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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16화 이후 셋이 재회한 다음부터 화평이 강아지처럼 따르는 최윤 보고 싶은걸

 길영과 윤이 화평을 찾아내고 얼마 안되서 화평이 다시 자기 집으로 돌아왔겠지. 그때까지도 아직 확신이 없다 궁시렁거리던 화평의 등을 냅따 떠민 건 길영이고 마지못한 척 밀려가는 등 뒤에다 할아버지 기다리신다 덧붙인 건 윤이었던 걸로. 결국 고향집까지 가서 아직까지 매일 평상에 앉아 누가 찾아오지 않나 내다보던 할아버지 얼굴까지 보고 나니 화평은 더 이상 확신에 대해 이야기하지 못했음.

 회사에서는 애진작에 짤렸고, 이제와 택시기사 일을 계속하긴 애매해서 화평은 새로이 알게 된 자신의 재능을 살려 고향집에 깃발 하나 박고 점집을 차렸음. 신당은 썩 화려하진 않았지만 워낙 주인이 진짜배기라 금세 용하다는 소문이 돌았고 화평은 대충 자신과 할아버지 배 곯지 않고 한데서 떨지 않을 정도로 벌 수 있었음. 이따금 겨울 바람에 세워둔 깃발이 펄럭이는 소리가 들릴 때나 방울소리가 울릴 때 화평은 또 한명의 가족과 같았던 육광이형을 떠올렸음. 의식을 잃고 가라앉았던 바다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육광의 가호 덕이라고 화평은 확신하고 있었음.

 그렇게 화평이 좀 중한 손님이 오면 잠깐 열었다가, 내키면 손님이 와도 모른 척 닫아버리는 들쑥날쑥한 영업을 하고 있자면 이따금씩 점집에 형사와 신부가 찾아왔음. 야간근무가 잦고 생활이 규칙적이지 못한 길영이 비교적 뜸한 것은 이해 가능했지만 형사만큼은 아니어도 이곳저곳 돌아다니느라 바쁜 구마사제 윤의 방문이 생각보다 잦은 건 앉아서 천리 앞길을 내다보게 된 화평에게도 약간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음.

 오늘도 검은 봉다리를 들고 택시에서 막 내린 윤이 부지런히 이쪽으로 걸어오는 것이 보이자 화평은 피식 웃었음. 어째 올 것 같더라니. 평상에 앉은 화평을 발견하자 멀리서 조막만한 얼굴이 활짝 피는 게 눈으로도 보일 정도였음. 윤화평씨! 외친 윤이 더욱 더 걸음을 재촉하자 화평은 어쩐지 가슴이 간질해지는 느낌이 들었음.

 예상대로 검은 봉다리에 가득 든 건 화평이 좋아하는 소고기였음. 올 때마다 이런 걸 사오고 그래. 사제 봉급 얼마나 된다고. 화평은 가볍게 툴툴거렸지만 이 또한 매번 반복되는 일상이었음. 이따 구워먹자. 들어와서 좀 앉아. 검은 봉다리를 받아든 화평이 앞장서자 윤은 금방 그를 따라왔음.

 윤이 사온 고기와 텃밭에서 뜯어온 채소, 할아버지가 담근 젓갈 등을 곁들이자 훌륭한 저녁식사가 되었음. 안그래도 요새 늘상 같이 저녁을 먹는 터라 처음 봤을 때와 달리 윤의 뺨에 뽀얗게 살이 차오르기 시작한게 썩 보기 좋았음. 식사를 마치고 할아버지는 안방에서 일찍부터 주무시러 들어가시고 윤과 화평은 건넌방으로 들어왔는데 이 방은 화평의 방이자 신당으로 쓰는 터라 언제 들어와도 영 어수선했음.

 버릇처럼 화평은 사제가 이런데 있어도 괜찮아? 구마 못하는 거 아니야? 라고 물었고 윤 또한 똑같이 괜찮아요, 하고 대꾸했음. 생각해보니 요새 들어 윤에게 뭘 물어도 괜찮아요, 그래요, 같은 대답만 돌아오던 거 같은데 좀 이상하지 않나? 생각한 화평이 다시 윤을 돌아봤지만 윤은 고개를 한번 갸웃거리고 여상하게 신당으로 들어왔음. 하긴 여기에 윤이 입을 잠옷도 있고, 쓰는 칫솔도 있고 이부자리도 두 채인게 벌써 언제적인데 이제 와서 신경쓰는 것도 그렇긴 하지. 생각을 정리한 화평이 윤에게 먼저 씻으라 말을 걸자 윤은 또 얌전히 끄덕끄덕 고개를 끄덕였음.

 점볼 때 쓰는 상이니 제기 등을 한쪽으로 치워두고 이부자리를 펴서 눕자 윤은 금방 잠이 쏟아지는지 눈을 몇번 깜빡거리다 스르르 잠들었음. 거봐. 피곤하면서 굳이 이 먼 길을 와서는. 잠든 얼굴을 들여다보다 불을 끄기 위해 잠깐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잠결에 빈 제 옆자리를 더듬은 윤이 눈을 꿈뻑 떴다가 화평이 방에 그대로 있는 것을 보고 길게 숨을 내쉬며 다시 눈을 감자 화평은 이번에야말로 약간 견디기 힘든 기분이 되었음. 자. 나 어디 안가니까. 불을 꺼 캄캄해진 방 안에서 옆자리에 누워 윤을 토닥이자 윤은 잠결처럼 뭐라 대꾸했음. 말 끝에 제 이름 석 자가 걸리는 것도 애처로워서 화평은 잠들 때까지 윤의 이불을 도닥여주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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