우면 광호 가슴 한구석도 뜨끔거리고 쓰렸으니까.
그랬던 선재가 비오던 그날 밤 이후 묻는 말에 조금씩 대꾸도 하고 툭툭 던지는 말일 지언정 먼저 말도 걸고 하니까 광호는 신이 났을 듯. 이런 걸 보상이라 하긴 뭐하지만 그래도 조금씩 마음을 여는 선재를 보면 자기가 뭐라도 해줄 수 있는 게 있는 것 같아서. 그 와중에 그깟 도와줄게 몇마디 이야기 했다고 이렇게 자기한테 의지하는 걸 보면 선재도 참 외로운 놈이었구나 싶어서 또 짠하고.
언손을 불어 녹여주는 것처럼 온기를 대주면 금세 녹은 눈가를 하고 쳐다보는게 어렸을 적 제 아버지한테 안겨서 경찰서 드나들었던 그 때의 아이랑 별 다를 것이 없는 것 같아 가슴이 시렸음. 사실 선재가 그때 그 아이였다고 해도 이미 다 컸고 누가 봐도 체격 좋고 피지컬 짱짱인 터라 광호가 자기 몸까지 내던져가면서 구할 필요까진 없었는데. 이미 광호에게 선재는 과거 해결하지 못한 사건의 피해자나 같은 서 동료를 넘어서서 자기가 좀 더 챙기고 보듬어야 할 막내동생 같은 존재가 되어 있었음.
그리고 광호가 몰랐다가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선재가 까칠하게 굴긴 하지만 자기 바운더리 안에 들어온 사람에게는 누구보다도 마음을 깊이 쓴다는 건데 광호 정체 밝혀지기 직전 날카롭게 반응하던 것이나 그 다음 정체 밝혀지자 눈에 띄게 안심하고 마음 터놓는 모습이 오히려 선재가 광호에게 그만큼 의지하고 있었고 이 관계를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거라서.
광호는 이런 선재가 굉장히 위태로운 면이 있다고 느끼면서도 그 속에서 자신을 믿고 의지한다는 걸 상당히 의미있게 받아들임. 어쩌다보니 과거로 돌아가기 위해 선재랑 같은 사건을 쫓고 있긴 하지만 만약 목표가 서로 달랐어도 광호는 선재를 모른 척 하지 않고 힘닿는 한 최선을 다해 도와줬을 거임.
그러던 선재가 연숙이 죽었다는 걸 알고 집에 틀어박힌 자기를 집까지 데리러 와서 같이 사건 해결하자 그래서 너 돌아가 말하는게 얼마나 고맙고 애잔했을까. 그래 내가 그렇게 돌아가면 너는? 나밖에 맘 터놓을 곳 없는 너는 어쩌냐. 광호는 그렇게 생각하는 자신을 깨닫고 깜짝 놀람. 이제껏 연숙이와 연호가 있는 과거로 돌아가자는 생각만 있었지 이 시간대엔 미련 하나 없다고 생각했는데. 대체 언제부터 이런 감정을 느끼게 된걸까. 광호의 이건 연숙이를 향한 사랑과도 연호를 향한 가여움과 애틋함과도 다른 종류의 감정이라 광호는 그 후로부터 가끔 가만히 선재를 들여다보게 됨. 이게 대체 뭘까 선재야. 대체 뭐길래 이런걸까.
그래서 선재가 아쉽다고 말했을 때 입을 다문 건 나도 그렇다고 대답해버릴 거 같아서였으면. 단순히 아쉬움을 넘어서서 이건 미련이었으면. 이대로 과거로 돌아가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겠지만, 아마도 다시 만날 선재는 지금의 상처 받고 마음 문 닫은 선재가 아니라 다른 선재겠지만 지금 자기 옆자리에 앉아 너 가면 아쉬워서 어떡할까 말을 삼키는 선재는 이대로도 너무 소중해서. 남겨놓으면 남겨놓은 그대로 오도카니 이쪽 보며 놓여있을 마음 속 가시같아서 광호는 끝끝내 내가 간다고 서운해서 울지나 말라던지 이제는 싸가지없게 굴지 말라던지 하는 평소라면 아무렇지도 않게 던졌을 너스레 농담도 던지지 못하고 창밖만 바라보고 있던 순간에. 피차 줄어드는 시간만 하릴없이 세고 있던 그날 밤 차 안에서.
잠들 때마다 스스로에게 몇번이나 되뇌어도 아침이 찾아오면 오늘도 끝나지 않았다는 걸 선재는 깨어나자마자 알아차리겠지. 그러면 선재는 밤새 숨을 잊었던 사람처럼 한숨을 길게 내쉬고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기 위한 준비를 한다. 시간보다 약간 이르게 화양서로 가면 팀원들이 있고 그 중에서 광호는 누구보다도 먼저 인사로 왔냐 김선재? 함. 오늘은 또 무슨 일이길래 인상을 쓰고 왔냐는 타박을 들으면서 선재는 생각함. 뭐 하나 말하기 전에 표정으로 내 기분을 아는 광호 니가 왜 아직도 내 마음을 모르는 걸까.
생각해보면 광호는 짝사랑 상대로 최악이 아닐까 싶다. 눈치라곤 약에 쓰려고 해도 없는 주제에 말투나 행동도 거칠고. 하지만 선재에겐 항상 신경썼지. 선재 어머니 사건을 알기 전에도 광호는 선재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알고 싶어했고 참견하고 싶어했다.
그리고 선재가 누구인지 알게 된 후에는 다정했다. 마치 그 옛날 엄마를 갓 잃은 어린아이를 대하는 것처럼. 그건 아마도 동정과 미안함이었을 거다. 그러니까 이 사랑의 책임은 언 마음에 붓는 따뜻한 열에 취해 그게 동정인지 애정인지 구분하지 못하고 허겁지겁 삼켜버린 선재 자신에게 있었다.
황량하고 차갑던 마음 속에서 간신히 피어난 불씨는 광호의 선재야 부르는 목소리나 다정하게 쳐다보는 눈빛 등을 두드리는 따뜻한 손바닥의 온기 등을 부지런히 먹고 자랐다. 그간 부지런히 장작을 넣어준 너에게도 책임은 있어. 제 속도 모르고 낄낄대며 문자장난 따윌 보내는 광호를 볼 때마다 그 멱살을 쥐어잡고 그렇게 따지고 싶은 것을 선재가 참은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참다참다 선재가 광호 가는날 광호 멱살잡고 고백했음 좋겠다 광호 : 어버버
그리고 안볼 줄 알았는데 사건 또 터지면 광호 다시 터널 건너옴
"됐어 그냥 장난친거야."
"장난 아니었잖아."
선재가 놀라서 쳐다보면 광호는 씩 웃겠지. 내가 모를 줄 알았냐? 니가 날 얼마나 모자르게 봤는지 알만하다 임마. 하여간 싸가지없는 놈 이거.
선재 민망하고 당황스러워서 획 돌아서는데 거기에 대고 광호가 선재야. 선재야 하고 불러주면 좋겠다. 그땐 몰라줘서 미안하다고 따뜻하게 손 잡아주는데 선재는 눈물날 거 같다고 생각하면 좋겠다. 이게 꿈이든 자기 상상이든 지금 이순간은 정말 궁금하지 않을 정도로 행복했음 좋겠다. 그날 밤은 광호가 선재 집까지 따라와서 선재는 쭉 붕뜬 기분으로 잠들때까지 광호 보면서 잠들었는데 광호 떠나고 오랜만에 푹 잔 선재가 지난 밤 생각하며 기분좋게 일어난 옆자리에 광호 누워있으면 좋겠다
목교수가 30년 전에 남긴 지금은 구하지 못하는 결정적인 단서 구하러 터널 건너서 86년으로 가는 광호선재 보고 싶다. 화양서 가서 광호가 선재 서울서 수사학 박사 딴 친구라고 소개하고 같이 수사하는 거. 인터넷도 발전 덜 됐고 스마트폰은 아예 없었던 과거 가서 죽어라 고생하는 선재 보고 싶다ㅋㅋㅋㅋ
조건만 잘 갖추면 다시 2016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거 알아서 못돌아가면 어쩌지 하는 걱정은 없지만 그냥 지금 이 시간 1986년이 넘나 힘든 선재.. 자료 찾으려고 했더니 검색이니 전산화는 꾸메 드림이고 수기로 작성된 자료 일일이 찾아야하는 데다가 제대로 표기 안된 자료도 천지고 어떤 정보가 중요한지 제대로 정립도 안되어있던 때라 기록자마다 정보도 자각각이고..
맨처음 선재가 그럼 이 피해자 DNA 감식 돌려보면.. 했다가 사람들 ??? 하고 광호는 ㅉㅉㅉ 혀차라. 이 시대에 그런게 있었겠냐? 그거 나올라면 한달은 넘게 걸려 넌 임마 편하게 수사했던 거야 / 그럼 여기선 어떻게 조사하는데 / 발로 뛰어야지 해서 벙찌는 선재ㅋㅋㅋㅋㅋ
2016년형 싸가지갑 선재가 반장님이나 팀원들한테 버릇없는 소리 할라 치면 다른 사람들한테 혼나기 전에 일부러 선재 등짝 때리는 광호 보고 싶다ㅋㅋㅋㅋ 선재는 또 저만치 앞으로 밀려나갔다가 다시 일어나고; 광호가 얘가 원래 좀 싸가지가 없어요 제가 잘 말하겠슴다 하면 반장님도 걍 그런가보다 하고 말겠지 광호가 그러면 반장님한테 안보이게 광호 엄청 째려보는 선재ㅋㅋㅋㅋㅋ
범인 쫓다가 범인이 길 옆으로 훅 밀어서 논두렁에 빠지는 선재ㅋㅋㅋㅋㅋ 선재는 왜 멀쩡한 길 옆에 도랑이 있는지 1도 모르겠고 선재 하얀 운동화에 정장 바지에 양말까지 도랑물에 푹 젖어서 씩씩거리면서 빠져나오는 거 보고 싶다ㅋㅋㅋㅋㅋ 광호는 선재 빠지는거 안다쳤나 확인한다음 범인 쫓으러 갔음ㅋㅋㅋㅋㅋ
그렇게 개고생해서 범인 잡아오면 반장님이 수고했다고 국밥 사주고; 선재가 국밥 자기 취향 아니라서 멀뚱하니 있으면 광호는 어른이 사주는거 거절하는 거 아니라며 옆에서 추임새넣고. 선재가 신교수 집에서 그랬던 것처럼 광호 가지 말라고 바짓자락 붙잡았음 좋겠다ㅋㅋㅋㅋㅋ
그날 선재 옷 다 버려서 급한 김에 광호 옷 얻어입었는데 무스탕 코듀로이 자켓같은거 줘서 옷 너무 무거움+자기 취향 아님 +품이 큼 3콤보로 존나 시무룩해진 선재 보고 싶다ㅋㅋㅋㅋ 그 담날 양장점으로 옷 사러갔는데 남자정장 존나 삐끼같은 거랑 바지통 넓은 아빠 정장같은거 밖에 없어서 선재 한숨 푹 쉬면서 옷사라.
86년 화양서 팀원들 선재를 서울에서 온 싸가지없는 광호 친구로 알고 있고 성식이는 선재 온 뒤로 광호가 선재만 챙겨주니까 쫌 서운하고 서울에서 온 양반 맘에 안들어서 자꾸 틱틱댐. 선재는 이게 나중에 자기 반장님 되는 거니까 너무 신기해서 계속 보고.
여기서 좀 오래 지낼 거니까 광호가 자기 연줄 = 앞집 아주머니 동원해서 자취방 얻어줬는데 밤에 자료 좀 읽을라치면 백열전구 꿈뻑꿈뻑대고 라디오랑 스탠드랑 같이 돌리면 두꺼비집 나가서 울고 싶어져라. 그러다 빡쳐서 가로등이나 보자 해서 자료 들고 밖으로 나가면 만두니 연숙이가 해준 반찬이니 바리바리 싸들고 온 광호가 밥먹자고 불러냄. 둘이 자료 보면서 이거 미래에서 여기였으니까 지금 가면 있겠지 두런두런 의논하고 같이 계획 세우고 하다가 좁은 선재 자취방에서 잠들었다가 같이 출근하기도 하고.
선재 맨날 2016년처럼 탐문 수사하다가 싸가지없는 놈이라고 쫓겨나는데 광호는 자연스럽게 겁도 주고 구슬러가면서 탐문 잘해서 화양서 팀 선배들이 서울에서 온 양반 광호한테 좀 배우라고 해서 선재는 매우 분통참.. 내가 인터넷만 됐어도 이러지 않을텐데.. 왜 지도에 안나오는 길이 있고 지도에 나온 장소가 없는데 수정이 안되는지 선재는 참 모를 노릇..
선재가 익숙치 않은 종이자료 탐문 무거운 옷에 지쳐서 서에서 꾸벅꾸벅 졸면 그거 보던 광호가 선재 깨워서 집에 보냄. 광호한텐 선재가 고생하는게 참 웃기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자기 맨 처음 2016년 건너와서 1도 모르던 생각 나고 그러겠지. 그래도 넌 나 처음 미래왔을 때보단 낫다고 너한텐 내가 있지 않냐고 말하면 선재가 피식 웃으면서 그래 참 좋겠다 하면서 아까부터 계속 광호한테 맞은 등짝 쓰다듬는 시늉하면 좋다. 광호는 그거 살살 친거라고 별로 아프게 때리지도 않았는데 까칠하게 군다고 머라 하고.
그렇게 말하는 광호 얼굴이 아무래도 엄청 재미있어하는 표정이어서 선재는 좀 짜증나지만 과거 오니까 왜 광호가 그렇게 막무가내로 수사하고 불같이 굴고 하는지 알 거 같음. 새삼 이런데서 범인 쫓느라 힘들었겠네 싶어서 광호 바라보면 광호가 무안하다는 듯 선재 등짝 이번에는 살살 쓸어주고 자라고 자리 떴으면 좋겠다.
선재가 경찰서 자주 드나들면 선재 아빠도 만나게 될텐데 하루가 멀다 하고 화양서 찾아오는 선재 아빠를 선재는 처음엔 일부러 피했을 거 같다 아버지가 당시 사건의 피해자라는 걸 알았지만 이렇게 경찰서 드나들었을 줄은 몰랐을 테니까. 자꾸 자리 피하는 선재를 광호가 데려가서 저랑 이 친구가 꼭 범인 잡을 거라고, 이 친구 아는 것도 많고 똑똑한 친구라고 말하는 거 보고 싶다.
김선재.. 제 아들이랑 이름이 같네요 말하는 아버지를 두고 선재는 간신히 목례하고 밖으로 나가버리고 그거 따라가서 선재 어깨 토닥이면서 우리가 진짜 꼭 잡자고 말하는 광호 보고 싶다.
광호-선재-성식 셋이 같이 돌아다니는 거도 보고 싶은데ㅋㅋㅋㅋㅋ 성식이 첨엔 선재 비리비리하고 공부만 아는 샌님같다고 무시하다가 범인 다리 걸어서 엎어치기로 검거하는 거 보고 놀랠 듯ㅋㅋㅋㅋㅋ 성식이한테 광호는 하늘같은 선배님이라 뭣도 아닌 선재가 자꾸 박광호! 박광호!! 하는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고 선재는 어린 미래의 팀장님이 좀 부담스러운데 광호는 둘이 같이 지내는거 넘나 귀여워서 어헝헝 웃고 있음ㅋㅋㅋ
성식이가 왜 자꾸 그 서울양반만 챙겨주냐고 투덜거리면 씩 웃고 걔 니 생각보다 착한 놈이야 나중에 만나면 잘 챙겨줘라 해서 성식이는 ??? 하고.. 특히 광호랑 선재랑 이마 맞대고 언제부터 자기들 둘만 아는 얘기 막 해서 성식이는 좀 많이 서운하다..
광호가 잠복수사중에 사온 보름달 빵 성식이 하나 선재 하나 던져주면 성식이는 좋아서 받고 선재는 이런거 안먹는다고 손도 안대는데 광호는 화 안내고 성식이는 화 냄. 광호 : (어리둥절) 성식이 수갑채우는 연습 잘 안되면 선재가 자기가 보여준다고 광호 손목에 수갑 걸어서 양 손목에 수갑 찬 광호는 손목이 너무나도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