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체 주의

 

그때 당신이 하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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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도와줄게. 방법이 있어. 그때 당신이 버릇처럼 되풀이하던 말.

신을 믿고 그의 인도하심을 믿는 것이 사제라면서. 항상 왜 넌 길을 잃은 미아처럼 보일까.

 아근데 재밌는 건 화평은 진짜 뭘 믿거나 하는게 아니라 그냥 박일도 잡아서 원수 갚고 싶어서 걍 뭐든지 해본다 <--- 는 느낌이 든다는 거임 세습무 집안 출신에 박수무당이랑 형동생하고 지내면서 유사시엔 성당에도 전화해서 구마사제도 부르고 칼 들고 국회의원 찾아간다는 점이.. 최윤이 갈 길을 모르고 어찌 할 길이 없어 헤맨다면 화평은 할 일 너무 많고 갈 길 너무 많아서 정신없는 느낌이... 막상 화평도 뭘 어떻게 하면 해결된다! 는 확신은 없지만 길 잃은 얼굴로 자기 보는 윤 앞에서는 이렇게 저렇게 하면 된다고, 해결방법 있다고 자기가 안다고 말해버리는 모먼트 좋아하는 것

 

최윤 별명 종이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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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진짜 최윤 코피 쏟는거 피 토하는거 넘 좋은 거 같아

 최윤 별명이 종이인형이라던데ㅋㅋㅋㅋㅋㅋㅋ 툭하면 코피 쏟고 툭하면 어지러워지는 최윤 보고 싶다. 맨 처음 최윤 코피 쏟는 거 봤을 때 화평 길영이 뭐야 무슨 일이야 구마자 있어?? 하고 호들갑 떨다가 최윤이 넘 자주 그러니까 이제 익숙해져서 휴지 대주고 목 뒤 주물러주고 그러는 거.

 저번에 보니까 최윤 코피나니까 고개 뒤로 젖히던데 당황해서 그랬는지.. 여튼 최윤이 코에 손 대고 고개 뒤로 하려고 하면 길영이 윤 등짝 찰싹 치면서 고개 젖히지 말라고 그러고 화평이 얼른 휴지 가져와서 코에 대주고 콧등 주물러주면 좋겠다. 윤은 그 모든 과정을 눈 꿈뻑꿈뻑거리면서 받고 있고 그러다 계속 코피 안 멈추면 이제 어지러워질 껀데 그거에도 익숙해져서 현기증 찾아오기 전에 윤이 팔 끌어다 자리에 앉히는 길영 화평... 코피 대충 멈춘 다음엔 어지러워서 눈 꿈뻑하고 있는 윤 보면서 안되겠다 몸보신 좀 시켜야겠다구 셋이 소고기나 먹으러 가면 좋겠다..

 귓가에 어허, 하고 찰싹 등짝을 때리던 길영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최윤은 흘끗 뒤를 돌아보았다. 고개를 잡아주던 길영도 휴지를 대주던 화평도 모두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쓰러진 친구들을 등진 채로 윤은 고개를 숙이지 않고 손등으로 흘러내리는 피를 문질러 닦았다. 하얀 손등에 붉게 피얼룩이 졌지만 윤은 물러서지도 도망치지도 심지어는 떨지도 않았다. 끔찍한 저주의 말을 쏟아내며 달려드는 악마를 친구들에게서 갈라놓는 형태로 버티고 선 윤이 다시금 기도문을 외웠다. 끈질겼던 악마가 마침내 지옥으로 사라지고, 코피를 뚝뚝 흘리며 윤은 바닥에 쓰러진 길영과 화평의 몸을 흔들었다. 깨어난 그들이 최윤 또 코피난다며 호들갑을 떨며 휴지를 찾아 헤맬 때까지.

 

엔딩 후 화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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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 이후 만신창이된 화최 사랑했으면 좋겠다

 1년이 지났어도 화평이 동해 바다 뛰어들기 전 제 손으로 찌른 상처는 꽤 깊었어서 날 궂거나 심하게 움직일 때마다 뜨끔거리고 쑤셨으면 좋겠다. 오른쪽 눈이 이미 안보이게 된 건 말할 것도 없고. 윤도 두 번째 예언은 이미 겪었고 거의 세 번째 예언 직전까지 갔다가 살아온 몸이라 몸에 상처는 없어도 잔병치레가 늘고 몸이 차서 툭 하면 오한 느끼는게 일상이었으면. 둘 다 자기나 상대 몸 상태 느낄 때마다 안타깝긴 해도 그 박일도 상대로 이만한 상처로 끝났고 셋 다 살아남았으면 그래도 괜찮은 결과지 생각할 듯함...

 이제 곧 봄인데. 수단 위에 두터운 겉옷을 몇 겹이나 겹쳐입고도 윤은 손으로 옷깃을 꽉 쥔 채 덜덜 떨면서 걸어왔음. 윤이 올 것을 미리 알고 있었던 화평은 재빨리 가방과 겉옷을 받아들었음. 잠깐 스친 마른 손이 아예 냉기를 발하는 것처럼 차가워서 화평은 저도 모르게 혀를 쯧 찼음. 불을 잔뜩 뗀 데다 두터운 이불까지 깔아놓은 아랫목에 윤을 밀어넣자 종잇장처럼 창백했던 얼굴에도 조금씩 홍조가 돌았음. 좀 있어 봐. 이불 속에 쏙 파묻힌 채 눈만 내놓은 윤이 눈을 꿈뻑거리는 동안 화평은 점집 손님이 주고 간 햇대추차를 따끈하게 끓여왔음.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차를 쟁반에 받쳐 내가자 윤의 눈이 단숨에 가늘어졌음.

 찬 손에 뜨거운 찻잔을 쥐기가 영 어려운지 윤은 쉽사리 잔에 손을 대지 못하고 망설였음. 그 모양이 퍽 우습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해서 숨을 크게 들이 마신 화평은 순간 가슴 위쪽에 느껴지는 익숙한 환통에 얼굴을 찌푸렸음. 괜찮아요? 묻는 물음에 그때의 상처가 여즉 남아 이따금씩 걸리적거린다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반사적으로 아물어가는 흉터 위에 얹은 화평의 손을 본 윤은 무슨 말을 듣기도 전에 그걸 알아챈 듯 했음.

 우리 둘 다 참, 말이 아니다 그렇지 신부님? 부러 장난스럽게 내놓은 말에 윤은 시선을 내려 찻잔을 바라보며 헛숨을 삼키는 것처럼 픽 웃었음. 그래 이만하면 됐지. 나도 최윤도 강형사도 살아있고. 그러면서도 화평은 여즉 차가 식기를 기다려 찻잔 언저리에 머무르는 저 창백한 손가락을 잡아 데워주고 싶었고, 저를 보는 윤 또한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음.

 

새삼스러워 간지러웠던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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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당신을 원망하면 어쩌려구요. 풋내가 날만큼 솔직한 물음이었다. 저를 보는 까만 시선이 너무 곧아서 화평은 가볍게 실소했다. 그걸 또 뭐라 오해했는지 윤이 얼굴을 찌푸리는 것을 다른 말로 얼버무리며 화평은 떠올렸다. 대대로 세습무가 계승되는 바닷가의 작고 좁은 마을. 어딜 가도 등 뒤로 말하지 않는 원망과 수군거림과 공포가 따라다니던 기억을. 신부님은 원망도 허락을 받고 하나. 그러면서 화평은 어떤 예감 같은 것을 느꼈다. 언젠간 저 이를 위해 목숨조차 버리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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