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슬립 후 화양서에서 성식과 재회한 광호는 살인사건을 맡게 됨. 3회에 나왔던 김영자 사건인데 피해자 발목에서 익숙한 점을 발견한 광호는 장갑도 끼지 않고 시신에 손을 댐. 검시 결과 나왔다고 해서 들으러 갔는데 왠 새파란 어린놈이 가운 입고 서늘한 검시소 안에서 더 서늘한 표정으로 광호를 노려보고 있었음.
뭐야? 자길 보는 눈초리가 곱지 않다는 걸 안 광호가 인상을 쓰자 성식이 광호 눈치를 쓱 살피는데 그거엔 신경도 쓰지 않고 검시관이 대뜸 말했음. 시신에 지문 잔뜩 묻혀놓은 거 그쪽입니까? 그러곤 광호가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최소한의 장비도 없이 시신에 손대는 몰상식함과 증거 훼손의 위험에 대해 따박따박 늘어놓은 검시관이 마침내 형사의 자격 운운 했을 때 광호도 폭발했음. 뭐 이 새끼야? 내가 강력반 경력이 몇년인데!
그 말에 광호 목에 걸린 네임텍을 흘끗 본 선재가 코웃음치자 더 이상 두고보면 안되겠다 싶었던 성식이 광호 말리고 선재한테 뭐라 하면서 광호 데리고 밖으로 나옴. 야 막내야 저 새끼 뭐냐 어디 형사도 아닌 새끼가../ 씩씩거리는 광호에게 성식은 선재에 대해 말해줌.
김선재. 한때는 잘나가는 대형병원 외과의였던 그가 왜 눈앞에 펼쳐진 탄탄대로를 걷어차고 대우도 봉급도 훨씬 못미치는 검시관의 길을 택했는지 누구도 자세히 알지 못함. 사람들이 아는 건 그가 이미 죽은 시체를 맡기엔 아까울 정도의 솜씨를 가졌으며 의학뿐 아니라 범죄수사와 프로파일링에도 일가견이 있다는 점임.
형사들은 형사가 아닌 일개 검시관이 사건이나 범인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을 달갑게 여기지 않지만 그런 눈치를 줘도 선재는 아랑곳하지 않고 또 선재가 주는 여러 단서들이 실제 범인을 잡는 핵심단서로 이어지곤 해서 여간하면 그냥 놔두곤 있다는 거였음. 젊은 여성 시신만 보면 비번일때도 뛰쳐나온다고 하니 이상한 소문만 무성하게 도는데 가까워져야 좋을 거 없는 놈이니 선배님도 신경 끄세요. 성식의 말을 들으며 광호는 저런 놈이란 친해질 성 싶냐고 투덜대는데 화양서 막내다 보니 검시 결과 들고 오는 건 광호 몫이라 갈 때마다 투닥거리는 광호선재 보고 싶다.
광호 온거 보면 선재는 이미 얼굴 팍 구기고 광호는 그런 선재 보면서 저새끼.. 하다가 검시 결과 뺏듯이 가져오고. 선재가 검시 결과로 추리한 범인의 정체에 대한 자기 소견 끈질기게 말하는데 광호가 그거 좀 들어보니까 또 그럴 듯하다 이거지. 광호가 범인 잡고 나서 서로 돌아오는 길에 퇴근하는 선재 마주치는데 눈밑 완전 내려앉아서 엄청피곤해보이는 선재가 터덜터덜 걷다가 광호보고 굳이 다가와서 범인 어떻게 됐냐고 물어보는 걸 보고 처음으로 쟨 왤케 범인에 집착하나 고민하는 광호.
그러다 비 엄청 오는 날 광호만 사건 현장에 도착했는데 길 다 끊어지고 차 끊겨서 어쩌나 싶었던 그때 비 쫄딱 맞은 선재가 검시가방 비 안맞게 끌어안고 검시하러 왔다고 들어와서 식겁하는 광호 보고 싶다. 비에 젖은 옷 벗지도 않고 검시에 열중하던 선재가 으슬으슬한지 어깨 가볍게 떨면 혀 쯧하고 찬 광호가 검시 끝내기가 무섭게 선재 끌어내서 가운 벗기고 따뜻한 차 한컵 받아서 억지로 쥐어줬으면 선재는 고개 찌푸리지만 진짜 추웠기 때문에 거절하진 않음. 광호는 컵 쥐어줄 때 스친 선재 손이 너무 서늘해서 기분이 좀 이상해짐.
시체를 다루는 서늘한 손. 서늘한 표정과 태도. 낯빛도 희멀건한 시체같은 놈이 무슨 사연이 있어서 시신만 보면 정신을 못차리고 범인에 집착하는지. 넌 왜 그러냐 물어도 평소처럼 씹고 고개 돌리는 선재에 광호도 너한테 뭘 물어본 내 잘못이지 싸가지없는 놈아 하고 마는데 나중에 선재 그러는게 자기 엄마 사건 때문에 그런 거고 보기보다 서툴고 위태롭다는 걸 알게 되서 이래저래 신경 쓰이는 광호 보고 싶다. 괜히 아무도 없는 검시소 놀러가서 핑계대고 점심 같은 거 사먹이고 꼬박꼬박 검시 결과 자기가 받으러 가고.
어쩌다 선재 아니고 목교수 있는 날엔 티나게 실망해서 목교수가 선재 놀렸음 좋겠다. 선재는 그런 거 아니라고 하고. 선재 자리 비운 날은 양어머니 몸 안좋을 때라 심신 다 지쳐서 돌아오는데 그럴 때마다 광호가 만두나 김밥 같은 거 들고 와서 몇개 주워먹다 말고. 그거 먹고 되겠냐고 광호가 타박주면 이런 검시소에 잘 먹는 박광호 니가 이상하다고 선재가 받아치고.
그러던 어느날 검시소에 신원미산의 시신이 들어오고 지문 조회 결과 88년생 박광호 경장임이 밝혀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